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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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빠 소유의 에다우치지마섬은 둘레가 1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작은 섬이다.
큰아빠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한 뒤 리조트 사업 계획이 진행되고 일단 섬을 시찰하기로 한 아버지는 ‘나’를 포함 큰아빠 친구와 관광 개발 회사, 건설 회사, 부동산 회사 사람들까지 모두 9명이 1박 2일 일정으로 섬에 도착한다.

큰아빠가 섬에 다녀간 지는 5년전으로 알고 있는데 섬에 도착해 보니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고거기다 작업장 안에는 다량의 폭약이 발견된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아빠는 큰아빠가 관련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망설인다.

‘나’는 관광 개발회사의 인턴인 아야카와 씨와 한 방을 쓰게 되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는다.
그런데 밤새 부동산 회사의 오사나이 씨가 큰아빠의 석궁에 맞아 죽어 있고 범인이 보낸 열가지 지시 사항을 적은 종이가 발견된다.

1.섬에 있는 사람은 오늘부터 사흘간 결코 섬을 떠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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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정체를 밝혀내려 하거나 살인범을 고발하지 말 것.

이 항목들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작업장에 있는 폭탁의 기폭 장치가 작동해 모두 죽게 된다.

섬에 함께 온 사람들과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단지 큰아빠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누구를 범인으로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범인을 알려고도 해서는 안되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발설하면 안된다.

보통의 클로즈드서클물이라면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전화도 할 수 없고 그 곳을 벗어날 수도 없다.
‘십계’ 속 섬은 섬이지만 휴대전화의 전파가 잡히고 언제든지 배를 불러 그 곳에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십계 속 범인은 고립되었으나 고립되지 않은 섬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살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기를 명령한다.
작가의 전작 <방주>가 전형적인 클로즈드서클을 추구했다면 <십계>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해야만 하는 설정이다.

거기다 범인을 짐작하거나 추리해서도 안되고 누군가 의견을 나눠서도 안된다.
설령 범인을 짐작하고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 짐작하더라도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
누구를 구하려는 것은 남은 모두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때문이다.
작가는 범인을 추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끊임없이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나는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어떤 단어를 읽는 순간 오타인줄 알았다.
뭔가 있을 줄을 알았지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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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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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증조할머니가 50년 넘게 살다 돌아가신 적산가옥은 외증조할머니가 전쟁터에서 간호장교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구입한 집이다.
‘나’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적산가옥에서 보냈고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은 ‘나’에게 상속된다.

’나‘는 유산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서른이 되는 해에 딱 1년을 적산가옥에서 살아야 한다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 우형민과 적산가옥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나’의 적산가옥에서의 생활은 알 수 없는 존재의 등장으로 평안은 깨지고 외증조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의 원래의 집주인인 가네모토의 아들 유타카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은 현재의 유타카 유령에 시달리는 ‘나’와 유타카를 간호하기 위해 적산가옥에 입주했던 나의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1930년 대의 잔혹한 일제의 수탈만큼 끔찍한 유타카의 이상행동과 그 이유에 중심을 둔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집에서 풍기는 을씨년스러움과 불쾌한 냄새가 그대로 전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미래를 안 덕분에 경제적인 이익과 목숨을 건지는 데도 유용하다면 그 욕망의 크기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가네모토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임을 진즉 알고 있었지만 우형민과 가네모토의 악의는 그 어떤 것보다 추악하고 공포스럽다.

’작가의 말‘을 읽고 소설의 모티브인 군산시 신흥동의 히로쓰 가옥을 검색해 보았다.
이제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가등록유산이 된 집은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그 집의 암흑기를 짧게나마 경험한 작가가 부러워지고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조예은 작가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 아팠지만 그만큼 슬프고도 아련한 공포스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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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는 역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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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다가 과거 어느 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해 줍니다.

선택하지 않은 과거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마호로시역에 가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 되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확히 보름달이 떴을 때 소부선 전철을 타고 신코이와역에서 히라이역까지의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후회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소설은 모두 5명의 사연자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의 다나카 노부루씨는 네 명의 아들을 두고 있지만 현실의 삶은 점점 피곤하고 지쳐갑니다.
오랜만에 참석한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동창 이와사키가 건넨 학창 시절 좋아했다는 한 마디에 졸업식 당일 고백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하게 됩니다.
그 후회가 크고 간절했던지 다나카는 마호로시역에 가게 됩니다.

