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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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은 독자마다 다르다.
내 경우 저자, 입소문, 출판사, 그리고 책의 외형 등이다.
번역서인 경우 특별한 역자가 아니면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의 경우 선택의 가장 큰 이유가 정보라 작가의 번역이라는 점이었다.

폭력이 일상적인 시절을 살았던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에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그 남편이 죽자 아들에게 의탁한 어머니는 남편과 달리 술도 마시지 않고 글을 읽고 다른 노동 운동자들과 토론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불안해 한다.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소식지를 전하다 투옥된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스스로 아들을 위해 소식지를 공장에 배포하는 임무를 대신한다.
다행히 석방된 아들은 5월1일 노동절에 최선봉에서 깃발을 들게 되고 재투옥되어 재판을 기다린다.
아들을 대신해서 시작했던 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의해 점점 각성된 어머니는 진정한 노동자의 어머니가 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1905년의 러시아 혁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건 물론 막심 고리키가 러시아 문학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이 있는지 알지못한다.
배경지식이 충분했다면 더 깊은 독서가 됐을 것이고 작가가 의도한 대로 소설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읽는내내 파벨의 어머니 블라소바를 보며 아들의 죽음 뒤 노동 현장에 뛰어든 두 명의 어머니들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했다.

1970년 평화시장 재단사 출신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사회운동가 이소선 여사는 아들을 잃고 대단한 사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동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 당시 빌딩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 3천만원을 제시한 정부에 맞서며 아들을 지켜낸 것은 어머니가 대단히 깨어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들을 사랑한 어머니이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2018년 한 해가 다 가는 12월에 우리는 스물넷 꽃같은 아들 김용균을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잃은 어머니 김미숙은 분연히 일어나 아들을 기리는 김용균재단을 만들고 노동운동가의 길로 들어선다.
파벨의 어머니 펠라게아 닐로브나 블라소바가 그러했듯이 아들의 의해 각성하고 아들의 뜻을 기리며 진정한 노동자의 어머니가 된 두 분을 보며 어머니라면 그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년도 더 지난 소설을 읽으며 사회주의 사상이 옳으니 그르니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작품이라는 데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번역가의 친절한 해설편을 읽으면 막심 고리키의 사상에 대해서는 물론 소설이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상과 의도를 읽을 수 있어 미천한 글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 현장은 열악하고 여전히 같은 일을 하며 처우가 다른 노동자가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퇴근 후 안녕히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고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먼 나라, 먼 시절의 이야기를 현재의 대입하는 건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가도 그 시절의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지금의 처우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몹시도 마음이 시끄러운 소설 읽기였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을유문화사께 감사드립니다.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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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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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무시무시한 위력의 핼리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자 인류는 선택된 자들만 세이건이라는 행성으로 이주를 목표로 우주선 3대에 나눠 떠날 계획을 세운다.
식물학자인 엄마, 지질학자인 아빠와 페트라 그리고 동생은 이야기꾼인 할머니를 남겨두고 두번째 우주선에 탑승한다.
안타깝게 세번 째 우주선은 지구에 남은 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페트라 가족을 태운 우주선은 새로운 행성 세이건을 향해 출발한다.

400년 가까운 시간을 날아야 도착하는 세이건으로 출발한 지구인들은 모니터 요원들의 도움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되지만 페트라만이 의식이 있는 상태로 한참을 지내게 된다.
드디어 세이건에 도착한 페트라는 잠에서 태어나지만 인류와는 전혀 다른 모니터 요원들의 후손인 콜렉티브를 만나게 된다.
“희생, 헌신, 일치”라는 슬로건 아래 함께 하는 콜렉티브는 페트라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 인류에게 세이건의 정찰 임무를 부여하고 선인류를 파멸시킬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39년 후인 2061년 7월 28일 혜성 충돌로 우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먼 우주를 날아 2442년 종착지인 세이건에 도착한다.
안타깝게도 잠에서 깨어난 인류는 모든 기억이 지워진채로 그저 콜렉티브의 도구로만 존재한다.
이름도 없이 제타라는 명칭으로 불릴 뿐 개인을 나타내는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이고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평등이 어떻게 쓰이는데 따라 얼마나 괴물 같은 단어가 되는지 느끼게 해 준다.

우주선 안의 콜렉티브는 외모는 물론 지식,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평등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성을 잃은 개인은 더 이상 존중 받는 존재가 아닌 언제든 그 쓸모가 다하면 버릴 수 있는 대체품이 되는 세상이다.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상상이라는 단어 역시 부재하다.
“에리세 케 세 에라…….(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닌 우리 인류가 조상에게 이어받은 지혜이자 문화다.
그런데 그것을 지워버린 세상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고 자신의 존재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든 것을 기억하는 페드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바꾸어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전파한다.
깨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부모와 다른 이들의 죽음은 페트라의 이야기가 아니였으면 존재했는지도 모르고 잊혀진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조차 모르고 제타1,2로 살아갔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드디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간다.

미국 아동 문학에 공헌한 작가에게 주는 뉴베리상의 대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읽은 책인데 과연 대상을 받을 만하다.
작년에는 한국의 구전설화를 듣고 자란 작가가 할머니(Halmoni)룰 등장 시킨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 대상을 차지하더니 올해도 역시 이야기의 힘을 다룬 소설이 대상을 영예를 안았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을 재우며 이야기를 들려줄 할머니가 제 역할을 못하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의 힘을 믿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 아쉬움은 이로 갈음해야 할 듯하다.

