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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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 무조건 첫 페이지부터 시작해 책날개, 목차까지 차례대로 꼼꼼하게 보는 저에게 목차만 보고 가장 궁금했던 꼭지를 읽어보는 건 용기를 내야하는 행동입니다.
목차를 쭉 살피다가 그믐에서 ‘계간 미스터리’의 독서 모임 진행을 하고 계신 홍선주 작가님의 “마트료시카”를 먼저 읽있습니다.

이야기의 주무대가 된 아파트는 경비 아저씨가 주민들과 소통(?)이 되고 노숙자가 쓰레기장이지만 들어올 수 있는 곳, 이웃들과 말을 섞고 사는 걸 보니 서민 아파트인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솔선수범하여 이웃을 돕고 경비 아저씨에게 친절한 1004호 천사 청년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범인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얼굴을 하고 목표물이 된 타깃을 관찰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 같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와 의심스러운 노숙자 그리고 힌트처럼 등장하는 주민들의 코멘트가 범인을 일찌감치 짐작하게 하지만 끝까지 가슴 죄는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작가님은 ‘마트료시카’라는 제목을 겨울 옷을 여러 겹 입은 노숙자를 보고 여러 겹의 인형을 떠올리며 지으셨다고 합니다.
혹시 내 주위에도 귀여운 “마트료시카”의 얼굴로 살아가는 이가 없는 지 괜히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그나저나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해 봅니다.

🎁나비클럽의 계간미스터리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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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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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남녀가 수영장 앞에서 서로 고개를 돌리고 서 있는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며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첫사랑이야기인가 싶었다.
예상과는 달리 소설은 단순한 청소년의 사랑이야기가 뿐 아니라 가족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미대 신입생인 도모치카는 집을 떠나 엄마의 도움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않아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다행히 낡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같은 과 4학년 선배인 와카나의 도움을 받게 되고 둘은 가까워진다.
와카나는 그림의 재능은 물론 교우 관계도 좋아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배인데 어느날 교코라는 여자가 도모치카를 찾아와 와카나를 잘 살펴달라는 부탁을 한다.

소설은 도모치카의 현재 대학 생활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와카나가 고교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모치카와 와카나는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미대생이라는 것과 부모가 재혼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모치카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누나인 ‘료’가 생겼지만 료는 가족을 멀리한다.
와카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여동생이 생겼지만 마음에 문을 닫아 버린다.

미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대학 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과 함께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하고 하고 그들의 고민을 짐작하게 한다.
와카나가 가슴 속에 묻은 첫사랑 이야기와 도모치카와 누나 료의 이야기는 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 다음 페이지를 가슴 졸이며 넘기게 한다.

현재의 우리는 여러 형태의 가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재혼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 재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친형제라 할지라도 우애가 안 좋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다 커서 한 가족이 되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친혈육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의 틀에 그들을 묶으려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소설을 끝을 읽으며 자주 만나서 불편한 가족보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어도 새로운 사랑을 찾은 부모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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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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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중 한 명인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은 작가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 sf적인 소설이 없었나 싶었다.
어쨌든 처음, 최초는 언제나 신선하고 궁금하니 작가의 팬이라면 읽어주는 게 당연하다.
모두 8편의 소설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대는 메이지 시대를 비롯 현재에서 멀리않은 시간으로 짐작되는 시대다.
작가가 기존에 써 온 괴담류나 미스터리에서도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느끼는 소설이 많은데 우리가 보통 sf소설의 배경이라 생각하는 광활한 우주나 대단한 과학의 발전 등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서 실재한 일들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엄마의 법률>을 읽으며 만약 주위에 학대 받은 피해아동이 있다면 나는 그 아이를 내 아이의 친구로 인정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며 우리는 생각만큼 피해자에게도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많은 cctv의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전투원>,여고생이 나와 조우하게 되는 <나와 너>,오랜 생활 함께한 로봇과의 이별을 그린 표제작 <안녕의 의식>,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는 형체가 없어 더 무서운 외계 생명체 이야기인 <별의 소원을>,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켄슈타인 공사의 창설을 다룬 <바다신의 후예>는 시대는 맞지 않지만 악랄한 일본의 731부대의 인체 실험이 떠오르는 건 너무 멀리 나간 생각일까?
<성흔>은 살인자인 A를 추앙하는 과정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 등장해 그들은 위로하며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사이비 종교의 발현을 보는 듯해 섬뜩하다.
마지막 <보안관의 내일>은 잔인한 범죄자 아들에 의해 희생되는 이들이 아무리 인공지능을 탑재한 의체라고는 하지만 범죄의 순간을 매번 반복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만약 갱생해 범죄를 저지르지않는 삶을 경험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달라지는지 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지 그럴 시간에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를 비는 게 옳을 듯하다.