나오코는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동생을 시기질투하며 사이가 멀어집니다.
만약 그때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했더라면 어땠을까 늘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유명한 뮤지션인 마야마는 SNS에 올린 글때문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고 현재는 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때 꿈을 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늘 궁금합니다.

아이다 린은 엄마가 수술을 받자 미리 병원에 모시고 가서 건강 검진을 받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만약 그때 병원에 모시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후회합니다.
자연재해로 아내를 잃은 가쓰라기 신이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매일매일 후회를 하며 보냅니다.

등장인물들은 마호로시역에서 자신이 현실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을 살아봅니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을때는 처음 그 시간의 전철 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다른 선택은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단지 주인공들이 지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돌아올 뿐입니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경험은 지금의 선택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도 하고 오해하고 있던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깨달음과 함께 일희일비라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도 됩니다.

현실 세계에서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마호로시역에서 과거로 돌아가 본들 무엇 하나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삶을 살아본 주인공들은 현실의 삶의 소중함을 찾아내 조금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어쩜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선택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전작 <작별의 건너편>에서는 죽음 뒤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현세에 있는 존재를 만날 수 있는 24시간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에는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이야기하며 그 때의 선택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고 다독여 줍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지금의 삶을 소중하기 여기고 후회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본 도서는 빈페이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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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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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다.
전편인 <어느 끔찍한 남자>에서 범인의 총격에 큰 부상을 입고 병상에 있었던 마르틴 베크가 15개월 만에 복귀한다.

이야기는 여성으로 짐작되는 강도가 은행을 습격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손님 한 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은행직원들을 제외하고도 네 명의 목격자들이 존재하지만 도망친 범인에 대해 모두 다른 목격 진술을 한다.

동료들은 은행 강도 사건에 투입되고 마르틴 베크에게는 밀실 상태의 집안에서 죽은 남자의 사건이 맡겨진다.
사망한 지 꽤 시간이 지나 발견된 남자의 사망 사건현장에 처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살자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 부검의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마르틴 베크는 사건 기록에서 총상으로 죽은 남자의 집 어디에서도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부검의가 찾아낸 총알마저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먼저 출동한 경찰은 일찍 연금 생활자가 된 62세의 전직 창고지기라는 사회적 지위때문에 그의 죽음을 유심히 살피지 않은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는 은행강도와 밀실 살인이라는 두 사건을 해결해 가는 경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은행강도를 추격하는 형사들은 역동적이고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반면 마르틴 베크가 조사하는 밀실 살인 사건은 사건 기록을 읽고 피해자의 주변인들을 만나는 전형적인 탐정 소설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1972년이 배경인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영상촬영 증거를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범죄자들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케한다.
거기다 범인을 잡는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일을 망치는 불도저 올손 검사의 활약(?)은 경찰 소설임을 잠시 잊게 할만큼 우습게 그려진다.

시민들은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경찰이란 직업자체를 하찮게 보고 무시하고 경찰은 과중한 업무와 범죄자들의 위협에 노출된 모습은 작금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안타깝다.
범인의 정체를 알고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엉뚱한 사건의 진범으로 잡혔지만 어찌어찌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형량만큼 선고받는 모습은 정석을 벗어난 결말이라 더 좋았다.
상사들의 오해로 진급하지 못했지만 바람대로 현장에 남게 된 마르틴 베크의 다음 활약이 기대된다.


<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앨릭시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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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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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소설의 첫 네 페이지만으로 살인범의 정체는 물론 피해자들의 정보를 비롯 범인이 벌인 끔찍한 살인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

북스피어의 <복간할 결심 시리즈>의 첫 번째인 ”활자잔혼극“은 문맹인 여자가 그 사실을 숨기고 입주 가정부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닌데 자신의 비밀과 인성이 발각돼 해고되자 공범과 함께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행적을 되짚어 가는 이야기다.

읽는 내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숨긴 까닭에 중형을 선고 받았던 소설 <더 리더>의 여주인공과 유니스가 겹쳐보인다.
문맹으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짐작할 수도 없고 그 사실이 인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알 수 없지만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유니스가 가엾게 느껴졌다.

만약 유니스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생각해 본다.
유니스가 악인이 된 것이 모두 문맹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고 그날그날 위태롭게 살았던 그녀에게 사건의 촉매제가 됐던 조앤 스미스가 없었더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사건의 얽힌 사연을 쫓아가는 이야기지만 한 순간도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었고 이야기를 끝을 알고 있음에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소설은 복간할 결심을 첫 번째로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로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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