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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엘라 ㅣ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8
게일 카슨 레빈 지음, 정미영 옮김, 이갑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옛이야기 속 백마 탄 왕자와 결혼했던 여성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누구나 첫눈에 반할만큼 예쁘고 순종적이며 마음씨도 비단결 같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여자가 대부분이다.
1998년 뉴베리 영예 도서인 ‘마법에 걸린 엘라’의 주인공 엘라는 왕자와 결혼한 여자이지만 얼굴이 특별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그렇다고 순종적이거나 얌전하지도 않다.
엄마를 잃고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묵묵히 살지만 그것은 그녀의 성격 탓이 아닌 요정의 잘못된 선물 때문이라는 설정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오던 신데렐라풍의 이야기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준다.
세상에 처음 빛을 본 순간,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우는 엘라에게 요정 루신다는 언제나 “복종”해야만 하는 복종을 선물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의 어떤 명령이든 복종해야만 하는 엘라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그런 엘라는 어느 날 사랑하는 엄마를 병으로 잃게 된다.
대모이자 요리사인 요정 멘디와 샤 왕자의 만남으로 슬픔을 잊어가지만 아빠에 의해 교양 학교로 보내지면서 엘라의 인생은 녹녹치 않게 된다.
복종해야만 하는 엘라를 괴롭히는 해티와 선생님의 명령에 따라야만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이야기는 왜 공주들은 부당한 대우에 고분고분해야만 했는지의 그에 대한 이유를 대고 있다.
그래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를 알게 된 뒤의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큰 골격을 따르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어리숭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이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엘라지만 학교를 탈출하고 도깨비들을 물리치고 늘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모습이 어떤 공주보다 더 사랑스럽다.
또한 샤 왕자와의 아기자기한 사랑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엘라가 사랑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왕자를 사랑하기에 왕자의 청혼을 거절하는 용기를 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의 저주를 스스로 풀어버린데 있다.
언제나 자신의 뜻에 따라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유를 언제나 복종해야만 했던 엘라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
400페이지 가까운 다소 긴 이야기지만 엘라의 모험과 요정, 그리고 도깨비, 땅의 요정, 거인의 결혼식과 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요정의 책 등의 신기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엘라와 왕자님의 행복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