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걸스
엘렌 스트룀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베르단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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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작은 마을의 단짝 소녀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소설이지만 우리 나라의 10대들의 고민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 같은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작은 마을의 만다와 말린은 자전거를 즐겨타는 단짝 친구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한없이 유치해 보이고 두 친구는 모험과 멋진 로맨스 꿈꾸고 있답니다.

마을에 하나 뿐인 편의점 안 피자집 아르바이트생인 ‘욘’을 보고 첫눈에 반한 “만다”는 그와 가까워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지요.
욘이 평소 말린이 멋지다고 생각하던 ‘푸그’와 함께 밴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과의 만남을 우연을 가장해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꽁당꽁당 가슴 뛰는 그들의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기대하게 됩니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말이지요.
저 역시 “요즘 애”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간혹 참지못하고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이시클 걸스>는 모든 어른들이 지났던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못하는 어른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파티에 참석해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마음에 둔 남자에게 언제 팔로우할 지 고민하고 친구가 먼저 디엠을 보낸 사실에 속상해 하기도 합니다.
만다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일들을 헤쳐나가며 한뼘씩 성장해 갑니다.
특히 위험에 처했을 때 용감하게 나서는 언니의 모습은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멋지게 보입니다.

두 아이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부모의 역할이 미흡해 아이들의 행동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편견도 없이 사람을 대하고 함께 하는 모습은 어른들도 본받을 만합니다.
소설은 어른들에게는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간질간질했던 감정을 떠오르게도 하고 ‘요즘 애들’을 이해하고 한반짝 다가가는 기회를 줍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욘’이 저지른 행동과 ‘자기 결정권’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보기에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본 도서는 베르단디 출판사에서 선물해 준 책으로 재미있게 읽고 주관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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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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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의 권신인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대저택 명랑장을 세운다.
도쿄에서 교통편도 나쁘지않고 경치도 좋은 곳에 세워진 명랑장은 회전 벽이나 도주용 탈출구 등 비밀 설계가 많고 줄줄이 방이 이어진 구조라 훗날 미로장이라 불리게 된다.

백작이 천수를 누리고 영면한 후 미로장은 아들인 가즌도 백작이 소유하게 되지만 미모의 후처 가나코와 그녀의 사촌인 시즈마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살해하고 시즈마의 왼팔을 자르는 대참사를 일으킨다.
가즌도 백작 역시 시즈마에 의해 살해되고 시즈마는 팔이 잘린 채 지하 동굴로 도망쳤고,시신은 수십 년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에 놓인다.

그 후 미로장은 가즌도의 아들 다쓴도에게 상속되지만 전쟁 후 가세가 기울어지자 어쩔 수 없이 신흥 사업가인 시노자키 신고에게 미로장을 양도하고 아내인 시즈코까지 빼앗기게 된다.
신고는 미로장을 호텔로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21년 전 대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미로장에 초대해 추도식을 준비한다.

한편 미로장에 손님으로 찾아온 외팔이 남자가 방에 들어간 뒤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신고는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를 불러 사라진 남자를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외팔이 남자를 찾기도 전에 다쓴도 백작을 시작으로 미로장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미로장은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을 몰고 다니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는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머리에는 쭈글쭈글한 형태의 찌부러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별로 멋스럽지 않은 남자다.
그가 등장하면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이 출동하고 또 다른 살인이 연이어 발생한 후에야 범인을 찾아낸다.

<가면무도회>이후 10년만에 시리즈 열세 번째로 번역된 이야기는 반복되는 용의자의 진술 청취가 지루하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지하 미로의 끔찍함과 사람의 잔인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기존 시리즈와 달라진 표지 그림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지만 괴괴한 미로장과 마차 위의 사체, 그리고 커다란 쥐가 소설을 읽은 후 다시보니 더 섬뜩하게 보인다.

매번 읽은 후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볼품없는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불량 식품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처럼 읽고나면 정신이 피폐해 질 줄 알면서도 또 찾아읽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디 다음 시리즈가 나오는데는 10년이 안 걸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지금도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눈도 뻑뻑하고 힘든데 10년 후엔 어찌될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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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위픽
정보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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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통째로 데이터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는 하루 최소 여덟 시간 혹은
그 이상을 누워서 지내며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

산꼴짜기에 위치한 기계학습센터에 입주한 ‘나’는
뇌 속의 내용을 업로드라는 일을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915호의 등장으로 모든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님을 자각하고도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에 끝에 내몰린 ‘나’의 돌발적인 행동은
본성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님 또라이 같은 세상에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는 지 내내 고민하게 된다.

작가의 말과 인터뷰를 읽으며
이쁘게만 보이던 주황색 노을빛의 표지가
섬뜩하고 쓸쓸해 보인다.

