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그네입니다.바람이 시원한 날에 발을 굴려 그네를 타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에 행복해지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타는 그네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우리는 그네를 타며 행복해하기만 했지 우리를 태운 그네의 기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공원 한 쪽 커다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그네의 이야기입니다.바람이 불어오면 묵직하게 견뎌 내야 하는 그네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매일 다른 무게의 사람들이 찾아와 힘차게 그네를 타지요.아이들은 두 손에 땀을 쥐고 높게도 낮게도 날며 즐거워합니다.“0세에서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시리즈 웅진모두의책 예순한 번째입니다.그림책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그네의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한 커다란 크기의 판형입니다.바람을 가르며 타는 그네만큼 역동적이고 선명한 그림은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어울려 실제로 그네를 탔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처음 그림책을 봤을때는 단순한 그네의 이야기로만 보였습니다.반복해서 읽다보니 그네에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여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족을 위해 사셨던 아버지와 타는 사람들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야하는 그네의 모습이 왠지 닮은 듯합니다.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에 자유로워진 그네를 보며 괜히 뭉클해집니다.아이에게는 발을 굴려 신나게 타는 그네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그리운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기에 충분한 그림책입니다.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아흔 살의 잔 할머니의 일기를 통해 시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년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던 #체리토마토파이 의 작가 #베로니크드뷔르 의 새로운 소설입니다.이번 작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5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 사랑하는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쓸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일흔세 살의 엄마에게 첫사랑이자 실연의 아픔을 안겨줬던 남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옵니다.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진 서로의 집을 오가기도 하고 가족들을 함께 만나기도 하며 조심스럽게 만남을 이어갑니다. 만약 내가 딸인 베로니크라면 엄마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을까 내내 생각하며 읽었습니다.아직 엄마의 나이는 멀었고 딸의 나이는 지났지만 쉽게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아빠에 대한 의리(?)때문만이 아니라 점점 건강을 잃어가는 상대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까닭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딸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기에 엄마가 나이 들어가는 첫사랑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첫사랑을 만난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나이 따위는 잊고 그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사랑은 누구에게 이해 받는 게 아닌 본인의 간절함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젊은이들의 연애처럼 역동적이거나 주도권 싸움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노년의 사랑을 보며 긴 시간 혼자 쓸쓸히 보내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되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음에도 그들에게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며 노인과 장애인의 사랑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베로니크가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사람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편견없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과연 나는 진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일본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에드가 오라는 모던보이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1929년은일당사건기록> 시리즈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이번 이야기는 은일당 사건 기록에서 경성의 다방 ‘흑조’의 주인으로 잠깐 등장했던 ‘천연주‘가 주인공으로 1928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장편소설이라 분류된 소설이지만 세 편의 연작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인 천연주는 고보 시절 불의의 사고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큰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1928년 12월, 연주는 야나와 강선생과 함께 물 좋다는 부산의 동래온천으로 요양을 떠난다.모두 3장으로 된 소설은 부산이 배경인 세 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1장의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는 부산에 도착도 하기전 기차에서 정신을 잃은 연주 일행은 기차에 동석한 손선생의 도움으로 구포 면장집에 머무르게 된다.그곳에서 연주는 야시고개의 여우에게 의뢰 받았다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2장은 ’흑조는 감취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로 구포를 떠나 부산의 스미레장에 머무르게 된 연주는 일본에서 여행 온 부부와 가까워지지만 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3장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는 우연히 연주의 고보 시절 선배인 상미와 재회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연주는 몸이 불편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놀라운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동행한 일행들과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특히나 3장의 ’회색‘의 추적신은 손에 땀을 쥐게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라 잃은 가난한 젊은이의 비애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다.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 속 연주는 조선 최고의 갑부이자 창시개명까지 한 친일파로 불리는 집안의 외동딸로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신분을 십분 활용한다.당당하게 센타 아카네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건을 해결하기도 연주라는 이름으로 옛지인의 어려움을 돕기도 한다.싸늘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슴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연주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무경 작가‘의 새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고향인 부산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작가가 가장 잘 아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탓에 글을 읽으며 그 시절 부산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해 더 좋았다.어쩜 경성으로 옮긴 다음 이야기 속에는 에드가 오나 선화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작가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주석을 읽으면 그 시대의 제대로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와 발품을 팔며 고생하셨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앞으로도 작가님의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이상교 작가님의 글에 밤코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아주 좋은 내 모자>입니다.여름철 외출 필수품, 머리 안 감은 날 바쁘게 나갈 때도 최고인 내 모자 이야기입니다.할머니가 사 주신 내 모자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쨍쨍 햇볕도 가려주고 비가 올 때 머리를 젖지 않게도 해 주지요.그리고 풀밭에 깔고 앉을 수도 있고 개울물에서 송사리를 잡았다 놓아줄 수도 있어요.다정한 이상교 선생님의 글과 어울린 귀여운 밤코 작가님의 그림이 모자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들을 알려줍니다.거기다 할머니와의 추억도 모자와 함께 만들어갑니다.아주 아주 좋은 모자 이야기를 읽다보면 예쁜 모자를 하나 장만하고 싶어집니다.그 모자를 쓰고 햇볕이 쨍쨍한 날 산책해도 좋고 걷다 지치면 나무 그늘에 앉아 부채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앞 뒤 면지에 이어진 이야기를 보며 역시 강아지는 사랑이라는 진리를 다시 얻어 갑니다.두 작가님의 협업이라 더 눈부신 모자이야기입니다.
저에게 이유리 작가님은 슬픈 이야기도 따듯하고 유쾌하게 쓰는 작가입니다.열네 편의 짧은 소설이 실린 소설집 속 이야기도 팍팍하고 슬픈 이야기지만 그 내면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지구가 사실은 외계 생명체가 가꾸는 행성에 불가하다는 ‘가꾸는 이의 즐거움’을 읽으며 우리가 계속 지독한 미생물로 살다간 언제든지 인류 전용 약품이 뿌려질 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집니다.평범한 날의 행복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돌이키는 하루‘도 쓸쓸하지만 어린 시절 즐거운 한 때로 보내줘 읽는 순간 행복해집니다.바이러스에 오염돼 하루에 단 5분,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는 ’5분 동안‘도 슬픈 이야기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 되는 이야기입니다.다른 이야기들도 작은 것에서 행복과 희망을 찾는 이야기들입니다.그 중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기쁨 목걸이’였습니다.좋아하는 드라마인 ’나의 행방일지’에서 염미정이 구씨에게 한 ”하루에 5분만 숨통 틔여도 살만 하잖아“라는 대사가 생각나는 이야기였어요.그렇게 별 것 아닌 일들이 쌓이고 싸여 하루를 살게 해 주는 게 인생이잖아요.열 네편의 소설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은 걸 꾹 참아봅니다.소설은 먼 미래에도 지금과 다르지않은 슬픈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표지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어린 시절 캔 속의 존재가 예언했듯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이 된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다음 글들을 고대하며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