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로맨스 공모전 수상작과 브릿G에 게재된 1400여 편의 단편 중 엄선한 작품 아홉 편이 실린 단편선이다.
로맨스릴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단편집은 오싹한 스릴러에 로맨스가 첨가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처음 등장하는 배명은의 <죽음의 집>은 태풍이 몰아치는 휴가철이면 소영이 찾아가는 2층 목조 건물에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머물고 폭풍우를 피해 찾아든 이들 또한 사람인지 혼령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필원의 <휘파람을 불면>은 인간이 된 삼군 호랑이와 조상대대로 착호갑사였던 여자는 연대해 구제불능인 놈들을 정리할 계획을 세운다.
“다치지 마.” “휘파람을 불게”라는 말이 어떤 밀어보다 달콤하다.

한켠의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인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다른 이야기다.
자신이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버린 인어 공주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 소설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장아미의 <로흐>는 호러스릴러보다는 sf요소가 더 많은 소설이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우주를 가로질러 이곳까지 왔어요.”(p170)라는 말을 듣는다면 종족따위는 상관없을 것 같다.

코코아드림의 <소원의 집>은 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집착이 어디까지인지 느껴져 오싹해진다.
박하익의 <고양이 지옥>은 고양이 살해범을 잡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형사물이라고해도 어색하지 않다.
물론 로맨스릴러물이니 로맨스는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정이담의 <오만하고 아름다운>을 읽으며 빨간모자,미녀와 야수,푸른 수염 동화를 떠올렸다.
마지막 반전은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말라는 교훈을 던져 준다.

서은채의 <천년공작>을 읽으며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를 떠올리는 건 나뿐일까 궁금하다.
마지막 김보람의 <별>은 제목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김천일과 설화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 사랑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홉편의 소설은 작가들 특유의 방법으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풀어나간다.
어떤 소설은 로맨스에 더 많이 치우쳐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스릴러가 더 중심이 되기도 한다.
특히 죽음의 집을 읽으면서는 소영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생각하게 되고 도진의 마지막 분진을 쓸어담으려는 모습은 괴기스럽기도 했다.
달고 짭짤한 것이 입맛을 사로잡는 것처럼 냉온탕을 선사해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를 보지 않은 탓에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남편과 불화를 겪고 있는 작가인 ‘나’가 나의 소설 ‘난파선’을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속인 이유미이자 이유상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살아온 여자는 한 번의 큰 거짓말로 세 명의 남편과 한 명의 아내를 두게 된다.
사건사고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녀는 돈을 노리고 거짓말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변신이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어쩜 철저하게 이유미 입장에서 써 놓은 일기와 그녀가 스쳐갔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악의적이지 않아 더 그런 듯하다.

그녀 이유미가 어떤 이름,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부디 행복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이야 대부분의 집들이 보일러로 난방을 하니 아랫목,윗목 구분이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시골에서는 거의 모든 집들이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도 하고 방도 따듯하게 했죠.
온돌방의 특징이 불을 때면 아랫목은 설설 끓어 아 뜨거 소리가 절로 나게 뜨겁지만 윗목은 전혀 다른 공간인 것처럼 서늘하지요.

안녕달의 그림책 겨울이불은 그런 어린 시절로 저를 데려갑니다.
눈길을 헤치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아이가 올 시간에 맞춰 할머니 할아버지가 군불을 지폈을 겁니다.
꽁꽁 언 발이 닿은 방바닥은 앗,뜨거워 하지요.

아이가 들어간 이불 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왁자지껄 신난 동물 친구들도 있고 일찌감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든 친구들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따듯한 이불 속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이불 속 세상에서는 곰엉덩이 달걀도 있고 얼음 할머니 식혜도 있습니다.

안녕달의 다른 그림들처럼 등장인물들이 동글동글 귀엽습니다.
아이의 상상은 따뜻한 겨울 이불 속으로 동물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는 나이 든 부모, 그리고 눈길엪아이를 업고 가는 아버지의 따듯한 등이 그대로 전해져 제 마음까지 따듯해지네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 인터뷰집은 인터뷰어가 묻는 질문에 인터뷰이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그대로 녹취한 것을 출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인터뷰를 잘 하는 질문자는 상대가 편안한 상태에서 망설이거나 자신의 진심을 숨기는 대답이 아닌 인터뷰이가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끄집어내게 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

띠지에 적힌 <전 GQ KOREA 편집자 이충걸의 인터뷰집>이란 문구에 흔히 보던 녹취록 형식의 인터뷰집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름만 들어도 얼굴을 떠올릴수 있는 인물이 다수 포함된 인터뷰집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그들에 대한 인상을 담은 글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인터뷰어인 이충걸은 여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1명의 인물을 만난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인터뷰집을 출간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여러차례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그는 단 한번의 짧은 만남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 장소도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카페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나기도 한다.

