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죽은 밤에
아마네 료 지음, 고은하 옮김 / 모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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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열네 살 여중생 ‘도노 네가’가 빈 집에서 같은 반 ‘가스가이 노조미’를 살해한 협의로 체포된다.
’네가‘는 순순히 살인은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48시간 이내에 신병과 사건기록을 검찰해 송치해야 하는 경찰은 형사부 수사1과의 마케베와 생활안전과 소년계 소속 나카타가 한 조가 되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용의자인 ’네가‘와 피해자인 ’노조미‘는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접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엄마와 살고 있는 ’네가‘는 가난하고 학업 성적도 뒤쳐지는 반면 아버지와 살고 있는 ‘노조미’는 학업 성적도 좋은 플루트를 부는 인기많은 부잣집 아이다.
도통 살해 이유를 알 수 없던 형사의 눈에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회파 미스터리인 소설은 살인용의자는 이미 체포됐고 그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전개되는 데 나카타와 마케베의 수사과정과 ‘도노 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부모는 물론 사회에서도 어떤 도움을 받지 못한 미성년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지만 직접 경험한 듯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한 번 수렁에 빠진 부모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뿐이지 처음부터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자신의 고통만 들여다볼 뿐 자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네가’의 엄마는 어린 딸을 돈벌이에 이용할 생각만 할 뿐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
선생님 역시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네가’에게 엉뚱한 아프리카 사람들 이야기로 진실을 호도한다.

아무리 좋은 복지 혜택이 있다해도 접근성이 좋지못하거나 그 혜택을 이용하는 순간 낙인이 찍힌다면 소용없는 제도일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마음이 아프다.
희망이 사라져버린 순간 두 아이의 선택이 남의 나라 먼 이야기같지않아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 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들인데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위험에 내몰린 아이들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슬프다.



<도서는 모로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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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강아지똥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이기영 해설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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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물론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제작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그림책 ’강아지똥‘이 원작 그대로의 ’동화 강아지똥‘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강아지똥‘은 기독교아동문학상 공모할 당시 동화 부분은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이라는 제한이 있어 50장의 원고를 줄여서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감나무 가랑잎 이야기와 마지막 장면 5장을 덜어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강아지똥은 참새에게 더러운 똥이라는 소리를 듣고 속이 상했습니다.
자신이 아무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슬퍼하고 있을때 밭에서 옮겨지다 떨어진 흙덩이를 만나 위로받게 됩니다.
그리고 겨울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감나무 가랑잎을 만나게 됩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깨어난 강아지똥은 비로소 자신의 쓸모를 알게 됩니다.

‘동화 강아지똥’은 자연의 섭리와 함께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진리를 하찮은 강아지똥을 통해 보여줍니다.
다시 달구지에 실려 밭으로 가게 된 흙덩이가 남긴 말은 큰 울림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합니다.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드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감나무 가랑잎은 죽음이라는 더 큰 담론과 함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감나무의 가랑잎이 가을이 되고도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지않는다면 그 감나무는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감나무 가랑잎의 희생이 있었기에 새봄에 새잎을 틔울 수 있었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책보다 더욱 풍성해진 이야기는 정승각 선생이 새롭게 그린 그림으로 더 빛을 발합니다.
거칠게 보이는 닥종이 느낌의 종이 위에 종이죽으로 그린 그림은 입체적인 느낌으로 하찮게만 보이던 것들을 더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낮은 곳에서 살면서 작은 것까지 귀하게 여기던 마음 그대로 살다간 작가의 생이 그대로 녹아 있는 <동화 그림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에게 작은 경종을 울립니다.



<본 도서는 길벗어린이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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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는 집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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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목재 회사인 만하임 그룹의 경영인인 페르 귄터 모트가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한 장의 사진의 비밀을 풀기 위해 탐정인 율리아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잃곤 하는 페르는 자신의 핸드폰에 누군지 모를 시신의 모습이 찍혀 있자 혹시 자신이 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두려워 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율리아는 경찰인 전남편 시드니와 함께 페르의 저택에 도착해 가족들을 한 사람씩 면담하기 시작한다.
범행 현장도 알 수 없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시신의 사진은 만하임 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이 있던 시각에 찍힌 사진이라는 사실때문에 그 곳에 함께 읽던 육촌 형제들이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기 시작한다.

육촌 중 막내동생인 시리의 의해 사진 속 인물이 모트가의 장남인 베르테르임이 밝혀지지만 가족의 골치거리였던 그의 죽음을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다.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가는 찰나 호수에서 베르테르의 시체가 떠오르고 율리아는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탐정의 성별은 대부분 남자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율리아는 여자 탐정인데다 신체적인 약점과 정신적인 약점을 모두 갖고 있는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탓에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또한 헤어진 전남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기도 하고 성급하게 범인을 단정짓기도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스웨덴의 경찰 소설 ‘마르틴 베크’시리즈처럼 부부 작가가 쓴 <아이가 없는 집>은 탐정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누가 범인인지 찾아가는 “고전 후더닛 미스터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인 까닭엔 한정된 장소에서의 추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은 4대째 내려오는 목재 재벌 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추악한 모습 파헤져 간다.

