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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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의 권신인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대저택 명랑장을 세운다.
도쿄에서 교통편도 나쁘지않고 경치도 좋은 곳에 세워진 명랑장은 회전 벽이나 도주용 탈출구 등 비밀 설계가 많고 줄줄이 방이 이어진 구조라 훗날 미로장이라 불리게 된다.

백작이 천수를 누리고 영면한 후 미로장은 아들인 가즌도 백작이 소유하게 되지만 미모의 후처 가나코와 그녀의 사촌인 시즈마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살해하고 시즈마의 왼팔을 자르는 대참사를 일으킨다.
가즌도 백작 역시 시즈마에 의해 살해되고 시즈마는 팔이 잘린 채 지하 동굴로 도망쳤고,시신은 수십 년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에 놓인다.

그 후 미로장은 가즌도의 아들 다쓴도에게 상속되지만 전쟁 후 가세가 기울어지자 어쩔 수 없이 신흥 사업가인 시노자키 신고에게 미로장을 양도하고 아내인 시즈코까지 빼앗기게 된다.
신고는 미로장을 호텔로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21년 전 대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미로장에 초대해 추도식을 준비한다.

한편 미로장에 손님으로 찾아온 외팔이 남자가 방에 들어간 뒤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신고는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를 불러 사라진 남자를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외팔이 남자를 찾기도 전에 다쓴도 백작을 시작으로 미로장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미로장은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을 몰고 다니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는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머리에는 쭈글쭈글한 형태의 찌부러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별로 멋스럽지 않은 남자다.
그가 등장하면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이 출동하고 또 다른 살인이 연이어 발생한 후에야 범인을 찾아낸다.

<가면무도회>이후 10년만에 시리즈 열세 번째로 번역된 이야기는 반복되는 용의자의 진술 청취가 지루하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지하 미로의 끔찍함과 사람의 잔인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기존 시리즈와 달라진 표지 그림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지만 괴괴한 미로장과 마차 위의 사체, 그리고 커다란 쥐가 소설을 읽은 후 다시보니 더 섬뜩하게 보인다.

매번 읽은 후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볼품없는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불량 식품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처럼 읽고나면 정신이 피폐해 질 줄 알면서도 또 찾아읽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디 다음 시리즈가 나오는데는 10년이 안 걸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지금도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눈도 뻑뻑하고 힘든데 10년 후엔 어찌될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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