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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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은 아들 희찬이 누군가에게 받아온 봉투 안의 쪽지에 적힌 <블랙홀>이란 글자를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경상남도 시골 마을 은수리의 은정과 희영은 서울에서 전학 온 필희와 친하게 지내며 삼총사 불린다.
어느 날 은정의 아버지와 필희 엄마가 함께 마을에서 사라진 뒤 셋의 사이는 금이 간다.

고등학생이 된 희영과 필희는 마을 저수지에서 무엇이든지 던지는 족족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을 발견한다.
그 뒤 필희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되고 희영은 필희가 구멍으로 들어갔다는 확신과 그 기억을 가슴에 봉인해 버린다.

8개의 소제목이 붙은 장편소설은 여덟 명의 주요인물을 등장시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사라져버리고 그 이유가 자신이 발견한 블랙홀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중년이 되어서도 힘들어 하는 희영과 엄마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미정과 사랑때문에 가족을 버린 필희의 엄마 순옥, 필희의 동생 필성,어떻게 해야 날씨가 좋은 날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정식,희영의 남편 찬영,그리고 빚에 허덕이는 혜윤과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은정이 등장한다.

여덟 명의 인물은 서로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식과 필성은 업무상 아는 사이지만 다른 인물들과는 접점이 없고 혜윤 역시 희영과 우연히 알게 되어 남편인 찬영의 병원에서 일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미정은 희영의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여자다.
이렇듯 등장인물은 제각각 모아놓은 듯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은정과 희영, 필희로 시작해 그녀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다.

사랑때문에 자식을 버린 엄마는 새로운 남자의 자식을 낳았지만 남자는 원가정으로 떠나버리고 그 남자 또한 죽는 순간까지 허공에 걸음을 옮기며 살아간다.
동지들을 뒤로하고 혼자만 빠져나와 싸움의 상대들이 진행하던 강을 정비하기 위해 굴착기를 운전했던 남자는 암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순간을 기다리며 관도 없이 묻히길 원한다.
엄마와 다른 아내를 얻고 싶었던 남자는 엄마와 닮아가는 아내의 상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등장인물들 모두 가슴 한 쪽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쓰이고 그들의 일상에 평안이 찾아오길 바라게 된다.
어린 시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로 인해 마음의 병을 앓게 된 희영도 아버지의 가출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딸 은정도 친구들의 바람대로 어딘가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를 필희도 부디 안온하고 평안하길 바라며 우리 모두 살고 싶어해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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