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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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거짓말처럼 날씨가 서늘해 졌다.
다행히 여름이 다 가기전에 여름과 어울리는 제목의 소설집을 읽었다.
작가의 전작인 ‘칵테일,러브,좀비’를 재미있게 읽은터라 큰 망설임없이 고른 책이다.

소설집 속의 8편의 이야기는 시대도 다르고 인물의 나이, 성격도 다 다르지만 모두 외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못하고 혼자 외롭게 지내던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할로우 키즈’는 초단편이지만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고기와 석류’는 고독사로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해 부패해 가기보다는 차라리 먹히기는 바라는 옥주씨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한편 건사해야 할 석류를 위해 마지막 힘을 내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릴리의 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겨진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새해엔 쿠스쿠스’는 아이들에게 했던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자매가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 박수를 보낸다.

‘가장 작은 신’은 암울하고 죽고 싶기까지한 어느 날 날 이해하고 믿어주는 진짜 친구가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은 살만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우쳐 준다.
‘나쁜 꿈과 함께’는 악몽을 가져오는 존재마저도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순간 다른 모습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은 사랑한다면 그를 위해 보내야 할때도 있는 법 고양이 집사님들이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는 사랑을 위해서 스스로 살인마가 돼 버린 여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목하 작가님의 ‘돌이킬수 있는’ 이 생각난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돌이킬수 있는’을 읽었을때처럼 마음이 저릿하다.

나는 책을 고를 때 가장 우선 순위는 작가, 그다음 출판사다.
거기다 책의 외형이 맘에 들면 고르기가 휠씬 수월해진다.
이 책의 표지는 예쁘다.
소설을 읽기전엔 석류와 말랑말랑한 젤리만 보였는데 다 읽고 난 후엔 더 많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봇손과 블루를 생각나게 하는 파도,고양이,곰인형 등이 보인다.

소설속 인물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그대로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해 한발한발 세상에 나아가기도 한다.
사라져버린 아이와 어른이지만 진정한 어른이 아닌 두 자매의 이야기는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어 두렵기까지 했다.

괴담집이라는 문구에 피가 낭자하고 무시무시한 공포물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뒷표지의 글을 다시 읽는다.

📚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총천연색 마음으로 쓰인
한여름 밤의 젤리소다 맛 괴담집”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읽고 새 책이 나오면 또 냉큼 읽어보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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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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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임사 체험을 했다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그 어떤 증거도 대지는 못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때문인지 고대로부터 종교를 비롯 여러 문학작품에서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사후세계는 물론 임종을 맞은 이가 만나게 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진다.
먼저 죽음을 맞은 가족과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저승으로 이끄는 저승사자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예전의 저승사자라고 하면 검은 도포에 갓을 쓴 전설의 고향 속 남자의 모습이라면 요즘 드라마 속의 저승사자는 멋진 남자배우가 배역을 맡아 열연한 탓인지 멋지고 젊은 남자의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속의 사신은 붉은 눈동자의 영국 출신의 남자로 등장한다.
자신이 저승으로 안내하는 이에게 얻은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 조각을 받아 그 것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는 고양이 모습의 사역마이자 파트너인 찰스와 함께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한다.

고독사한 노인, 왕따를 당하다 자살한 학생. 사고로 목숨을 읽은 청년,사고사를 당했지만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남자와 앞이 보이지 않은 소녀의 급작스러운 병사까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망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다 혼을 저승으로 이끈다.

읽는 내내 몇 년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속 저승사자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젊고 멋진 남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신(저승사자)이 되기 전 인간일 때 큰 과오를 저지른 비밀이 있다는 것과 인간의 마음은 잃어버렸지만 죽은이를 위해 마음을 쓰는 모습까지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

이런 류의 소설을 읽고 난 뒤면 항상 느끼는 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주위 사람을 다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진짜 잘 사는 것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또 한 번하게 된다.
그나저나 사신의 과거가 조금 뜬금없기는 하지만 인터넷 소설 대상 작품인 만큼 술술 잘 익히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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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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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책 ‘과거로의여행’을 재밌게 읽고 고른 책이다.
역시 재미있다.
여기서 재미는 즐거움이나 유쾌함과는 거리가 뭔 재미다.
읽은 즐거움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읽은 책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인간의 집착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다.

한 가지 일에 집착해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집착은 보통의 집착을 넘어 광기가 되어 스스로 파괴해 버릴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다.

