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수시로 바뀌는 게 입시제도다.2023년 여름 수능을 몇 달 남겨놓지 않고 대통령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세웠다.올해도 여지없이 수능이 치뤄졌고 수험생들은 단 하루 몇 시간 보는 시험으로 수많은 시간의 노력을 평가받았다.수능일 당일이면 뉴스의 상당부분은 수능에 대한 내용이고 그해 수능이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 따지며 입시교육이 이대로 좋은가로 리포트를 마무리한다.매년 반복되는 문제 의식이지만 그 해결책은 쉽게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교육 실태를 조망하는 소설가 14인의 첨예하고 애틋한 시선”을 담은 테마 소설집이 출간됐다.대부분의 소설이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이기에 소설은 초단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이기호 작가의 ‘학교를 사랑합니다:자퇴 전날’속 고2인 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부모님의 강압으로 잘 다니는 학교를 자퇴할 위기에 처한다.싫다고 강하게 말도 못한 체 내신 등급이 낮게 나온다는 이유로 내몰리듯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표제작인 장강명 작가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에서 수능 아침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불법 약물을 권하는 부모와 반칙을 저지를 수 없다는 아이의 줄다리기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와 같은 제목의 서윤빈 작가의 소설은 불량스러운 ‘나’와 신비한 윤이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라서는 영화 ‘여고괴담’의 지박령이 된 여고생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문경민 작가의 ‘지나간 일’은 커다란 사회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 이야기로 가해자였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서유미 작가의 ‘우리들의 방과 후’ 속 서진과 효우가 특별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아닌 입시지옥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14인의 소설가는 각자의 목소리로 현재의 우리 교육에 대해 논하고 있다.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우정이라는 단어는 사치가 돼버렸고 부모와 조부모의 재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게도 한다.입시지옥에 내몰린 아이들은 자퇴를 강요당하고 누군가와 끝없이 비교당하게 된다.소설 속 이야기들은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싶은 일들로 가득차 있다.학교 폭력 피해자는 쫓기듯 시골의 대안학교를 가지만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위한 학원을 찾는 것도 만만치않고 영유를 다닌 아이가 남자끼리 커플이 됐다는 사실에 엄마는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세상 어느 누구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입시생을 둔 학부모가 자식의 진학을 위해 펼치는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킬러 문항을 없애고 사교육 카르텔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데 부디 긴 시간을 갖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교육 계획을 세우길을 바란다.오랜 시간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의자에 묶여 있는 아이들에게 자유가 깃들길 꿈꾼다.<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