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웨덴에서 올해의 그림책에 수여하는 스뇌볼렌상을 2022년에 수상한 작품입니다.
‘나’는 평소처럼 쉬는 시간에 탁구대 주위를 빙빙 도는 친구들을 응원하다 탁구대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내 무릎에선 피가 나고 모두 걱정을 합니다.
내 무릎에는 커다란 밴드가 붙여지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걱정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건 물론 친구들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들이 사촌 형이랑 놀다 다쳐 손가락 부목을 댄 적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던 때였는데 아들 녀석의 부목댄 손가락을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고 놀이 시간이면
아들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들었다는 자랑을 했는데 부목을 풀게 되자 많이 서운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들은 누구도 갖지 못한 손가락 부목과 그로 인한 친구들의 관심을 꽤나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림책의 주인공 역시 아들과 닮은 모습이라 귀엽습니다.
다친 뒤 친구들의 관심은 온통 상처에 쏠려 있고 누군든지 주인공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놀이의 중심이 되고 보살핌을 받고 모든 관심은 ‘나’에게 쏠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상처는 딱지가 되고 그 딱지마저 떨어져나갑니다.

아이가 그린 듯한 평면적인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더 살려줍니다.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른들이 보기엔 호들갑스럽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진지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평범한 일상의 사건으로 인해 학교의 중심이 된 ’나‘의 상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 보는 내내 미소짓게 합니다.

<문학동네 그림책 뭉끄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시절 함께 살기도 했던 앨리스와 아일린은 절친한 친구다.
앨리스는 두 권의 소설을 내고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가 되어 크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지금은 더블린에서 떨어진 해안 마을 외곽에 커다란 집에 홀로 살고 있다.
반면 아일린은 더블린에서 박봉을 받으며 문학잡지의 보조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앨리스에게는 데이트 어플로 만난 물류 창고 노동자인 책 한권 읽지않는 펠릭스라는 남자 친구가 있고 아일린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의회 보좌관인 사이먼이 곁에 있다.
소설은 앨리스와 펠릭스, 아일린과 사이먼의 이야기와 앨리스와 아일린 사이에 오간 이메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은 깜짝 놀랄 큰 사건 없이 진행된다.
각각의 두 남녀는 서로에게 끌리지만 천천히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랑에 확신하지 못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사랑을 하고 확인하기도 한다.
서른에 가까운 두 여성의 이야기는 그 나이 또래의 일상 생활을 보는 것처럼 지리하게 흘러간다.

실제 미혼의 젊은 커플의 모습이 소설 속 커플의 별반 다르지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앨리스와 펠릭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연인이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누며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인정해 나간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아일린과 사이먼 역시 서로의 과거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과거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않고 현재의 모습만을 바라본다.

평소에 읽어오던 소설들과 결이 다른 소설을 긴 시간 동안 읽었다.
우리 인생은 가끔씩 싸우고 위기가 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조용히 흘러가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우리 일상이라는 게 큰 사건사고없이 평법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도 아는 이야기긴 하지만 먼 나라 젊은 작가를 통해 다시 확인한 이야기는 그래서 좋다.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으며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달만에 재독이다.
이야기를 다 알고 읽어도 재미있다.
처음 읽었을 땐 별거 아닌 내용들이 다시 읽으니 사건의 중요한 열쇠였다.


정해는 어린 시절 한 달간 살던 미아도에서 함께 지낸 우영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늘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간다.
어느 날 우영이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우영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정해는 미아도로 향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고립된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사이비 종교 폐쇄성과 우영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정해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시 읽으니 우영이 삶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산지기의 딸로 살면서 또래인 정해에게 온 마음을 주었고 대학을 보내준다는 말에 열심히 포교 활동을 했다.
또 가족이 필요해 영산교에 영산을 주고 정략 결혼을 하지만 남편은 죽고 홀로 남겨진 그녀는 그 섬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죽음을 맞고 만다.


부디 기구하기만 했던 우영이 평안한 안식을 얻었기 바라며 정해의 바람대로 경찰에 증거품을 넘기고 남자친구인 형석과 결혼을 하고 늘 그리던 대로, 두 아이가 나오는 그림을 그리며 평안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위즈덤하우스의 위피커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보라 작가를 알게 된 건 2022년 부커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저주토끼를 통해서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취향저격이었고 그 뒤로 열심히 작가님의 책을 찾아 읽었고 대부분 옳은 선택이었다.

이번에 #퍼플레인 출판사에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정보라환상문학단편선의 두 번째 소설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작가 정보라가 아닌 정도경이란 이름으로 2010년부터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 실린 소설 8편과 2018년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블릭G에 소개된 소설들로 환상과 현실은 물론 신화와 역사를 가미한 정보라 작가의 초기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게재됐다.

 

모두 10편의 단편이 수록될 소설집의 가제본은 4편의 단편을 맛볼 수 있다.

표제작인 #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 을 읽으며 처음엔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가 등장하는 첫 부분을 오타인 줄 알고 잠깐 뜨악했다.

등장하는 네 남자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서술되지는 않지만 어떤 폭력이 그들 사이에 존재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한의 끝을 마주하는 순간 큰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4편의 소설 중 가장 기괴하고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감염은 그 남자가 하는 이상한 부탁의 이유가 궁금해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점점 폭력에 무감해지던 주인공이 길고 괴롭던 폭력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내 존재 아래에서 타인의 존재가 무너지던 그 쾌감이 온몸으로 그리워"하는 폭력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그 어떤 괴물보다 무섭다.

 

#리발관의괴이 는 제목그대로 이발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다.

조상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개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기괴하다.

가제본의 마지막 이야기 #내친구좀비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육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지배가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 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랑은 내 뜻대로 너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너의 뜻을 마음껏 펼치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그 존재가 부모라 할지라도.

 

모두 4편의 이야기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개인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폭력을 저지른 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포장되기도 한다.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도 있다. 

폭력이 사람을 피괴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행해지는 폭력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오래된 책 제목을 떠오르게 한다.

 

<퍼플레인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여자 친구 위픽
서미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몇 년 동안 공부한 게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종호는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대학시절 인연이 있는 수빈을 만난다.
우연한 만남 뒤 둘은 연인이 되고 수빈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뉴스에서 접했던 사건들이 오버랩된다.
엄마의 죽음 후 파렴치한 의붓 아버지는 착한 딸에게 고통을 주고 하소연할 곳 없던 딸은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남자 친구는 완전 범죄를 꿈꾸며 의붓 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는다.

뭔가 큰 일이 읽어날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한다.
소설은 전혀 예상하지않은 종말을 맞지만 그 반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보통의 사람은 아무리 상대를 사랑한다하더라도 그를 위해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수빈은 말간 얼굴을 하고 “돈”에 미혹되고 그런 수빈에게 미혹된 종호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소설의 결말이 매스컴에 오르내릴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은혜를 모르는 인간에게 내려지는 벌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빼앗아버리는 것이니 벌은 제대로 내려진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위픽 시리즈는 재미있다.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