“고통을 피해 달아날 곳이 없는 분들께
제가 뭔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다들 빈곤사회연대 후원하십시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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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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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수시로 바뀌는 게 입시제도다.
2023년 여름 수능을 몇 달 남겨놓지 않고 대통령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능이 치뤄졌고 수험생들은 단 하루 몇 시간 보는 시험으로 수많은 시간의 노력을 평가받았다.
수능일 당일이면 뉴스의 상당부분은 수능에 대한 내용이고 그해 수능이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 따지며 입시교육이 이대로 좋은가로 리포트를 마무리한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 의식이지만 그 해결책은 쉽게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교육 실태를 조망하는 소설가 14인의 첨예하고 애틋한 시선”을 담은 테마 소설집이 출간됐다.
대부분의 소설이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이기에 소설은 초단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기호 작가의 ‘학교를 사랑합니다:자퇴 전날’속 고2인 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부모님의 강압으로 잘 다니는 학교를 자퇴할 위기에 처한다.
싫다고 강하게 말도 못한 체 내신 등급이 낮게 나온다는 이유로 내몰리듯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표제작인 장강명 작가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에서 수능 아침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불법 약물을 권하는 부모와 반칙을 저지를 수 없다는 아이의 줄다리기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와 같은 제목의 서윤빈 작가의 소설은 불량스러운 ‘나’와 신비한 윤이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라서는 영화 ‘여고괴담’의 지박령이 된 여고생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문경민 작가의 ‘지나간 일’은 커다란 사회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 이야기로 가해자였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서유미 작가의 ‘우리들의 방과 후’ 속 서진과 효우가 특별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아닌 입시지옥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

14인의 소설가는 각자의 목소리로 현재의 우리 교육에 대해 논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우정이라는 단어는 사치가 돼버렸고 부모와 조부모의 재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게도 한다.
입시지옥에 내몰린 아이들은 자퇴를 강요당하고 누군가와 끝없이 비교당하게 된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싶은 일들로 가득차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는 쫓기듯 시골의 대안학교를 가지만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위한 학원을 찾는 것도 만만치않고 영유를 다닌 아이가 남자끼리 커플이 됐다는 사실에 엄마는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세상 어느 누구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입시생을 둔 학부모가 자식의 진학을 위해 펼치는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 사교육 카르텔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데 부디 긴 시간을 갖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교육 계획을 세우길을 바란다.
오랜 시간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의자에 묶여 있는 아이들에게 자유가 깃들길 꿈꾼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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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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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작가의 다른 저서 < #지구를살리는기발한생각10 >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구 구하기 행동들과 국가가 나서야하는 일들을 읽으며 과연 작가는 소개한 사례들 중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실천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번 저서 <이번 생은 초록빛>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위해 쓴 책으로 작가가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 엿볼 수 있습니다.

모두 5장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이야기는 환경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저자의 소소한 생활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생기게 합니다.
‘오래 쓰는 즐거움’에서는 유리병 뚜껑에 녹이 쓸자 꼭 맞는 뚜껑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오래된 가스레인지는 고민을 거듭하다 낡은 싱크대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체합니다.

‘나누는 재미‘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헌옷을 의류 수거함에 넣는 것보다 잘 분류하고 세탁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보내고 튼튼하고 예쁜 와인 전용 포장지, 세탁소 옷걸이,빵칼 등은 가게에 다시 돌려줍니다.
’초록초록, 식물과 더불어‘에서는 잘 키운 식물을 나눔하고 텃밭 가꾸기를 통해 재배한 채소를 이웃들과 나눕니다.

’아끼는 기쁨‘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의 적절한 활용과 절약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실천하는 모습은 온 집안을 채우고 있는 전자제품들이 생활을 편리하게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지막 ‘뚜벅뚜벅, 나의 삶’ 속 많은 강연을 다닌 탓에 이동거리가 상당한 작가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은 묵묵히 환경운동에 매진하는 작가의 뚝심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라운 내용은 계절이 바뀔때마다 별 생각없이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들에 행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 역시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우리나라에서 재판매가 되든, 외국으로 수출하든, 잘라서 농업용 덮개를 만들든 누군가 입거나 재활용이 잘될 거라고”(p68)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프리카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미안함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는 새로 구입한 것보다 더 비싸게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엄마의 부엌칼을 수리하고 전기밥솥,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제품이 없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은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부엌칼은 추억은 물론 큰 일을 치룰때면 언제나 엄마와 함께 하고 필수가전이라 여기는 제품이 없이도 저자는 별 어려움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에코한 생활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다보면 어느새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일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 혼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일들이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생깁니다.

저자의 생활 모습은 빠르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활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천은 크게 세상을 바꿀 수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더디더라도 세상은 변할 것이고 더 에코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해 식상하기까지한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말아야 할 것 입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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