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의 여왕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3
파니 졸리 지음, 김주경 옮김, 로제 캅드빌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이 되고 그림책보다는 동화책을 가까이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은 비슷한 또래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수준별, 단계별로 독해력과 어휘력을 향상 시키고,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주니어김영사에서 야심차게 내 놓은 새로운 <책 읽는 즐거움을 키우는 사각사각 책읽기>시리즈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르고는 언제나 학교에 꼴찌로 도착할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다.
선생님이 공책을 꺼내라고 말하면 딴 곳을 쳐다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콧등을 긁고 쪽지 시험을 볼 때도 딴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마르고가 언제나 일등으로 도착하는 장소가 있었으니 바로 운동장이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빠르게 튀어나가 반에서 가장 멋지고 빠르게 논다.

어른들에 눈에는 문제아나 더딘 아이로 보이는 마르고를 한없는 사랑으로 바라보고 그에 맞는 멋진 충고를 해주는 선생님과 선생님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근사하게 변하는 마르고를 보며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조금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윽박지르고 서두르는 지금의 우리에게 진정으로 아이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짧은 이야기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신나게 뛰어노는 마르고의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지고 어른은 어른대로 멋진 선생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제 막 그림책이 아닌 동화책 읽기를 시도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리즈 같아 다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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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파마 국시꼬랭이 동네 10
윤정주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에서 태어나 속이 찰 때까지 시골에서 자라서 인지 아카시아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참 많다.
10리나 되는 거리의 학교를 비 오는 날이 아니면 걸어서 다녔던 터라 신작로에서 좀 떨어진 숲에 봄이면 가득했던 아카시아 꽃이 먼저 떠오른다.
가시가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찔리기 일 수였지만 아카시아 꽃이 필 때는 가시쯤은 무시하고 나무에 매달렸다.
봄 햇살이 따뜻한 오후에 우유 빛깔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아카시아 꽃을 따서 쪽쪽거리며 꿀을 빨아 먹으며 걷다보면 10리라는 거리가 그리 멀지마는 않았다.

또 아카시아 줄기를 따서 친구와 누가 먼저 잎을 따게 되나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즐거워했고 혹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애가 있으면 아카시아 잎으로 점을 쳐 보며 마음 졸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놀이가 있었는데 바로 천연 파마인 아카시아 파마다.
우리 엄마는 늘 농사일에 지쳐 있었고 층층이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살아야 했기에 그 흔한 립스틱 하나 없는 분이셨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이 엄마 화장품 몰래 바르며 놀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멋 내기는 아카시아 파마였다.

벌써 이십년이 훨씬 넘은 기억 속의 아카시아 파마를 영남이와 미희를 통해 기억해 내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 친구를 우연히 만난 기분이 들었다.
엄마 화장품을 몰래 바르고 젓가락으로 파마하다가 머리카락을 태우는 영남이와 그런 친구를 위해 아카시아 파마를 정성껏 해주는 미희, 그리고 껌 딱지처럼 영수까지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 같다.
귀여운 영남이와 영남이네 방의 앉은뱅이책상과 커다란 달력, 가족사진, 그리고 신문지로 덮은 밥상까지 낯익은 풍경은 어린 시절 먹을 것은 풍족하지 않았어도 나가기만 하면 신나는 일 천지였던 내 고향이 생각나 한참을 들여 다 보며 웃음 짓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우리 둘째의 나이가 7살이었다.
일곱 살이라 부끄러움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멋 내기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카시아 파마를 해 달라고 졸라 할머니 댁에 가는 길에 아카시아 줄기를 따서 해 본 적이 있다.
머리가 짧아 말기도 힘들었지만 아들이 생각했던 만큼 멋지게 안 나와서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겨 그것으로 만족해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영남이를 통해 너무 작고 하찮게 보여 잊고 지냈던 내 고운 추억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아이와의 새로운 추억이 더해져 언제나 봐도 행복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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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ABC 비룡소 창작그림책 25
박은영 지음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아이들 영어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 영어를 위해 꽤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한 영어지만 영어 동화는 물론 비싼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영어전문학원을 보내고 있다.
악어 ABC는 둘째를 영어 학원에 보내기 전에 구입한 책으로 자연스럽게 알파벳을 익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꼭 이 책 덕분에 알파벳을 떼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이는 이 책을 통해서 영어가 꼭 어렵고 두려운 언어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알파벳 A부터 시작된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물과 친숙한 단어들을 통해 해당 알파벳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알파벳을 예쁘게 꾸민 것이 아닌 해당 알파벳에 연상되는 사물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고 하는 데 낫의 구부러진 모양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ㄱ도 떠오른다.
이 책 역시 빨간 지붕과 초록색의 alligator를 통해 대문자 A와 소문자 a를 떠오르게 도와주고 있다.