‘체스이야기’는 게슈타포에 끌려가 구금됐던 B박사가 체스에 얽히게 된 사연은 인간이 자유를 빼앗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얼마만큼의 고통과 공포가 한 인간을 잠식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낯선 여인의 편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행동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공포인지 느끼게 해 준다.
아침 드라마급 막장이다.
1922년 발표된 작품이라니 그 시대의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

작가는 1942년 2월22일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부인과 자살한다.
체스 이야기는 그가 죽기 일년 전인 1941년에 완성된 이야기다.
마지막까지 자유 의지를 말하는 작가가 두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느꼈을 공포와 불안이 얼마나 컸을 지 체스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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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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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의 냉면을 한그릇씩 먹고 난 기분이다.
“주제나 시대 등 한 가지 기준에 따라 시나 단편소설들을 선정해 한 권으로 묶은 것”-(출처:똑 소리나는 일반 상식)앤솔로지의 사전적의미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의 첫번째 <냉면>은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다섯 가지 냉면이야기이다.

수상작 3편과 초대작 2편이 실려있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김유리작가의 A,B,C,A,A,A는 사랑이라는 게 좋아하지 않는 냉면을 상대를 위해 먹어줄 수 있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범유진작가 의 혼종의 중화냉면은 은연중 저지르고 있는 차별이 마음 아프고 핏줄로 얽히지 않았지만 자매가 분명한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맞아. 좋은 혼종. 맛있으면 뭐든 오케이지.”(p88)소리내 말하게 된다.
홍지운작가의 남극낭만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냉면을 추운 남극에서 맛 볼 수 있다면,위기에 빠진 순간에 알게된 궁극의 냉면 육수맛의 비밀이 남극에서 먹는 냉면만큼이나 웅장하다.

전건우작가의 목련면옥은 호러, 공포소설이 주특기인 작가답게 도시괴담을 냉면집으로 옮겨와 머리를 쭈뼛거리게 한다.
곽재식작가의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지금도 우리 모르게 줄줄 새고 있는 세금과 탁상행정에 대한 블랙코미디는 웃고말기에는 입맛을 쓰다.

냉면이라는 단 한가지 공통점말고는 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앤솔로지로 인터넷 서점엔 호러/공포소설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규정짓기에는 너무 다른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앤솔로지는 로맨스,성장, sf과학,공포,호러 그리고 블랙 코미디 소설집이다.

스윽.
스윽.
그리고…끄끄끄(p226)

그래도 냉면은 여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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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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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집을 다 읽고 작가가 궁금해 찾아보았다.
듀나!! 이런 멋진 필명을 갖고 있는 작가는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란다.
1990년대 초, 우리 아들 또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할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렸다니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분이라 짐작된다.
책날개의 소개글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위키백과에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 듀나(DJUNA)는 대한민국의 영화평론가 겸 SF소설 작가이다. 신원 불명자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으나 본명이나 성별, 나이, 학력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하나도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공개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작업에 관한 협의나 인터뷰도 주로 서면으로 진행한다. 1990년대에 출판된 단편집 등에서는 '이영수'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실명인지 가명인지 확실하지 않다.(출처:위키백과)

작가의 정체가 궁금했던 게 읽고 난 후라 다른 선입견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미스터리 소설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딱 그렇게만 규정짓고 싶지 않을만큼 여러 주제를 담고 있다.
<성호 삼촌의 범죄>의 경우 여러 탐정 소설에 등장하는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이야기 <햄릿 사건>은 우리가 잘 아는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패러디하고 있다.

8편의 소설은 모두 다른 맛을 내고 있다.
살인 현장이 눈 앞에 그려지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와 80년대 영화판에서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인 <누가 춘배를 죽였지?> 그리고 외국인의 눈이 비친 우리나라의 영화 제작현장과 살인을 다룬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는 알리바이트릭을 사용한 살인과 영화계 미투 운동을 다루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파치노나 마론 브랜도의 영화를 보는 듯한 <돼지 먹이>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여자의 고군분투와 살인을 저지른 여자와의 연대를 그린 <콩알이를 지켜라!>,그리고 지금도 큰 문제인 학교 폭력이 얼마나 끔직한가를 이야기한 <그건 너의 피였어>까지 모두 다른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뭐가 들어있는 지 모르고 산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야금야금 먹고 난 기분이다.

어떤 이야기는 퍽이나 고약하기도 하고 입에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듀나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긍금해져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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