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 거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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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인생이란 건 형편없이 시시한가 보다.어른들이 죄다 10대 시절이 제일 즐거웠다는 소리를 하는 게 그 증거다.이런 아무것도 없는 매일매일을 찬미하고 부러워하거나,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일이 없을 거라니.(p6)

무슨 일을 해도 시시한 고등학생 스즈키 카야는 매일 매일 똑같은 코스를 달리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버스정류장에서 이상한 녹색빛과 조우하게 된다.
두개의 눈과 손발톱만 빛나는 다른 세계의 소녀다.

키는 160정도에 자신을 18살이라고 소개하는 인간 여성과 비슷한 존재에게 치카라 부르며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치카가 존재하는 세계는 전쟁 중이고 피난소에 있을 때에만 만날 수 있으며 전쟁이 끝났다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그 곳을 떠나야 한다.

둘은 대화가 가능하고 만지며 서로의 감촉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카야와 치타의 행동으로 두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전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잃어버리게 된 치카를 위해 카야는 큰 일탈을 하게 되고 둘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연애라는 감정이 존재하지않는 세상의 치카에게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가던 카야는 어떤 계기로 헤어지게 되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카야는 여전히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고교동창 사이토와 교제하면서도 여전히 치카를 잊지못한다.

처음엔 중2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염세주의 남학생 카야를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이 심드렁하고 시시해하는 카야가 치카를 만나며 대단한 변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사실 인간은 누군가를 만나 변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르겠다.

카야는 실체가 없는 치카의 기억으로 자신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며 현실의 사람들에게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머니와 사이가 나쁘지않았음에도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 않고 사이토와의 만남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특별함은 다른 누가 있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야.”(p303)

사랑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카야를 보며 누군가를 죽을 만큼 사랑했던 추억이 있다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큰 돌풍이 불어와 마음을 흔들고 가버린 후 다시는 바람이 불어올 것 같지않지만 언젠가 또 다른 모양의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 바람의 크기가 다르다고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온 마음을 뒤흔드는 돌풍말고도 더운 날 내 머리칼을 흔드는 잔잔한 미풍이 더 편할 수도 있고 그것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다.
지나간 돌풍은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길.

🎁소미미디어 출판사 소미랑2기 활동 중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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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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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은 아들 희찬이 누군가에게 받아온 봉투 안의 쪽지에 적힌 <블랙홀>이란 글자를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경상남도 시골 마을 은수리의 은정과 희영은 서울에서 전학 온 필희와 친하게 지내며 삼총사 불린다.
어느 날 은정의 아버지와 필희 엄마가 함께 마을에서 사라진 뒤 셋의 사이는 금이 간다.

고등학생이 된 희영과 필희는 마을 저수지에서 무엇이든지 던지는 족족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을 발견한다.
그 뒤 필희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되고 희영은 필희가 구멍으로 들어갔다는 확신과 그 기억을 가슴에 봉인해 버린다.

8개의 소제목이 붙은 장편소설은 여덟 명의 주요인물을 등장시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사라져버리고 그 이유가 자신이 발견한 블랙홀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중년이 되어서도 힘들어 하는 희영과 엄마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미정과 사랑때문에 가족을 버린 필희의 엄마 순옥, 필희의 동생 필성,어떻게 해야 날씨가 좋은 날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정식,희영의 남편 찬영,그리고 빚에 허덕이는 혜윤과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은정이 등장한다.

여덟 명의 인물은 서로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식과 필성은 업무상 아는 사이지만 다른 인물들과는 접점이 없고 혜윤 역시 희영과 우연히 알게 되어 남편인 찬영의 병원에서 일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미정은 희영의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여자다.
이렇듯 등장인물은 제각각 모아놓은 듯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은정과 희영, 필희로 시작해 그녀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다.

사랑때문에 자식을 버린 엄마는 새로운 남자의 자식을 낳았지만 남자는 원가정으로 떠나버리고 그 남자 또한 죽는 순간까지 허공에 걸음을 옮기며 살아간다.
동지들을 뒤로하고 혼자만 빠져나와 싸움의 상대들이 진행하던 강을 정비하기 위해 굴착기를 운전했던 남자는 암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순간을 기다리며 관도 없이 묻히길 원한다.
엄마와 다른 아내를 얻고 싶었던 남자는 엄마와 닮아가는 아내의 상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등장인물들 모두 가슴 한 쪽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쓰이고 그들의 일상에 평안이 찾아오길 바라게 된다.
어린 시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로 인해 마음의 병을 앓게 된 희영도 아버지의 가출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딸 은정도 친구들의 바람대로 어딘가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를 필희도 부디 안온하고 평안하길 바라며 우리 모두 살고 싶어해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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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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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러프는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타임러프를 하는 등장인물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과거나 미래로 가 모험을 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디 “우나의 고장난 시간”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은 고장난 시계가 가르키는 시간처럼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인 시간의 순서가 없는 시간여행을 한다.

1982년 12월 마지막 날 19번째 생일 자정에 커다란 진동과 함께 2015년으로 타임러프한 우나는 19살이 아닌 51세의 외모를 가진 우나가 된다.
방금까지 파티를 즐기던 친구들은 곁에 없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건 2014년의 우나가 남긴 편지와 자신의 타임러프 사실을 알고 있는 엄마와 친구이자 개인비서인 켄지를 만나게 된다.
쉰하나의 몸에 열아홉의 정신이 깃든 우나는 큰 혼란을 겪고 자신이 매년 생일 자정에 무작위로 과거나 미래로 타임러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타임러프는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현재를 바꾸거나 미래를 살짝 보고 현재로 돌아와 미래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들이다.
타임러프한 주인공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과거와 미래를 다녀오고 자신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라 주변인은 자신을 못 알아보더라도 자신은 그들을 알아보고 행동한다.