작가의 애도 시대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현실과 뚝 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그 시대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다.
“안녕의 의식”은 기대보다는 파격적이지않고 슴슴한 sf지만 생각거리를 충분히 던져 준다.
작가가 쭉 써 온 장르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건 보통의 결심과 노력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한 분야에 대가를 이룬 작가라면 더더욱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으리라 짐작된다.
소설이 재미없었던 것은 아닌데 다른 소설에 비해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해 읽었다.
작가님의 sf도 나쁘지 않지만 시대물과 사회파 미스터리에 힘 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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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 가망서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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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기 전까지 시골에서 살았지만 한 번도 나이든 동물을 본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외양간에 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고 닭도 키웠지만 팔기 위해 기른 동물들은 늙기전에 팔리고 강아지도 성체가 되면 팔려 나간 탓에 동물이 나이든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저자인 ‘이사 레슈코’는 동물권, 노화, 죽음에 관한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로 수록된 사진은 동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플래시를 끄고 오로지 자연광만을 사용한 10년이 걸린 작업물들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생추어리]라는 단어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생추어리에는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던 동물들이 온다.어떤 동물은 도살장행 트럭에서 탈출에 거리를 헤메다가 발견된다. 어떤 동물들은 통제 불능 상태의 호더나 뒷마당에서 동물을 사육해 바로 도축하는 푸줏간으로부터 구조된다.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농장에서 사룟값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진 동물도 많다. 드물기는 하지만, 반려인으로부터 더 이상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도 온다. 대부분의 동물은 끔찍한 환경에 놓여 있었고,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상태로 생추어리에 온다. 어떤 동물은 살아남지 못하지만, 살아남는 동물은 여상을 보낼 집을 얻는다.(p22~23)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으로 새벽이생추어리와 달뜨는보금자리가 있다고 한다.
책은 커다란 판형으로 흑백으로 찍은 나이든 동물 사진들이 가득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동물을 세는 단위로 사람 수를 세는 명(名)과 동음어인 명(命)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마리에 익숙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한 명(命),두 명(命) 세는 것도 특별한 것은 아닐 듯 싶다.

내가 한 권의 책으로 대단한 변화를 겪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당장 육식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편안하게 나이들 동물들을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가끔씩 농장동물들을 생각할 것이고 편안하게 자신의 수명을 다하는 동물들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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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 비룡소의 그림동화 316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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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우리 아들들이 정말 좋아한 작가분 중 한 분입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북극으로 가는 기차”라는 제목으로 전집에 포함된 작품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너무 갖고 싶어 했던 책인데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에야 비룡소에서 원제인 “폴라 익스프레스”로 출간이 됐습니다.

그림책을 원작으로 했던 동명의 에니메이션은 2004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톰 행크스 주연으로 세계 최초로 IMAX DMR 2D로 변환하여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극장을 찾았던 아이들에게 황홀함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익숙하지않아 다소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나네요.
우리 아들들은 영화를 보고 DVD까지 구입했으니 얼마나 이 이야기를 좋아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시즌 그림책인 폴라 익스프레스지만 매년 크리스마스는 찾아오고 두고두고 보자는 생각에 새로운 계절 봄날에 골라봤습니다.

오래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늦은 밤 집 앞에 도착한 북극으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탑니다.
기차 안에는 이미 친구들이 많이 타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눈처럼 하얀 캐러멜이 든 사탕도 먹고 초콜릿 덩어리를 통째로 녹인 것 같은 진한 코코아도 마시네요.

춥고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선 기차는 쉬지않고 달려 북극에 도착합니다.
북극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시였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네요.
산타 할아버지는 기차를 타고온 친구들 중 한 사람을 뽑아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답니다.
과연 누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20여년전 아들들을 양 옆에 두고 그림책을 읽어주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고소한 팝콘 냄새가 가득하고 행복한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하던 극장안의 분위기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더 이상 방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지만 소중했던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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