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를 쓴 김시습은 생육신중 한 명으로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계유정난을 일으키자 벼슬에 나서지 않았다.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으로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이 있다.이렇게 국사와 국어 시험을 위해 무작정 암기했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외울 수 있는 지경이지만 정작 ‘금오신화‘가 어떤 이야기인지는 모르고 있었다.돌베개의 <천년의 우리 소설>시리즈는 ‘위로는 신라 말기인 9세기경의 소설을, 아래로는 조선 말기인 19세기 말의 소설을 수록하고 있다.‘(간행사 중에서)고전이어도 한글로 쓰인 소설이야 별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한문으로 쓰인 소설은 어떤 이가 번역했냐에 따라 원작의 의미와는 다르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오신화>의 거의 매 페이지에 실린 주석은 번역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히 짐작하게 한다.다섯 편의 이야기 중 세 편은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다.’만복사저포기‘속 양생은 부처님과의 저포 놀이에 이겨 인연을 만나 함께 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후에도 여인을 추모하며 혼인하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간다.’이생규장전‘의 이생 역시 부인 최 씨가 홍건적에게 목숨을 잃자 아내를 그리워하며 두어 달 만에 죽고 만다.‘취유부벽정기‘의 홍생 또한 시를 주고받았던 하룻밤 인연을 소중이 여겨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인다.’남염부주지’에서는 경주 사는 박생이 염라국(염부주)에 가서 그곳의 왕과의 만남을 쓴 소설이다.“무릇 나라는 백성의 것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처명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존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p113)라는 염라왕의 말은 몇 백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길이 새길 말이다.마지막 ‘용궁부연록‘은 글을 잘 지어 조정에까지 알려진 문사 한생이 용궁에 가서 글을 짓는 이야기다.다섯 편의 등장하는 모든 남자 주인공들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혹은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 죽거나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두 임금을 섬길 수 없었던 김시습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결말이 아닌가 싶다.이 책으로 ’천년의 우리 소설‘ 총서를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출간된 익숙한 소설의 제목들을 보며 고전이라고 하면 서양의 고전만으로 한정해 온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금오신화는 김시습이 경주 금오산에 거주하면서 쓴 소설이며 장르상 전기소설(傳奇小說)에 속한다.“괴기(怪奇), 애정(愛情) 등을 내용으로 하며, 문어(文語)로 쓰인 설화와 소설의 중간 단계에 있는 문학 양식(다음 사전)”의 전기소설에서는 시가 많이 나온 터라 지금까지 읽어오던 소설과는 달라 익숙하지 않지만 주석의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김시습의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쉽게 읽히는 않는 고전이지만 읽고나면 뿌듯해지는 우리 고전의 시작은 “천년의 우리 소설‘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멋진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돌베개출판사 감사합니다.이 도서는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돌베개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