오늘은 회색빛 웅진 세계그림책 264
로라 도크릴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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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로렌 차일드는 편식쟁이 동생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빠의 활약을 볼 수 있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입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징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려내는 작가로 오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오늘은 회색빛> 역시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잘 나타낸 그림이 먼저 마음을 사로잡네요.

어느 날 마음이 온통 회색인 날이 있습니다.
노란 햇빛도 주황색 풍선도 초록빛 나무도 마음에 와닿지 않고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머리 속이 하얘지고 새까만 밤하늘 같은 그런 날이요.
그림책 속 아이는 우울한 날 자신이 느끼는 마음의 상태와 감정을 색깔로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책 속 곳곳이 뚫려있는 다이컷은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어른도 이유없이 우울한 날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간혹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을 무시하곤 합니다.
왜 우울한지 지금 마음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말로 표현하기는 아이나 어른이나 어렵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때 그림책 속 엄마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가지 기분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기분을 풀어줄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드리고 이해하는 어른의 모습에서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한 기분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간혹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함께 읽어보면 어느 새 다른 빛깔의 마음이 찾아들것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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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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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모든 건 두려움의 뒷면에 있어요.”

미국 정계에서 케네디 가문 다음으로 유명한 쿡 가문의 ‘로리 쿡’의 아내 ‘클레어 쿡’은 대외적으로는 좋은 남편, 명망있는 집안의 며느리로 행복해 보이지만 실상은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언과 폭력은 믈론 감시 속에서 살아왔다.
“남편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원한 클레어는 하나뿐인 친구 페트라의 도움으로 세상에서 사라질 준비를 마치지만 출장 일정이 바뀌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마약 중독자인 엄마에게 버림받은 ’이바‘는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수녀원에서 자랐지만 버클리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다.
대학3학년때 학교의 유명인인 풋볼 선수 남자 친구의 부탁으로 마약을 만들다 발각돼 학교에서 퇴교를 당한다.
그때 마약상인 덱스가 접근해 오고 오랜 기간 그에게 마약을 만들어 공급하게 된다.
그러다 옆집에 이사온 로즈와 교류하며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갖게 되고 시시각각 조여오는 마약상과 경찰을 피해 세상에서 사라질 계획을 세운다.

접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두 여성이 위험을 피해 세상에서 사라질 계획을 세우고 우연처럼 공항에서 만나 서로의 비행기 티켓을 교환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클레어는 이바의 정체를 모른체 그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이바가 탈 예정이던 비행기가 폭발로 탑승한 승객 모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클레어는 자신이 사망했다는 발표에 안심하는 한편 이바가 비행기를 탔다면 사망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들어 한다.

공항에서 스치듯 만난 두 여성이 비행기 티켓을 바꾼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클레어‘의 사연과 과거로 부터 티켓을 바꾼 시점으로 다가오는 ’이바‘의 이야기는 그들의 계획이 발각될 지 모른다는 불안을 공유하며 읽게 된다.
더군다나 애기치못한 돌발상황으로 클레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남편에게 전해지면서 불안은 극에 달하게 된다.

’클레어‘는 엄마와 동생이 교통 사고로 사망한 뒤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친구 페트라뿐이었는데 연락이 끊기고 ’이바‘ 역시 어렵게 마음을 열렀던 로즈가 멀리 이사를 가버린 상태라 두 여성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클레어‘와 ’이바‘가 함께하며 그녀들을 괴롭히는 악을 처단하리라 기대했지만 그들은 만남은 단 한 번의 그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위에 있는 여성들은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들을 돕기 위해 연대하며 나선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먼나라의 마약 이야기까지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왜 조금 더 일찍 각성하지 못했냐고 피해자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거대한 세력 앞에 사라지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에필로그를 읽으며 작가의 선택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바라는 데로 살아지는 게 아님을 알고 있기에 결말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본 도서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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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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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 재활 중인 멜러리는 얼마 전 바르셀로나에서 귀국했다는 중산층 가정의 입주 보모로 일하게 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5살 테디와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멜러리는 테디의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 나이 또래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단순하던 그림은 점점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섬뜩한 살인사건의 전말을 그린 그림으로까지 발전한다.
얼떨결에 테디의 부모에게 그림을 숨기고 진실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섬뜩하고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통해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접근해 간다는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가처럼 변하는 그림에서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빙의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 정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이 결합한 소설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진다.
마지막 권선징악의 결말이 더위를 잊을만큼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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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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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제목 그대로 소설로 현재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소설집이다.
작가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지금 한국 문단에서 가장 첨예하고 활발하게, 그리고 ‘계속’ ‘쓰는’ 작가들이어야 한다.”로 둔 까닭에 필진들 면면은 살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소설들은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문화일보에 먼저 연재된 것들로 매주 새로운 작가들의 소설이 지면을 통해 한 편씩 공개되었다.
매체의 특성상 4000자 안팎의 짧은 소설이 탄생했고 짧아서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명징하게 작가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단시간에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강명 작가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21명의 작가가 AI, 거지방, 사교육, 번아웃, 고물가, 새벽배송, 다문화 가족, 오픈런, 반려동물……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핼프미시스터 라는 장편소설로 먼저 만났던 이서수 작가의 ”우리들의 방“에서는 <지출을 줄이려는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지지해주는 단체 채팅방>인 거지방의 일원인 ‘나’의 이야기로 폭우가 쏟아지지만 우산값을 아끼기 위해 그냥 빗속을 뛰어든다.