가장 힘없는 누군가의 희생과 그 위에 군림하는 악의 모습은 보여줌으로써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 소설은 시리즈의 포문을 연 소설답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과연 율리아는 소설 끝에 예고된 다음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전 남편인 시드니와의 관계는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대단한 추격신이나 기발한 추리가 없이 용의선상의 인물들을 만나 사건에 대해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소설은 넥플릭스 영상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과연 율리아가 수사를 진행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세상이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어떻게 구현할 지 기대된다.
물론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다.


<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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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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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x청춘>은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 열한 편과 2년에 걸쳐 쓴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직접 경험한 일을 소재로 쓴 ‘사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로 알려진 탓에 그의 소설을 읽는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해하며 읽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소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는 집주인인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일 년이 지나도록 세입자인 세이센에게 월세를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매번 결연한 결심을 하고 찾아가지만 빈손으로 돌아오는 ’나‘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고뇌하는 세이센이 다자이 오사무 본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요조‘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어릿광대의 꽃>은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 여자는 죽고 본인만 살아남은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인공 이름이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 <인간 실격>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아 프리퀼 느낌의 작품입니다.

<등롱>, <여학생>, <부끄러움>은 여성 화자가 주인공으로 여성 심리를 잘 다룬 작품들입니다.
<여학생>은 열네 살 여학생의 하루의 일상을 서술한 이야기로 독자였던 아리아케 시즈가 보낸 일기를 토대로 한 작품이라 발표 당시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부끄러움>은 사소설 형식의 이야기를 읽으며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이야기로 착각하여 벌어진 해프닝을 다루고 있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린 다자이 오사무의 에세이 <생각하는 갈대>를 읽으며 작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느낌과 함께 그가 그토록 발간되는 걸 탐탁지 않아하던 서간집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하고 궁핍하게 살면서 아쿠타가와 상을 받기 위해 청탁 편지를 보내고 여러 사람에게 비굴하게 돈을 융통하기 위해 보냈던 편지가 서간집으로 나오고 나는 그 서간집을 읽고 소설을 더 찾아 읽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청춘”의 사전적 의미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네이버에서)입니다.
대부분 나처럼 청춘을 한참 지나온 나이의 사람은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고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지만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젊은이들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불안한 미래때문에 한없이 힘든 시절입니다.

짧은 생을 살다간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을 읽으며 여러 번의 자살 시도까지 옹호할 수는 없지만 불안의 시대를 어렵게 살았던 그의 청춘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울한 다자이 오사무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을 읽으며 그래도 즐거웠던 이유는 죽음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한켠에 유쾌함을 간직한 탓이었습니다.
두 작가의 청춘을 이해하고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소설집이었습니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북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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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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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라쇼몽 효과라는 말의 유래가 된 소설 ’라쇼몽‘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그토록 받고 싶어하던 ’아쿠타가와 상‘의 장본인 정도가 다였습니다.
물론 그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게 되었구요.

모두 12편의 중,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서른다섯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가 쓴 ’청춘‘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청춘만을 살다간 작가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작가의 짧은 생을 알고 있던 까닭인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첫 이야기 ’짝사랑‘은 친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 형식의 소설로 짧은 소설이지만 그 시대만의 운치가 느껴집니다.
친구가 짝사랑했던 여자가 이름도 모르는 영화배우를 짝사랑했다는 이야기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지금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 우습기도 하네요.

’귤‘ 역시 짧은 이야기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나‘는 초라한 모습의 소녀를 보게 됩니다.
소녀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다 건널목의 철조망 너머의 소년 셋에게 귤을 던져줍니다.
’나’는 아마도 그들이 고용살이 가는 누나를 배웅하러 나온 동생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열두 편의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중편인 ‘갓파’입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자신이 갔던 갓파 나라에게 겪은 일들을 들려주는 형식의 이야기로 사는 모습은 인간과 비슷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문화와 사상 등을 가진 갓파 나라를 빗대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고 폐허가 된 집터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 그림 ’늪지‘를 보며 걸작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신기루‘를 보기 위해 간 구게누마 해변를 걷는 모습 등 소설을 읽다보면 그 상황이 손에 잡힐 듯하고 풍경 또한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집니다.

소설을 읽고 왜 그토록 다자이 오사무가 그를 기린 아쿠타가와 상을 받고 싶어 심사위원인 사토 하루오에게 청탁의 편지를 쓰게 됐는 지가 공감하게 됩니다.
100년을 건너 이제야 읽은 이야기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의 이야기는 그 시절 청춘들이 느꼈을 불안과 암울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 특히 ’라쇼몽‘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북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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