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책을 출간할 당시의 나이는 30대였고 아들 치호를 양육하고 있다.언니가 둘 있고 남편은 아내인 작가를 언제나 응원하며 치호를 키우는 데 함께하고 있다.나와는 접점이 많지않는 작가의 글이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나는 아들 둘을 키우면서 전업주부였고 남편은 당연히 밥벌이에 매진하느라 아들들이 뭘 좋아하는 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았다.지금은 산후우울증이라는 말을 누구나 알고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시대지만 내가 아이들을 키울때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살았다.그 시절 가장 힘들게 했던 존재도 아이들이었고 그 힘든 와중에 나를 웃게 해 준 존재도 아이들이었다.아이들을 키울때는 완벽한 엄마를 강박적으로 꿈꾼 탓에 아이들도 힘들고 나 또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특히 큰아들을 키울때는 누구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주위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도 없었던 탓에 아이라면 당연히 저지를 수 있는 일들조차 이해가 되지않아 힘들었던 적이 있다.다행히 둘째가 태어나고 경험이 늘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점점 느슨한 엄마가 됐지만 말이다.지금은 아이들도 다 자랐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기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치호야, 손에 있는 걸 놓아야 잡을 수 있지. 양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으면 새로운 걸 가질 수가 없어.” (p171)나보다 휠씬 젊은 작가가 인생의 정답을 들려준다. 양손에 떡을 쥐고 또 다른 떡을 쥘 수를 없다.알면서도 그 쥐지못한 떡에 미련을 못 버리고 그래서 불행해진다.이 책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 어떻게 살아야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지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휘둘리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에코북1기 서포터즈로 비전비엔피에서 받은 책입니다.자유롭고 즐겁게 읽고 느낌을 남깁니다.
작가의 설산 시리즈를 처음 읽은 건 메모를 살펴보니 2018년 여름이었다.네 권의 시리즈를 순서없이 읽으며 겨울이 오면 꼭 순서대로 재독해야지 마음 먹었는데 드디어 2023년 1월 겨울의 한복판에 질풍론도의 개정판인 화이트러시를 읽게 됐다.개정판으로 나온 책은 만듦새도 예쁘고 내용도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공기 중에 퍼지는 순간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유전자 조작 생화학무기인 탄저균 K-55를 개발한 구즈하라는 금지된 연구를 했다는 이유로 대학 연구소에서 쫓겨난다.앙심을 품은 구즈하라는 K-55의 일부를 빼돌려 스키장의 코스 밖에 숨기고 돈을 요구하는 협박 메시지를 연구소로 보낸다.연구소 소장이 메시지를 읽을때쯤 구즈하라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연구소장은 승진을 내걸고 주임연구원인 구리바야시에게 비밀리에 K-55를 회수하는 임무를 맡긴다.구리바야시는 스키에 관심이 많고 스키를 잘 타는 아들 슈토를 데리고 K-55이 묻혀있는 스키장으로 향한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지만 다작을 하는 작가라 작품의 편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요번에 읽은 화이트 러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끝없이 펼쳐진 슬로프의 전경과 코스 밖의 눈 쌓인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범인은 일찌감치 죽음을 맞지만 범인 찾기보다 더 중요한 생화학무기를 찾는 과정은 마음을 졸이기에 충분하다.거기다 미스터리물에서 빠지면 섭섭한 새로운 악당까지 등장한다.단서라고는 나무에 표시해 둔 테디베어를 찾는 수 밖에 없는데 스키에 서투른 구리바야시는 부상을 입어 꼼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네즈와 치아키에게 도움을 청한다.스키장 안전 요원 네즈와 스노보드 크로스 선수인 치아키가 범인을 쫓아 설원을 활강하는 모습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소설 속에 녹아 더 현실감 있다.특히 치아키와 똑똑하지 못한 악당의 결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그려진다.(검색해보니 2016년에 ‘질풍론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됐단다.)아들 슈토와 스키장 마을의 소녀 이쿠미와의 이야기는 풋풋한 소년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소년의 첫사랑을 응원하게 된다.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 끝에 기다리는 반전은 자식에게 부끄럽지않은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가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 겨울에 딱 어울리는 재미난 소설, 한 번 손에 쥐면 쉬 덮을 수 없는 소설은 백은의 잭, 화이트 러시, 연애의 행방, 눈보라 체이스로 이어지지만 순서없이 무작위로 읽어도 되고 출간 순서대로 차례차례 읽으면 더 재미있는 소설들이다.🎁소미랑2기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자유롭게 읽고 저의 느낌을 가감없이 적었습니다.