다른 여러 출판사에서도 알파벳을 익히기 위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에 악어ABC를 단순히 알파벳만 익히기 위한 책으로 여긴다면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파벳을 소개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화려한 원색의 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등장하는 동물들을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짧은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들이 알파벳 모양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곰은 B를 강아지는 D를 그리고 코끼리는 E를 소개해 그림만으로도 알파벳을 익힐 수 있게 한다.
또 매번 등장하는 악어가 소문자를 표현하고 있어 다음 장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사뭇 기대하게 된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어가면서 단순히 알파벳만이 아닌 문장을 읽고 색상과 동물의 이름까지 알아갈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다.
따로 CD가 들어 있어 아이 스스로 원어민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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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8-2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해줘볼까요
 
마법에 걸린 엘라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8
게일 카슨 레빈 지음, 정미영 옮김, 이갑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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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속 백마 탄 왕자와 결혼했던 여성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누구나 첫눈에 반할만큼 예쁘고 순종적이며 마음씨도 비단결 같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여자가 대부분이다.
1998년 뉴베리 영예 도서인 ‘마법에 걸린 엘라’의 주인공 엘라는 왕자와 결혼한 여자이지만 얼굴이 특별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그렇다고 순종적이거나 얌전하지도 않다.
엄마를 잃고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묵묵히 살지만 그것은 그녀의 성격 탓이 아닌 요정의 잘못된 선물 때문이라는 설정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오던 신데렐라풍의 이야기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준다.

세상에 처음 빛을 본 순간,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우는 엘라에게 요정 루신다는 언제나 “복종”해야만 하는 복종을 선물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의 어떤 명령이든 복종해야만 하는 엘라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그런 엘라는 어느 날 사랑하는 엄마를 병으로 잃게 된다.
대모이자 요리사인 요정 멘디와 샤 왕자의 만남으로 슬픔을 잊어가지만 아빠에 의해 교양 학교로 보내지면서 엘라의 인생은 녹녹치 않게 된다.
복종해야만 하는 엘라를 괴롭히는 해티와 선생님의 명령에 따라야만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이야기는 왜 공주들은 부당한 대우에 고분고분해야만 했는지의 그에 대한 이유를 대고 있다.
그래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를 알게 된 뒤의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큰 골격을 따르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어리숭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이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엘라지만 학교를 탈출하고 도깨비들을 물리치고 늘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모습이 어떤 공주보다 더 사랑스럽다.
또한 샤 왕자와의 아기자기한 사랑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엘라가 사랑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왕자를 사랑하기에 왕자의 청혼을 거절하는 용기를 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저주를 스스로 풀어버린데 있다.

언제나 자신의 뜻에 따라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유를 언제나 복종해야만 했던 엘라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
400페이지 가까운 다소 긴 이야기지만 엘라의 모험과 요정, 그리고 도깨비, 땅의 요정, 거인의 결혼식과 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요정의 책 등의 신기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엘라와 왕자님의 행복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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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 동무 비룡소 전래동화 3
이영경 글.그림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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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옛 수필 ‘규중칠우쟁론기’는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기야 글을 읽기보다는 중요한 낱말에 줄을 긋고 모르는 단어의 뜻은 빨간색 볼펜으로 적어 넣은 뒤 주제를 알고 내간체의 문체에 의인법과 풍자법으로 표현했다는 공부를 먼저 했으니 재미를 못 느끼는 건 당연했을 수도 있다.
온통 어려운 말과 입에 짝 달라붙지 않던 글이 별로 재미없었던 ‘규중칠우쟁론기’를 원작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니 과연 어떤 표현했을까 싶어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옛날 빨간 두건을 쓰고 바느질을 즐겨하는 “빨간 두건 아씨”와 늘 함께 하는 일곱 동무가 있었으니 바로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이다.
하루는 빨간 두건 아씨가 살짝 낮잠이 든 사이 서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뽐내기 시작한다.
그 소리에 잠이 깬 빨간 두건 아씨는 아무리 일곱 동무들이 잘 한다하여도 자신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화를 내며 다시 잠이 든다.
일곱 동무는 아씨에 말에 서운해 슬퍼할 때 아씨는 일곱 동무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서로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단추나 달면 모를까 결혼하면서 준비한 반짇고리를 열어 볼 일이 없다.
그러니 바느질 도구에 대해 낯설기만 할 것이고 그 쓰임새 역시 모르는 데 당연할 것이다.
옷감을 재는 자, 그 옷감을 자르는 가위, 그 자른 옷감을 꿰매는 데 필요한 바늘과 실, 그리고 바느질한 옷감을 잘 펴주는 인두와 다리미의 쓰임은 그림책을 보다보면 저절로 익히게 되고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어렵지 않게 알게 된다.
또 어려운 낱말이 등장하지 않으니 막힘없이 술술 있으며 그림책 보는 재미를 만끽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옛날 부인네들의 방안 모습을 잘 나타낸 소품과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표지부터 시작되는 그림은 앞표지에는 밖을 내다보는 일곱 동무를 밖에서 본 모습을 그려 넣었고 뒤표지는 방안에서 본 뒷모습을 담고 있어 색다른 멋을 주고 있다.
그리고 키가 크고 날씬한 자부인과 늘 불을 안아야 하는 다리미 소저의 붉은 볼과 오랜 세월 아씨의 손끝을 지켜주었던 골무 할미까지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린 그림만으로도 동무들의 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다 일곱 동무들이 제 자랑에 정신이 없을 때 낮잠 자는 아씨의 변화하는 모습은 나중에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짐작하게 한다.

너무나 뚜렷한 주제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지만 여러 번 반복해 읽게 되는 이유는 글뿐만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매번 보는 장면이지만 홍실 각시가 가장 아끼는 실을 물어뜯어 버리는 장면은 볼 때마다 크게 웃고 늘 새로워한다.
이 세상 어떻게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게 있으랴 만은 우리는 가끔 그 소중함의 크기를 수량으로 나타내 순서를 세우고 싶어 한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 누구 하나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이 한데 어울려 행복해 하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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