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다카시는 대학에 떨어지고 예비고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낡은 호텔에 묵게 된 다카시는 호텔 자리에 있던 가모 저택의 주인의 사진을 보게 되고 2.26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다카시는 호텔에서 우연히 마추친 남자가 비상계단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호텔 직원으로부터 옛 가모 저택의 주인이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그날 밤, 호텔에 화재가 발생하고 불길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한 다카시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고 둘은 58년 전 호텔이 있던 가모 저택으로 가게 된다.타임 슬립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살인 사건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소설은 700페에 가까운 장편의 이야기다.주인공인 다카시가 2.26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라 독자 역시 그 사건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는 소설이다.다카시가 직접 경험하는 2.26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그 날 일본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의 사건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많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타임슬립은 주인공이 일으킨 작은 변화로 역사에 흐름이 바뀐다는이야기가 대부분이다.<가모 저택 사건>속에서는 타임슬립으로 개인의 인생에는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어떤 수로도 역사의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는 설정이다.근대사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주인공의 답답함과 많은 사람의 죽음을 불러올 전쟁이 일어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괴로운 마음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타입슬립이라는 SF와 2.26이라는 역사적 사실, 쿠데타로 밀실 상태가 된 가모 저택에서 일어난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져가는 미스터리와 과거에 사는 여자와의 러브 스토리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소설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팬이라면 필독해야 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주인공이 일어난 사건을 알고 있어서 흐름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은 이미 천만을 훌쩍 넘긴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느끼는 무력감과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경험하게 하지만 마지막을 읽으며 어려운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민초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놀이터에는 많은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미끄럼틀도 있고 정글짐도 있고 그네도 있고 시소도 있습니다.이렇게 많은 놀이기구 중 절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놀이기구가 있습니다.바로 시소입니다.그냥 일없이 시소에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없습니다.덩그러니 놓인 시소에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앉습니다.당연히 시소는 기사 쪽으로 기울고 그때 검은 복면을 쓴 돼지가 맞은 편에 앉는 데 이번에 돼지 쪽으로 기울어집니다.그러자 기사 쪽에 엘비스가 올라옵니다.시소는 비슷한 무게를 가진 이들이 시소의 양 끝에 타야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그림책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무겁다와 가볍다”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친구들의 수도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그저 신나게 시소를 즐기기 위해 악어가 찾아오고 힘센 아저씨도 찾아오고 털복숭이도 찾아옵니다.헤비메탈 밴드를 만나면 신나게 고개를 흔들고 고래가 물을 뿜으면 신기하고 커다란 오징어를 만나면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놀이터를 가로질러 달리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오르다 친구와 웃으며 시소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림책입니다.크레파스 질감의 원색 그림은 아무 생각 없이 걱정 따위 개나 줘버리고 신나게 노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더는 놀이터를 찾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쓸쓸한 시소에 가만히 앉아 보고 싶어집니다.<이벤트에 당첨돼 노는날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입니다.>
해도 뜨지 않은 월요일 이른 아침에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남매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칩니다. 서로를 탓하며 티격태격하던 남매는 걸어서 학교로 출발합니다.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르고 모습을 남매는 이미 학교에 가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오늘 하루 학교에 안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빨리 가야 한다는 조바심도 사라지고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경찰을 피해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도 하고 낯선 강아지와 함께 고물상에서 보물을 찾기도 합니다.바다에서의 알몸 수영도 자유롭게 하고 비가 오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늘 버스에서 바라보던 풍경은 걷다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그림은 아이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둡게도 밝게도 그려집니다.보려는 마음이 없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담기는 순간 자유롭고 아름답게 펼쳐집니다.매일 매일 반복되는 날 중에 하루쯤 궤도를 벗어나도 큰일은 생기지 않습니다.그럴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입니다.2003년 IBBY 최우수 그림책상을 수상한 책은 아이에게는 신나는 하루의 일탈을 보여주고 어른에게는 자유로운 하루를 꿈꾸게 해 줍니다.<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자유롭게 읽고 느낌을 적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희곡 형식의 글이지만 따라 읽다 보면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의 대화가 생생하게 전달된다.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의 이야기는 그들의 역할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인간을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인공지능들이 새로 태어난 인공지능 ‘우팔리’를 위해 모인다.인공지능을 돕는 인공 지능 ‘하드리아누스“,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트라야누스‘, 인간과 먼 곳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수부티‘, 높은 차원의 인공지능 ’아난다‘다.그들은 인간을 위해 집 안 일을 하기도 하고 국세청에서 회계를 담당하기도 한다. 인공 지능들은 인간의 생활을 도울 뿐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의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고뇌한다.함께 생활했던 인간의 죽음 뒤에 인공지능으로서의 생을 정리할 결심을 하기도 한다.공상이 아닌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먼 미래에도 여전히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소설 속이지만 씁쓸하다.요즘 같은 세상에는 인공 지능이 나쁜 인간을 조종해서 라도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위즈덤하우스의 위피커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온 지 오래 전이지만 소설 속 “나”의 기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지났던 듯하다.소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아는 어른도 아닌 그 옛날 어느 날을 떠오르게 한다.<나>의 초등학교 4, 5, 6학년 시절은 파벌이 존재했고 귀엣말을 하지만 진짜 친구인가 싶은 아이들과 함께 한다.비밀을 이야기하고 “너 같은 남자친구 있으면 좋겠다.”(p12)고 말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나만의 여자애가 된다.사춘기를 겪는 남녀 학생이 한 교실에서 벌이는 눈치 게임과 어느 때는 한없이 유치한 놀이를 하다 가도 어느 순간 어른을 흉내 내는 이야기들이 빛바랜 사진 속 추억을 꺼내는 기분이다.소설임에도 아무 대목이나 펼쳐 읽어도 이야기가 된다.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쓸쓸한 날과 검게 그을린 얼굴의 아버지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누구나 지나왔을 그 시절이 부끄럽기도 그립기도 하다.<위즈덤하우스의 위피커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