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의 참가자 이백 명을 태운 우주선 심포지엄은 타이탄으로 향하던 중 반팽창 테러 조직의 공격으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프로젝트는 무산된다.인공지능 전문가 헤스터 말리는 테러 공격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의 절반이 기계로 대체된 체천문학적인 치료비와 지구로 돌아갈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파르테노페 운영보안부에서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다.어느 날 심포지엄에 함께 탔던 수석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 프루센코에게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받게 된다.그런데 메시지에서 말하는 기억들은 조금씩 어긋나있고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알아차린다.헤스터는 회사에 들키지 않게 답을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 데이비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데이비드가 일하던 소행성 니무에로 가게 된다.파르테노페 광산의 용광로를 건설 중인 니무에는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없고 체류하는 대원들과 오버시어 AI가 전부인 외딴 소행성이다.사건을 조사하던 중 데이비드의 살해 추정 시간 현장을 비추던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대원들을 알 수 없는 존재에게 공격당하고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다.헤스터가 진실에 접근할수록 거듭되는 위기에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숨겨져 있던 큰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우주 개척시대에 테러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주인공은 치료비가 족쇄가 돼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동료들의 죽음과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소설을 읽는 내내 헤스터가 느끼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무겁다.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에는 데이비드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수사과정을 보여주다 커다란 비밀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거기다 현재 우리 생활에도 깊숙하게 자리한 AI에 대한 이야기는 공포는 물론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AI가 누구에 의해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고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된다.미국에서 뛰어난 SF 소설에 수여되는 ‘필립 K. 딕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특히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거미 로봇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작가의 다른 작품 <구원의 날>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공포가 가득한 우주가 배경인 소설은 그래도 희망의 빛 한줄기를 볼 수 있어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직장 생활 10년 차 가은은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는 권태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알게 된 지 4년 정도 된 수경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랄까?‘즐거움의 신’ 같은 수경을 만나며 권태로운 자신을 돌아보고 이제는 멀어져 버린 ‘완’을 생각한다.한 가지 일을 10년 쯤하고 특별히 만나는 사람이 없는 삶이 아니더라도우리는 권태를 느끼고 그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 활기찬 누군가를 동경하고 흉내내기도 한다.가은의 일상과 고민은 보통 우리가 느끼는 삶이 아닐까 싶다.퇴사를 하고 싶다가도 여전히 아침이면 일어나 직장에 나가고 가까워진 누군가와 멀어지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와 가까워지고.”묻지 않기. 보채지 않기.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내주기.나대로 살기. 혹은 나대로 살고 싶은 것을 참기. 무덤덤해지기. 기대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기.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p50)그렇게 살다가 마음먹은 어느 날“개구리처럼 되고 싶어.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단번에 예상할 수 없는 높이와 거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 그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p58)개구리가 되어 뛰어오르기도 하고.<본 도서는 위픽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당첨돼 받았습니다.>
원래 서영이 콧구멍 속에 살던 코딱지 코지와 코비가 콧구멍에서 나온 뒤 처음 맞는 겨울입니다.할머니 코딱지가 눈 이야기를 해줘도 코지와 코비는 눈이 뭔지 모르겠어요.그래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 코딱지도 코지와 코비에게 눈을 설명합니다.”하늘에서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얗게 된단다.아이스크림처럼 차갑고 만지면 보드랍지.“”눈사람도 만들 수 있고 눈싸움도 할 수 있어!“”밟으면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나.“과연 코지와 코비는 기다리던 첫눈을 만나게 될까요?아이들은 똥, 방귀, 코딱지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들 이야기에 자지러지게 웃곤합니다.주인공이 코딱지인 것도 재미있지만 정성스럽게 클레이로 만든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생동감있어 좋습니다.거기다 변화무쌍한 코지와 코비의 표정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첫눈을 기다리는 마음과 눈을 처음 알게된 코지와 코비가 눈을 찾으며 겪는 모험은 흥미진진합니다.