손원평 작가의 ‘그 아이’는 오픈 런에 관한 이야기로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만고의 진리와 함께 명품의리셀 판매가 수월해지지 않자 그 알량한 알바마저도 끊겨버린 주인공에게 마음이 쓰인다.
천선란 작가의 새벽배송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인 ‘새벽 속’은 돈 몇 푼에 인간성마저 사라져 버리는 현실 속에 놓인 우리들이 참 가엽게 느껴진다.

이경란 작가의 ‘덕질 삼대’나 섹리리스 부부 이야기인 정진영 작가의 ‘가족끼리 왜 이래’, 구효서 작가의 ’산도깨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그리고 있어 읽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흔히 여러 작가가 함께 한 소설집을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하는 데 이 표현이 이 소설집에 가장 적확한 표현일 것 같다.
아무 장이나 펼쳐 어떤 소설가의 이야기를 읽어도 좋아 마치 맛있는 종합선물세트 속 과자처럼 마음에 쏙 든다.
특히 이 소설집은 인기 없는 과자가 덤핑으로 섞여 있는 선물세트가 아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가득한 선물상자같아 더 좋다.

소설을 모두 읽고 다시 장강명 작가의 ‘소설 2034’를 읽었다.
2034년에 다시 기획된 <소설, 한국을 말하다 2034>의 대한민국의 문제가 2023년인 10년 전과 똑같다는 이야기가 우습고도 슬프다.
어쩜 우리는 2034년, 2044년, 2054년, 2064년에도 여전히 소설집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를 안고 살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은행나무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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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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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그의 소설을 읽지않았더라도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 에도가와 란포 상으로 먼저 알게 된 작가로 아서 코난 도일,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 작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모두 16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벨벳코팅된 표지의 촉감만큼이나 특별하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소설집은 어느 사형수가 교도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쌍생아’로 시작하는데 강도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쌍둥이 형을 살해하고 형의 행세를 했다는 여죄를 자백하는 사연이다.

아픈 남편과 전쟁 중 부상으로 장애를 가진 남편에게 가하는 여성들의 공격성을 전면에 내세운 ‘오세이의 등장’과 ‘애벌레’는 공포를 넘어 불편함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죽는 순간 궤 속에 이름을 새겼던 남자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꿈틀거리며 우물을 찾아가는 남자의 고행이 처절하고도 기괴하다.

인형을 사랑한 남자, 거울과 유리에 미친 남자, 그리고 쌍안경으로 찾은 이상형 여인에게 집착하는 남자, 아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던 남자의 선택은 그 집착과 욕망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나름 지식인이라 말하는 이들이 권태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아내 앞에서 ‘1인 2역’의 역할을 하고 ‘가면 무도회’에서 친구의 아내를 탐하기도 하는 이야기는 어른들의 매운 이야기이다.

끝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춤추는 난쟁이‘는 읽는 내내 서커스 천막 안에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 오스스하다.
가난한 가장인 회전 목마 나팔수의 작은 일탈과 뜻밖의 횡재를 다룬 이야기 ’목마는 돌아간다‘는 우리나라 근대 소설 속 민초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기담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야기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내면에 누구나 있는 악의를 표출해 내며 공포를 안겨준다.
100년의 세월을 건너온 이야기는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가졌던 공포와 불안을 극대화해 기괴하고 괴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읽고나면 썩 유쾌하거나 통쾌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풍기는 분위기에 빠져 읽게 되는 기담집은 인간이 가진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만연하고 있으니 지금의 우리가 소설 속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 그들이 숨기지 못하고 표출했던 욕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에 소설은 불편하고 불쾌하고 기괴하고 괴기스럽고 오싹하지만 재미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당첨되어 부커(책들의정원)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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