만약 소설의 주인공 배리 스콰이어스를 만난다면 어떤 아이로 비춰질까?얼굴에는 눈에 띄는 몽고반점이 있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늘상 수업시간에는 교장실에 있는 지정 책상에 앉아있다.고해실 가림막을 구멍 내고 노숙자와 어울리고 학교가 끝나면 6개월 된 동생을 유아차에 태우고 인도에서 온 친구와 온마을을 휘젓고 다닌다.엄마는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누나는 혼전임신을 한 상태다.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리를 불행한 구제불능 문제아로 치부할것이다.하지만 배리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편견없이 사람들을 대한다.거리의 노숙자를 위해 빵을 남기고 다른 이들이 “똥남아”라 부르며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이볼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자신의 재능을 살려 양로원의 노인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그들과 어울려 춤을 즐기기도한다.배리의 문제 행동은 자신의 반점을 가지고 놀리는 아이들을 상대로 일으키는 것이다.이런 배리의 실체를 안다면 문제아라고 규정지을 수 있겠는가?어쩌면 배리보다 더 큰 편견을 마주해야 했을 사이볼과 우정을 나누며 천천히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다.언제 어디서나 믿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인간은 그걸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매리 인생에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큰 불행이 덮쳤을 때 가족들이 힘이 되었고 마을 사람들이 큰 위로가 된다.특히 사이볼과의 우정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되어 슬픔과 시련을 이겨나갈 수 있게 한다.진정한 어른은 나이만 먹은 이가 아닌 편견없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읽으며 과연 나는 편견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가 반성하게 되고 나는 아이들 눈에 어떤 어른으로 보일까 생각해 본다.📚내게는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한 반점인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p107)📚나는 미소 짓고는 내 얼굴의 몽고반점을 가리켰다.“그건 그렇고 이건 포트와인 얼룩이라고 해.”사이볼이 고드의 턱에 흘러내린 침을 닦아 주었다.“그게 뭐?”“그냥 네가 궁금해 할까 봐 말해주는 거야.”“그게 왜 궁금해?” (P113)📚”남한테 듣는 것보다 내가 먼저 그런 농담을 하는 게 나아. 그럼 별로 속상하지 않거든.” (P125)📚“토마스 하디는 이렇게 말했지. ‘보지 못하는 것보다 없는 것을 보는 게 더 끔찍하다.”“무슨 뜻이에요?”사이볼이 물었다.“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이야. 자기와 다른 것만 보듯이 말이야.”“왜 자기와 다른 것만 보는 거죠?” 내가 물었다.어른 고드는 두 번째 그네까지 풀어 내렸다.“그래야 자기가 더 뛰어난 사람처럼 느껴지거든.”(p152)📚“난 가끔 알람시계의 시곗바늘을 지켜봐.초침은 운이 좋아.재깍재깍 계속 움직이니까. 하지만 분침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려야 해” (p214)🎁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읽은 책입니다.
“코다”가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될때 여주인공 이름이 코다인줄 알았다.📰코다(CODA)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의미하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입니다.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그것도 존재에 대해 잘 알지못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타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코다 다이어리는 2022년 아카데미에서 3관왕을 차지한 코다의 원작이다.작가의 자전적 소설은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아이가 겪어야 했던 일상의 불편은 물론 농인 부모를 보는 자녀의 애잔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소설은 한 시간 남짓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이다.하지만 책을 덮고 책 읽은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주인공은 농인인 부모를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기에 삶의 곳곳에서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목소리가 아닌 소리를 내는 부모를 보며 농인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p74)고 말하기도 한다.그렇다고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아빠는 농인 아이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아빠를 충분히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아빠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내가 만약 농인이었다면 아빠와 나는 더 쉽게 소통했을 것이다. 아빠는 내 학업이나 진로 고민에 대해서도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미래를 같이 계획하고 응원해 주었을 것이다. 내게 “나도 그 길을 걸어왔어.괜찮아” 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p136)이 짧은 소설로 그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고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았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소설은 90년대 막 농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끝난다.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의 농인의 위치는 과연 어떤가 생각해 보게 된다.일상생활에서 나는 한 번도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분명 우리 사회에도 수어로 소통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tv에서가 아닌 실생활에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밖으로 안 나오거나 나온다고해도 밖에서는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만약 내 눈 앞에 수어로 대화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들을 다시 돌아보지않을 자신이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애플북스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좋은 책 보내주신 애플북스(비전비엔피)께 감사드리고 필사를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많았습니다.감사합니다.
🏆한국추리문학상은 1985년에 제정되어 35년간 한국 추리 문학의 성장을 견인해왔으며, 특히 2007년부터 단편 부분인 ‘황금펜상’을 신설하여 최고의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한다.(책날개에서)나름 장르문학을 좋아하고 읽기도 많이 읽지만 실상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문학은 거의 읽지않았다.그러다보니 당연히 추리문학상의 존재도 몰랐고 순수문학을 하는 작가들만 등단을 거쳐 작가라는 이름이 부여된다고 알고 있었다.2022년 16회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은 수상작인 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와 우수작 6편이 수록되어 있다.비슷한 문화권인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을때면 그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미국과 서방국가에서 출간되는 장르소설은 이질감을 느끼기 쉬운데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었다.김세화 작가의 ‘그날, 무대 위에서’는 소극장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과 그 사건에 숨겨진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본 적 있는 인간관계를 떠오르게 한다.물론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생각했던 보편적인 관계가 아닌 반전을 선사해서 뒤통수를 친다.한새마 작가의 ‘마더 머더 쇼크’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소재에 악인을 등장시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이 소설이 무서웠던 이유는 범죄사실보다 너무나 사실적인 산후우울증 증상이었는데 작가가 직접 겪은 상황이었다니 눈앞이 아득하다.박상민 작가의 ‘무고한 표적’은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자에 대한 속시원한 응징을 보이고 있지만 그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김 유철 작가의 ‘산’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이야기가 보통의 추리 소설과 거리가 있지만 읽고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홍정기 작가의 ‘무구한 살의’는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범인이 잡히지만 꼬마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지 예측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정혁용 작가의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소녀’는 자신을 찾아가는 남자의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보통의 추리소설과 결이 다르지만 신비한 소녀와 남자의 관계를 추적해가는 게 흥미롭다.박소해 작가의 ‘겨울이 없는 나라’는 형사가 등장하는 전통적인 경찰소설이다.제주도 겨울 날씨의 특성을 잘 살린 소설은 한편으로 끝내기에는 서운하다 했더니 연작 소설 중 한 편이라고 한다.소설 뒤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는 감사의 말은 물론 소설의 시작점이 된 사연을 필두로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다짐을 들을 수 있어 소설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한 작가가 쓴 작품집에서도 전혀 다른 문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 모두 다른 7편의 소설가의 작품집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다.분명 내 취향이 아닌 소설도 있었지만 7편 모두 불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장르소설을 현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계신 작가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더 많은 관심을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나비클럽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