🎁좋은 책 만나게 해주신 위즈덤하우스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영화로 제작되어도 충분할 만큼 스릴 넘치고 생각 거리를 많이 남겨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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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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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스로 나이에 비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읽으며 아, 난 옛날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남궁인 선생님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어보고 정말 야물딱지고 할말은 다하는 젊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인 복희씨는 보통 주부들이 하는 집안 일은 물론 출판사 일도 도우며 딸인 슬아 사장님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습니다.
아버지인 웅이씨 역시 집안 일과 출판사 일을 하며 딸에게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사장님인 딸은 직원인 모부를 공짜로 부리거나 불편한 갑질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둔 부모의 눈으로 슬아를 보며 저는 보통의 엄마가 되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한 점이 하나씩 보입니다.

가부장의 시대가 옳지않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어떻게 가녀장의 시대의 도래를 반기는 지 나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소설을 독자가 아니라 나이 든 엄마의 눈으로 읽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글은 읽지않았기에 저는 다른 분들이 느꼈다는 실제의 이슬아 작가와 낮잠출판사의 이슬아 작가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어려서는 아버지는 당연하게 집안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하게 이끌어가셨던 건 아니고 집안의 대표로 나서는 정도.
결혼해서는 남편과 함께 가정을 이끌어갔고 한 사람의 독단으로 결정된 사항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병원에 갈때나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살아가는지라 우리 집에선 가부장은 실제로 사용 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가녀장이라는 단어자체가 편하지 않습니다.

저의 독서 습관은 완독 후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데 읽고 있는 책이 잘 넘어가지 않아 잠깐 본다는 게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소설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런 딸이 있다면 모부가 얼마나 행복할 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가의 앞서가는 생각을 따라 가기에 힘이 듭니다.
소설을 소설로만 읽으라고 말한다면 예, 맞아요. 이게 소설이지 어떻게 실제로 아버지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겠어요.라고 말하겠지요.
괜히 이런 딸이 부러워 걸어보는 딴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고 작가님의 에세이가 읽어보고 싶어졌고 작가님의 인터뷰도 찾아보고 노래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소설도 기다립니다.
다음 소설은 재미는 물론 나의 생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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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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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제이는 양양의 해변 아파트를 이모에게 유산으로 받게 되고 크리스마스 전전날에 아파트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서핑 강사인 양미 씨를 만나게 되고 서핑을 배우게 된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함께 서핑을 배웠던 이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작은 변화를 겪게 된다.

 

등장인물 간의 썸이나 사랑이 연결되는 소설을 기대했거나 주인공이 서핑을 배우고 나서 획기적인 변화를 예상했다면 실망스럽기까지 한 소설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였고 그만큼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모르겠다, 지금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여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핑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는지도.

 

📚서핑이란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서퍼들 사이에서는 파도를 타는 것만을 서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파도를 타기 전, 타는 중, 그리고 타고 나서의 변화된 삶 모두를 서핑이라고 합니다. (p170)

 

📚테이크 오프가 매번 성공하면 좋겠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죠. (p173)

 

📚그치. 자기가 자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야. 너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거다. 살자, 살자, 살아야겠다. (p224)

 

어디 서핑에만 해당 되는 말이겠는가?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다.

성공하지 못하고 물에 빠지는 것 자체도 서핑의 일부이고 그것이 있기에 다음 단계로의 도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현재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문장들이 가슴에 남는다.

 

나에게 양양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 우리 아들이 군복무했던 주문진에서 지도상으로 위로 올라가는 곳에 위치에 있는 곳이다.

소설을 읽으며 내내 양양 바다가 주문진 바다와 이어져 닮아있을 것 같아 낯설지가 않았다.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서핑이 궁금해져 동영상을 여러 편 찾아봤다.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를 기다렸다 일엽편주 같은 보드를 파도에 싣는 모습은 우리 인생 같다면 너무 과한 생각일까?

 

매번 오는 파도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오는 기회도 매번 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파도는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기회는 보이지도 않고 내 옆을 스쳐 지나는지도 모르게 스쳐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절망하고 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파도가 오듯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잡을 수도 다음을 기다려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소설을 읽는 내내 잭 존슨을 들었고 비치 보이즈의 노래를 들었고 산울림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하와이에 있다는 윌리윌리나무 검색해 봤고 서핑하는 동영상을 봤다.

소설을 읽은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고 들었다.

내 평생 서핑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우연히 서핑하는 모습을 보거나 영상을 본다면 서핑하는 정신에 대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 생각할 것 같다.

그나저나 양양 바닷가는 아니더라도 레몬 조각을 병목에 꽂은 코로나가 마시고 싶다.

 

🎁젊은 책, 좋은 책, 선물해 주신 작가정신께 감사드립니다.

자유롭게 읽고 주관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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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ㄱㄴㄷ 뷔페 스콜라 창작 그림책 6
최경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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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배우고 있다는 아이를 위한 생일 선물을 고르다 찾은 책이다.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에 올라와 있는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에 소개된 그림책 내용으로 만든 노래를 듣는 순간 이 책이다 싶었다.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네모 칸에 몽당연필로 힘주어가며 뭔지도 모르고 ㄱ,,ㄷ을 수도 없이 썼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수한 그림책을 읽어줬었다.

 

우리 아이들이 글자를 처음 익힌 것도 20여 년이 흘렀고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글자를 가르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림책의 힘을 믿기에 그림책이 글자를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골랐다.

 

기대를 가득 안고서 간 뷔페에 나란하게 줄을 서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아오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익숙하고 담아오는 음식도 먹어 본 적 있는 음식,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등장 한다.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림책의 나온 음식들의 이름을 알아가고 새로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알아본다면 한 권의 그림책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잘게 다져 넣은 채소를 먹듯이 그림책을 보며 자연스럽게 글자에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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