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고도 독자는 각각의 느낌을 갖고 책을 덮는다.그래서 다른 사람은 나와 같은 책을 어떻게 읽었을 지 궁금해 리뷰를 찾아 읽는다.“애욕의 한국 소설”은 서귤 작가가 정리한 애욕(어떤 대상에 대한 애착과 사물에 대한 욕심) 가득한 소설 이야기다.1939년 현진건의 ‘무영탑’으로 시작해 2010년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끝으로 25편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의 톡톡 튀는 작가의 소설 이야기를 후루룩 읽다 웃음 포인트에 팡 터지다보면 아직 읽지않은 소설들을 읽고 싶게 만든다.아쉬움이 있다면 ‘애욕’이 가득한 소설이 근대 소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요즘 출간되는 소설을 작가님이 어떻게 읽었을 지 궁금해 진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6종의 해양 생물이 등장하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집이다.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와 ‘나’와 ‘위원장님’ 그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오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기괴함은 덜하지만 책을 덮은 후 느껴지는 현실적인 공포의 체감은 휠씬 크게 느껴진다.<#문어>는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자 농성이 시작되고 밤새 농성장을 지키던 ‘위원장님’은 문어를 먹어 버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찾아와 ‘나’와 ‘위원장님’을 데려가 취조한다.죽도시장의 <#대게>는 러시아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크름 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에 따른 해양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고발한다.<#상어>이제는 남편이 된 위원장님의 암이 재발하고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 중인데 운명처럼 받은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에서 엄청난 진실을 만난다.<#개복치> 남편의 조카 ‘선우’가 주인공인 소설로 아빠와 함께 타게 된 잠수함에서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개복치와의 만남은 한없이 귀엽게 그려진다.<#해파리> 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십 명이 외국계 투자 회사에 근무하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문자를 받자 그 데모 현장에 달려간 ‘나’와 남편이 만나게 되는 해파리 이야기다.마지막 <#고래>는 작가가 사랑하는 구룡포와 원전 폐수가 방류되는 바다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먼 우주로 떠나버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다.작가의 이야기를 꽤나 좋아하는 독자라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그의 소설은 대부분 어둡고 기괴하고 읽고나면 마음이 답답해 진곤 했는데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쓴 그의 이야기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바다색만큼 밝아졌고 환해졌다.처음 “자전적 sf소설”이라는 모순적인 단어의 조합을 보며 sf소설이 자전적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읽고나니 이 소설들은 자전적 sf가 맞다.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쓰는 형식을 빌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작가는 강사법과 크름 반도 사태, 신약 개발 사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그리고 해양 오염 문제까지 지금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sf라는 옷을 입혀 고발한다.소설을 읽는 내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얼마 전 일본의 원전 폐수 해양 투기가 시작되자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너무 조용해 진 걸 보며 우리의 냄비 근성을 비웃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아 더욱 화가 난다.대학 강사였다 결혼 후 포항에 내려와 전업 작가로 살면서 직접 접하는 바다와 그 바다에 의지해 사는 이웃들을 보며 느꼈을 미안함과 불안이 소설을 읽는내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남편과 시어머니라는 새로운 가족들과 살아가는 작가의 행복을 지켜주고 우리 지구인의 안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투쟁!👊<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한 본 책을 완독 후 정리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이별을 합니다.그 이별 중 가장 슬픈 이별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죽음이 갈라 놓은 이별입니다.제 기억 속 가장 슬픈 이별 역시 할머니와의 이별입니다.제 어린 시절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할머니는 제가 성인이 된 후에 돌아가셨지만 그 상실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었습니다.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나‘는 슈퍼히어로처럼 엄마에게 달려갔지만 엄마는 웃는 게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그리고 ’나‘를 꼬옥 안으며 우리 집 슈퍼고양이 투실투실 방귀쟁이 듀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엄마는 듀크가 기다란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갔다고 이야기하다 땅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고도 합니다.그러나 ’나‘는 알아요. 듀크가 어디로 갔는지.사랑하는 고양이의 죽음이라는 슬픔 이야기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장되고 유쾌한 그림은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대해야 하는 지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듀크는 작은 사다리를 타고 내 위로 올라왔어. 발가락을 풀쩍 넘어 무릎을 지나서…배 위에서는 잠깐 멈춰서 기지개도 쭉 켜 줬어.그런 다른 우리 가슴속으로 쏙 들어온 거야.”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합니다.특히 어린 아이에게 그 것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는 더더욱 힘들고 어려워합니다.그림책은 우리에게 닥친 영영 만날 수 없는 이별을 말하는 법을 ’나‘의 입을 통해 듣게 합니다.누구나 살아가면서 죽음과 그로 인한 상실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그림책은 숨기고 돌려 말하기보다는 함께했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는 게 진정한 애도임을 알려줍니다.<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2기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자살로 돌아가신 분들의 자살 이유나 원인을 분석하고 알아보면서…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하며, 자살 예방을 목적으로 유가족의 심리상담과 심리 부검을 진행하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공인된 시설”(p18)인 심리부검센터의 내방자들의 이야기다.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총 6장에 이야기는 각자의 사연의 다루고 있어 연작소설 느낌이 많이 난다.자살 유가족을 포함 센터에서 일했던 상우와 센터장인 지안, 그리고 지안의 오빠 지훈의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유가족의 안타까움을 그대로 전해준다.고인의 사망 시간에 센터 근처의 낡은 공중 전화에서 전화를 걸면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설정은 고인의 마음을 알고 싶은 유가족의 간절함의 크기로 느껴진다.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자살을 선택한 남자의 부인, 자살을 예고하는 사진을 보낸 후 죽은 전남친때문에 괴로운 여자, 자해하던 딸이 자살한 뒤 불안과 회한으로 괴로워하는 엄마, 그리고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엄마의 갑자스러운 자살의 이유를 알고 싶은 아들의 심리부검이 시작되고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그리고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상우의 비밀과 지안, 지훈 남매의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주는 슬픔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준다.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뉴스는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자살 유가족이 죄인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데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의 고민과 고통스러운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고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남은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고 소설은 내내 말한다.당사자가 아니면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고통을 자살시도 생존자인 작가의 목소리로 듣다보면 따듯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그때, 만약‘ 내가 그의 손을 잡아줬다면 아니면 한마디 말이라도 전했더라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후회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 지 이유라도 알고 싶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자책하고 원망하며 괴로워할 유가족에게 건네는 네 잘못이 아니라는 작은 위로 같은 소설이다.<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로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붉은 박물관”은 작가가 영국의 범죄 박물관인 “검은 박물관”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범죄 자료관으로 해결된 사건이나 미제 사건의 서류와 증거품이 보관된 곳이다.천재적인 추리 능력을 갖고 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유능한 형사였지만 한 번의 실수로 좌천돼 한직인 박물관의 조수가 된 데라다 사토시가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다.5개의 연작소설은 미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고 이미 해결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도 하고 과거의 사건과 연결된 현재의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관장 히이로가 서류만으로 사건에 의문을 갖게 되면 강력반 형사 경력을 살린 사토시가 사건 관계자들을 만난 후 히이로가 추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형식의 이야기는 다소 작위적인 면이 있지만 재미는 있다.특히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질문>은 범인의 행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가정 폭력의 폐해가 유능한 직업인인 한 사람을 어떻게 파멸시키는 지 보여줘 마음이 아프다.몸으로 뛰는 수사가 아닌 남겨진 서류와 관계자 인터뷰로 해결되는 사건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미해결된 사건들이 소설처럼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꿈꿔본다.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기억속의유괴 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