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감 (리커버)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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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막 태어난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요?

<엄마 도감>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전혀 새로운 인종으로 탄생한
엄마의 모습을 관찰한 도감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엄마 얼굴은
배 속에서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릅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어찌 시간이 지나간 지도 모르게
100일이 되고 엄마의 몸은 아이가 자라는 만큼
손가락도 손목뼈도 근육까지 다 달라집니다.

많은 그림책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이 그림책은 아이가 엄마를 관찰하는 시점으로
그려진 그림책입니다.

처음 엄마였던 탓에 실수도 많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대로 된 길로 가려 노력하지만
부모가 되는 길은 쉽지가 않습니다.

작은 그림책이 엄마의 고단한 수고로움을 알아줍니다.
부모 앞에선 여전히 아이인 엄마 모습에
괜히 코끝이 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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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눈
김주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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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떨어져 산적 없던 큰아들이
자대 배치받은 곳이 강원도다.
그래서 강원도는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지명이다.

청명하기까지 한 표지의 시집은
팔십이 넘은 작가가 시집이라고 우기고 싶지 않다는
시집이다.

“강원도 이천군 이천면 탑리”가 원적이고
어린 시절 잠시 국민학교를 다녔던 강원도를 시에 담았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해서인지
파우스트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실고
민주주의와 성소수자 등의 사회문제에도 눈 감지 않고
글을 쓰셨다.

남녘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왔는가 싶더니 뒤늦은 꽃샘추위에 꽃잎이 오들거린다.
그래서인지 <벚꽃 무덤>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벚꽃 무덤

벚꽃 무덤을 보러 나갔다
집 앞 창문 밖 뒤 창문 밖
모두 모두 벚나무로 가득가득한데
눈이 부셔서 피하러 나간 길에서
산 전체를 덮고 있는
벚꽃 무덤을 보고야 말았다

차마 한두 그루 나무 앞에 설 수 없어서
먼 산의 핑크빛만 눈으로 씻었다
오래 못 본 작은 아들의 그림자가
뜬끔없이 그 빛 속에서 나오더니
화려함 속에서 멀어져가는 봄
오는 것 가는 것이 모두 그리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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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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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16년 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이다.
전작의 덜 떨어진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비밀스러운 인물인 촌티 나는 다무라 군이 새롭게 등장한다.

하숙 생활 3년째 되는 여름, 110호 살던 ‘나’는 하숙집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방 209호로 이사해 살고 있다.
아카시 군은 ‘나’와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원수인 ’오즈’가 나눈 이야기에서 착안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기 위해 영화 동아리 ‘계’ 멤버들과 함께 하숙집에 모인다.

하숙집의 지박령 같은 히구치 스승까지 합세해 영화를 찍게 되지만 촬영을 마치고 목욕탕에 다녀온 뒤 오즈의 실수로 리모컨에 콜라를 쏟게 되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음 날 다다미 한 장에 빨간 일인용 좌식 의자를 한복판에 붙여놓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다무라 군을 만나게 되고 히구치를 포함한 몇몇은 리모컨이 고장 나기 전인 어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리모컨을 가져올 계획을 세운다.

정교함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다무라 군의 비밀과 과거의 리모컨을 현재로 가져왔을 때 세상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벌이는 일들은 점점 꼬이게 되고 바로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좌충우돌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특히 오랜 세월 전해오던 갓파 전설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작가의 재치에 탄복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드러나는 전작을 읽고 난 후라 더 재미있었던 모험 이야기는 어제와 오늘을 오가는 짧은 시간의 모험이지만 젊은 시절의 알 수 없는 불안과 어울려 흥미를 돋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럼 자유가 있는 게 되지 않을까요?”(p202)라고 말하는 아카시 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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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옥이
오승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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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은 몇 백 페이지의 소설보다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여순 사건을 다룬 <점옥이>가 바로 그런 그림책이 아닌가 싶네요.

5.18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3 사건보다 덜 알려진 여순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벌어진 국가 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입니다.

흙으로 밥을 지어 흙밥 위에 계란 꽃을 얻어
점옥이도 한입, 백구도 한입 하며
놀던 아이를 어떤 색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나뭇가지의 앉은 새만 쳐다보고 캉캉 짓던
언니를 따라 달려간 백구에게 파란 물이 들 수 있었을까요?

언니가 갖고 놀던 인형 점옥이 눈으로 본 그날의 비극은
제대로 쳐다보기 어렵습니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와 바람이
천천히 점옥이 얼굴을 지워”버리듯
여순 사건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잊힌 일이 돼버렸습니다.

뒤표지의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라는 글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단순한 기억이 아닌 제대로 기억해야만 하는
그날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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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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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대학 3학년 봄까지 이 년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네 편이 실려있다.
네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나‘와 ’오즈‘가 어떤 동아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폐허나 다름없는 다다미 넉장 반의 하숙집에 살고 있는 ’나’는 본디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유일한 친구이자 원수인 ’오즈’와 가깝게 지내면서 대학 생활 내내 허송세월을 보낸다.
‘오즈‘는 밤길에 마주치면 열 중 여덟은 요괴로 착각하고 나머지 둘은 요괴로 여길 만큼 심히 소름 끼치는 외모의 소유자로 칭찬할 점이 도무지 한 가지도 없는 사람이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1학년 때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는 ’나’는 영화 동아리 ’계‘, 도무지 어떤 목적의 동아리인지 알 수 없는 ’제자 구함’,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그리고 비밀 기관 ‘복묘반점’이라는 동아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소설은 평행우주 속 세상에 들어간 듯한 주인공이 네 곳의 동아리를 모두 경험하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소설 속 ‘나’를 비롯 등장인물 대부분은 찬란한 청춘을 마음껏 즐기는 이들이 아니다.
’나‘의 방 바로 위에 사는 ‘히구치’는 스승이라고 불리지만 특별히 하는 일 없는 일상을 보내는 듯하고
’히구치’ 스승의 라이벌이자 동아리 내에서 일인자인 ‘조카사키‘ 역시 충실히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뚜렷한 이유나 목적도 없이 그저 전통에 따라 반목하며 그 그 상황을 즐길 뿐이다.

우리나라 70~80년 대 청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행동들은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보니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몸무림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인생 곳곳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고 선택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경우의 결과를 궁금해하고 그것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네 번의 전혀 다른 동아리를 선택하지만 비슷한 결과를 얻는다.
나방이 등장하고 나방 때문인지 ‘아카시‘군과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오즈‘는 다리 난간에서 떨어져 골절을 입게 된다.
소설은 인물들이 벌이는 일들의 이유를 찾기보다 그들의 행동을 왁자한 소동극 자체로 즐기며 된다.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인생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보다 그 선택한 것에 얼마나 최선을 다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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