하지만 우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한다.
거기다 순차적으로 시간이 흐르는게 아닌데다 도착한 시간에서 일년 후에는 무조건 떠나야 하고 자신이 새로 도착할 시간도 과거가 되기도 하고 미래가 되기도 한다.
가령 남편의 외도를 12월 마지막 날 알게돼도 자정이 되면 내일이 아닌 과거로 가게 되고 미래의 남편을 만나 사귀기전부터 그가 나중에 외도를 한다는 걸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우나는 타임러프로 상당한 부를 쌓게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을 막을 수는 없다.
7년의 시간 중 일부는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젊은 육체로 살아가고 때로는 자신의 진짜 나이보다 휠씬 나이가 많은 몸으로도 살아간다.
우나는 실패할 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후회하게 될 줄 알면서도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 잘못했던 행동을 바꿔놓고 싶기도 하고 미래에 다녀와 현재의 선택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나는 과거와 미래를 타임러프하지만 부를 쌓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저 미래를 알고 있기에 현재에 더 충실할 뿐이다.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종착지는 모두 같다.
그 종착지를 알고 있기에 한번뿐인 인생에 더 충실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돌고 돌아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온 우나는 끝을 알면서도 더 많이 사랑하고 현재를 바꾸기보다 지금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진짜 자신을 찾고 현재를 즐기라고 말한다.
우나가 새해에는 어떤 시간을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한 그녀는 후회따위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누군지 확실히 알면,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p107)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하늘을 나는 돼지를 믿으렴.”(p176)

📚”음악을 선택한다는 건 곧 숨 쉬는 걸 선택했다는 뜻이었어요. 내 것이 아닌 삶을 살면서 아무리 오래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p308)

📚약속하는데,굳이 젊지 않아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젊음과 미모가 다는 아니거든. (p322)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부모는 없단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그런 척할 뿐이지.” (p460)




🎁비전비엔피(이덴슬리벨)출판사의 에코북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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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여서 좋아 웅진 세계그림책 237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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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강아지 까망이에게 친구 개구리가 다가와 “까망아, 너는 어떤 색이 좋아?”라고 묻습니다.
까망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초록!”이라고 말합니다.
개구리가 기뻐서 폴짝 뛰어오르자 까망이도 기뻐합니다.

빨간 새 친구도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까망이는 이번엔 “빨강!”이라고 말하네요.
파란 도마뱀도 갈색 족제비도 노랑 나비도 친구 까망이도 찾아와 똑같이 어떤 색을 좋아하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까망이는 친구의 색이 좋다고 말합니다.
얼마 뒤 친구들이 다 같이 까망이를 찾아와 어떤 색을 좋아하냐고 묻습니다.
과연 까망이가 어떤 대답을 해야 친구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단순화한 동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까망이의 대답에 얼마나 행복해하는 지 느껴집니다.
까망이에게 친구들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초록이어도 파랑이라도 빨강이어도 갈색이어도 노랑이어도 까망이어도 상관없어요.
까망이가 초록,빨강,파랑, 갈색, 노랑,까만 색이 좋았던 건 그냥 “친구 색깔”이어서 좋았던 거예요.

아이들은 어떤 편견도 없이 친구를 사귑니다.
아이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입니다.
때묻지 않은 아이같은 까망이는 조건과 겉모습으로 친구를 구분짓는 어른을 부끄럽게 합니다.

배경 그림없이 그려진 동물친구들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화려하지않은 그림과 발랄한 색감과 역동적인 동물 친구들의 모습이 그림책을 보는 내내 행복하고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반복되는 글을 읽다보면 음률이 느껴지는 건 물론 여러번 읽다보면 색깔의 이름도 저절로 알게 되고 동물 친구들의 특징과 이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개구리는 폴짝, 새는 파닥, 도마뱀은 스르르,족제비는 빙그르르, 나비는 팔랑팔랑, 강아지는 멍멍 흉내내는 말도 재미있습니다.
인성 교육과 재미는 물론 표나지 않게 뭔가 가르치고 싶은 어른의 욕심까지 만족시켜주는 만점짜리 그림책입니다.


🎁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여러번 읽고 솔직하게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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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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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시골에서 보내는 여름 방학은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자 나는 혼자서 안젤로 삼촌이 사는 시골로 떠납니다.
검표원 아저씨는 나를 “꼬마 청년’이라 부르고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아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삼촌은 여전하고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는 삼촌집도 여전합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젠 얼추 내 키에 맞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온 종일 돌아다닙니다.
어느 날 길을 잃고 우연히 바닷가까지 가게 됩니다.

📚그러느라 가장 큰 파도를 보지 못했다.
깜짝 선물처럼 해변에 도착한 파도를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됩니다.
어른들은 모두 아이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에스더 앤더슨’은 그런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과 아스라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는 아름다운 글에 어울리는 화려하지 않는 그림이 더 눈길을 사로잡네요.
인생그림책시리즈의 19번째 책은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지워줍니다.

어른에게는 가슴 속에 담아둔 첫사랑을 기억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감을 이끌어내게 해줄 듯합니다.
여름방학 뒤 한뼘이나 자란 키만큼 마음 역시 커버린 아이를 만났을때 뭉클해지는 마음을 갖고 책장을 덮습니다.

🎁좋은 책 보내주신 길벗어린이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이 도서는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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