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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보통 인터뷰집은 인터뷰어가 묻는 질문에 인터뷰이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그대로 녹취한 것을 출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인터뷰를 잘 하는 질문자는 상대가 편안한 상태에서 망설이거나 자신의 진심을 숨기는 대답이 아닌 인터뷰이가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끄집어내게 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
띠지에 적힌 <전 GQ KOREA 편집자 이충걸의 인터뷰집>이란 문구에 흔히 보던 녹취록 형식의 인터뷰집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름만 들어도 얼굴을 떠올릴수 있는 인물이 다수 포함된 인터뷰집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그들에 대한 인상을 담은 글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인터뷰어인 이충걸은 여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1명의 인물을 만난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인터뷰집을 출간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여러차례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그는 단 한번의 짧은 만남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 장소도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카페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나기도 한다.
11명의 인물 중 전혀 괸심이 없거나 문외한인 몇몇 분야를 빼고는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다.
그의 노래 몇 곡은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최백호가 첫 번째 인터뷰이이다.
칠십이 넘은 가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코 늙지않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흔이 돼도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가수에게 어찌 나이의 굴레를 씌울 수 있을까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될 젊은 나이의 스포츠선수인 야구 선구 강백호(죄송하게도 나는 이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모른다.)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의 인터뷰는 그들의 노력과 함께 담대함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의 미래가 더 기대가 된다.
의사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다 이웃하면 안 될 것 같은 죽음학이라는 분야에서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정현채 선생의 인터뷰는 마음 한 켠을 흔들었다.
“놀이터에 와서 실컷 놀았으면 저녁 해 기울기 전에 퇴장을 해 줘야 다음 손님들도 들어와서 놀 텐데, 계속 죽치고 있으면 다음 사람이 못 들어와요. 현실로 치면 후손들이 못 태어나는 것과 비슷해요. 보통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만 반밖에 안 맞는 게, 아이가 태어날 땐 빈손이 아니라 전생에서 쌓았던 것들을 이번 생에 갖고 오거든요.갈 때도 살면서 행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랑, 쌓았던 수양,다 갖고 가죠.”(p164)파도속의 영혼 -정현채
11명의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꾸준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수 최백호,야구 선수 강백호, 법륜 스님, 개그우먼 강유미, 죽음학자 정현채, 강경화 전 장관,디자이너 진태옥, 한예총 총장 김대진, 시인 장석주, 피겨스케이팅 차준환,연극배우 박정자가 그들이다.
자신의 자리에게 묵묵히 존재하는 그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유려한 글과 솔직한 인터뷰를 읽으며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노력으로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 느껴진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6기로 활동하며 제공받는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