11명의 인물 중 전혀 괸심이 없거나 문외한인 몇몇 분야를 빼고는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다.
그의 노래 몇 곡은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최백호가 첫 번째 인터뷰이이다.
칠십이 넘은 가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코 늙지않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흔이 돼도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가수에게 어찌 나이의 굴레를 씌울 수 있을까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될 젊은 나이의 스포츠선수인 야구 선구 강백호(죄송하게도 나는 이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모른다.)와 피겨 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의 인터뷰는 그들의 노력과 함께 담대함을 엿볼 수 있어 그들의 미래가 더 기대가 된다.
의사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다 이웃하면 안 될 것 같은 죽음학이라는 분야에서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정현채 선생의 인터뷰는 마음 한 켠을 흔들었다.

“놀이터에 와서 실컷 놀았으면 저녁 해 기울기 전에 퇴장을 해 줘야 다음 손님들도 들어와서 놀 텐데, 계속 죽치고 있으면 다음 사람이 못 들어와요. 현실로 치면 후손들이 못 태어나는 것과 비슷해요. 보통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만 반밖에 안 맞는 게, 아이가 태어날 땐 빈손이 아니라 전생에서 쌓았던 것들을 이번 생에 갖고 오거든요.갈 때도 살면서 행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랑, 쌓았던 수양,다 갖고 가죠.”(p164)파도속의 영혼 -정현채

11명의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꾸준하다는 특징이 있다.
가수 최백호,야구 선수 강백호, 법륜 스님, 개그우먼 강유미, 죽음학자 정현채, 강경화 전 장관,디자이너 진태옥, 한예총 총장 김대진, 시인 장석주, 피겨스케이팅 차준환,연극배우 박정자가 그들이다.
자신의 자리에게 묵묵히 존재하는 그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유려한 글과 솔직한 인터뷰를 읽으며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노력으로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 느껴진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6기로 활동하며 제공받는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터 - 물이 평등하다는 착각
맷 데이먼.개리 화이트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샤워 후 아침 겸 점심 준비를 했고 식사 후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세탁기를 돌렸고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중간 중간 화장실을 몇 번 갔고 커피도 한 잔 더 마셨다.
정확히 계측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을 수도꼭지를 틀어 사용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몇 달째 물절약 캠페인을 하고 있다.
나도 샤워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양치컵을 사용하고 있으며 설거지통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실천으로 시민 1인이 사용하는 1일 수돗물 사용량 약 300L의 최대 40%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의식 있는 배우로 많은 사회활동을 하는 맷 데이먼과 물 전문가 개리 화이트의 ‘물과 함께’한 10년의 보고서를 읽으며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나오는 물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바꿀수도 있는 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유명인의 선행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 그의 선한 마음을 곡해하거나 그를 활동에 동참하기도 한다.
워터_물이 평등하다면 착각을 읽으며 맷 데이먼의 자리에 다른 이가 섰다면 어떤 결과를 이끌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은 두 남자의 10년 간 물과 함께 한 여정을 번갈아 가며 적고 있다.

tv에서 물부족 국가의 실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매번 등장하는 먼 길을 걸어 물을 길러오는 모습은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그 화면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진짜 생활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단순히 물이 부족해서 저렇게 먼 길을 다니는데 우물을 파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머물렀다.
실제 여러 NGO단체에서 시도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몇 년 후엔 우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물을 파는 주체가 지역주민이 아니기때문에 고장이 날 경우 고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인지 느끼게 되었다.
분명 개인이 소소하게 실천하는 물절약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내가 사는 도시의 물 만을생각했지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곳에서는 물이 여성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실제로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물 긷는 아내들’을 여럿 들이기도 하고 소녀들은 물을 길으러 다녀야해서 학교에 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시장에 내다 팔 무언가를 만들 시간도 없이 오직 물긷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맷 데이먼과 개리 화이트는 10여 년이 걸쳐 Water.org와 소액을 대출해 주는 워터에코티를 설립한다.
공짜로 우물을 파 주는 것이 아니라 소액 대출을 통해 우물을 만들 비용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투자를 권하고 위생 관련 대출로 여성들에게 공부할 기회와 경제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은 예상과 다르게 실패도 하고 괄목할 만한 성공도 경험하지만 지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

세상은 더디지만 변하고 있다.
어떤 것은 나쁜 쪽으로 또 어떤 것은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찌됐던 20년 동안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인구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나는 믿는다.
우리는 실패하고 좌절하기도 할테지만 좋은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물 문제 역시 그러길 바라고 분명 그리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문제가 있음으로 알고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 빨리 좋은 쪽으로 변할 것이다.

📚나는 “물은 생명이다”라는 격언을 또 한 번 되새겼다.어떤 이들은 이 말을 인간이 살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원은 단순해 생존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물은 자유를 부른다.물은 기쁨을 부른다.
마지막으로, 물은 살아가기 위한 기회를 부른다.(p249)

🎁비전비엔피의 에코북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