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일본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에드가 오라는 모던보이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1929년은일당사건기록> 시리즈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이번 이야기는 은일당 사건 기록에서 경성의 다방 ‘흑조’의 주인으로 잠깐 등장했던 ‘천연주‘가 주인공으로 1928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장편소설이라 분류된 소설이지만 세 편의 연작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인 천연주는 고보 시절 불의의 사고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큰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1928년 12월, 연주는 야나와 강선생과 함께 물 좋다는 부산의 동래온천으로 요양을 떠난다.모두 3장으로 된 소설은 부산이 배경인 세 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1장의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는 부산에 도착도 하기전 기차에서 정신을 잃은 연주 일행은 기차에 동석한 손선생의 도움으로 구포 면장집에 머무르게 된다.그곳에서 연주는 야시고개의 여우에게 의뢰 받았다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2장은 ’흑조는 감취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로 구포를 떠나 부산의 스미레장에 머무르게 된 연주는 일본에서 여행 온 부부와 가까워지지만 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3장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는 우연히 연주의 고보 시절 선배인 상미와 재회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연주는 몸이 불편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놀라운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동행한 일행들과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특히나 3장의 ’회색‘의 추적신은 손에 땀을 쥐게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라 잃은 가난한 젊은이의 비애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다.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 속 연주는 조선 최고의 갑부이자 창시개명까지 한 친일파로 불리는 집안의 외동딸로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신분을 십분 활용한다.당당하게 센타 아카네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건을 해결하기도 연주라는 이름으로 옛지인의 어려움을 돕기도 한다.싸늘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슴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연주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무경 작가‘의 새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고향인 부산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작가가 가장 잘 아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탓에 글을 읽으며 그 시절 부산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해 더 좋았다.어쩜 경성으로 옮긴 다음 이야기 속에는 에드가 오나 선화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작가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주석을 읽으면 그 시대의 제대로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와 발품을 팔며 고생하셨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앞으로도 작가님의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