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눈을 닮은 하얀 것들을 찾아보고 눈과의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면 더 재미있는 책읽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어른이 된 후 하얀 눈이 내리면 반갑고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코지와 코비의 간절함과 천진난만함을 보며 올 겨울에는 따듯하게 옷 입고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면지의 코드를 검색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코딱지 코지의 첫눈 이야기를 감상해 보세요.그림책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서점은 책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입니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과 서점은 천국 같은 곳입니다.A4 사이즈 비슷한 큰 판형의 그림책 속에는 전 세계의 인상적인 서점 25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현재의 서점의 모습뿐 아니라 그곳의 역사와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합니다.혹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영업해 온 서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1732년 포르투갈의 리스본 시아두 지구 가레트 거리 73-75에 있는 ‘리브라리아 베르트랑’이라는 서점으로 여기에서 도서를 구입하면 가장 오래된 서점에서 구입했음을 인증하는 도장을 찍어준다고 합니다.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서점은 유서 깊은 극장이었지만 불경기로 극장이 문을 닫자 학창 시절 그 극장을 자주 들렀던 사업가가 서점으로 개조했답니다.관객석에는 책장이 들어섰고 오페라 발코니 좌석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니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는 상상만으로 행복해집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곤돌라를 책장으로 사용하는 ‘리브레리아 아콰 알타’ 서점이 있습니다.런던의 ’위드 온 더 워터’는 100년 된 바지선에 마련된 서점이라고 하는데 격주마다 이동한 탓에 정해진 주소가 없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특별히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우리나라 서점 두 곳이 소개된 것도 반갑습니다.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책장을 넘겨가며 세계의 서점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합니다.<본 도서는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금오신화‘를 쓴 김시습은 생육신중 한 명으로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계유정난을 일으키자 벼슬에 나서지 않았다.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으로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이 있다.이렇게 국사와 국어 시험을 위해 무작정 암기했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외울 수 있는 지경이지만 정작 ‘금오신화‘가 어떤 이야기인지는 모르고 있었다.돌베개의 <천년의 우리 소설>시리즈는 ‘위로는 신라 말기인 9세기경의 소설을, 아래로는 조선 말기인 19세기 말의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간행사 중에서)고전이어도 한글로 쓰인 소설이야 별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한문으로 쓰인 소설은 어떤 이가 번역했냐에 따라 원작의 의미와는 다르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오신화>의 거의 매 페이지에 실린 주석은 번역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히 짐작하게 한다.다섯 편의 이야기 중 세 편은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다.’만복사저포기‘속 양생은 부처님과의 저포 놀이에 이겨 인연을 만나 함께 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후에도 여인을 추모하며 혼인하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간다.’이생규장전‘의 이생 역시 부인 최 씨가 홍건적에게 목숨을 잃자 아내를 그리워하며 두어 달 만에 죽고 만다.‘취유부벽정기‘의 홍생 또한 시를 주고받았던 하룻밤 인연을 소중이 여겨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인다.’남염부주지’에서는 경주 사는 박생이 염라국(염부주)에 가서 그곳의 왕과의 만남을 쓴 소설이다.“무릇 나라는 백성의 것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처명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존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p113)라는 염라왕의 말은 몇 백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길이 새길 말이다.마지막 ‘용궁부연록‘은 글을 잘 지어 조정에까지 알려진 문사 한생이 용궁에 가서 글을 짓는 이야기다.다섯 편의 등장하는 모든 남자 주인공들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혹은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 죽거나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두 임금을 섬길 수 없었던 김시습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결말이 아닌가 싶다.이 책으로 ’천년의 우리 소설‘ 총서를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출간된 익숙한 소설의 제목들을 보며 고전이라고 하면 서양의 고전만으로 한정해 온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금오신화는 김시습이 경주 금오산에 거주하면서 쓴 소설이며 장르상 전기소설(傳奇小說)에 속한다.“괴기(怪奇), 애정(愛情) 등을 내용으로 하며, 문어(文語)로 쓰인 설화와 소설의 중간 단계에 있는 문학 양식(다음 사전)”의 전기소설에서는 시가 많이 나온 터라 지금까지 읽어오던 소설과는 달라 익숙하지 않지만 주석의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김시습의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쉽게 읽히는 않는 고전이지만 읽고나면 뿌듯해지는 우리 고전의 시작은 “천년의 우리 소설‘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멋진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돌베개출판사 감사합니다.이 도서는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돌베개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