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영
아슬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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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물이 무섭다.
정확히 말해 물에 들어가는 것이 싫고 무섭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싫고 계곡에 발 담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는 본인을 스스로 하라는 것 안 하는 청개구리. 한눈팔기의 귀재라고 정의한다.
건축디자이너로 일하며 수영에 빠져 그림 일기를 그리고 있고 태생적으로 게으름과 끈기 부족으로 (본인 뇌피셜이니 오해없으시길) 제대로 끝맺는 게 별로 없는데 수영만큼은 3년여를 매일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보고 좋은 게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 좋은 걸 함께 하고 싶어 소개하고 권한다.
본격수영부추김에세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은 그렇게 선한 마음으로 수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영에 1도 관심없는 나 역시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홀린 듯 책을 읽어 나갔다.

수영이 운동으로서 좋은 점이야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좋은 수영을 시작할 마음이 생기더라도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함께 갈 사람없이 시작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왕초보에게 겁내지말고 망설이지말고 직접 수영장에 가보는 걸 권한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색깔의 수영복을 고르고 수영장에 입장할때 샤워 후 수영복을 입을 지 수영복을 입고 샤워 후 수영장에 들어갈 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세세한 것까지 알려 준다.
하다못해 명절의 수영강사님께 전달하는 떡값이야기까지 설명한다.

아마도 평생 수영장 근처에 갈 일은 없을 듯하나 나와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이와의 대화도 즐겁지만 전혀 모르는 취미 생활의 에피소드를 듣는 것도 즐겁다.
거기다 귀여운 일러스트는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 준다.

마지막 5장 ‘수영 강사는 아닙니다만’은 수영 용어에 대한 설명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을 친절히 알려 준다.
당장 수영장으로 달려가지는 않겠지만 수영이란 취미를 특별하게 보지 않는 눈을 얻은 것 같아 혼자 뿌듯하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에코북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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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무게
크리스티앙 게-폴리캥 지음, 홍은주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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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많지않음에도 지루하지 않다.
눈이 끝도 없이 내리는 한겨울, 정전으로 고립된 마을의 외딴집에서 아내가 있는 도시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방인 노인 마티아스와 1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다 교통 사고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젊은 남자가 함께 지내게 된다.

젊은 남자의 아버지는 그가 돌아오기 얼마전에 죽음을 맞았고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은 식량을 제공하고날이 풀리면 도시로 데려다 준다는 제안을 하며 노인에게 젊은 남자를 돌보게 한다.
의사가 없는 산골마을에서 남자는 수의사에게 두 다리를 수술 받게 되고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눈이 계속 내리자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게 되고 친척들은 사냥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는다.

젊은 남자는 마티아스가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되고 눈은 머물고 있던 별채를 무너뜨릴만큼 내린다.
식량은 점점 줄어들고 눈은 그칠 줄 모르자 마티아스는 마을 빈집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다.
노인은 아내를 그리워하지만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와 젊은 남자를 돌보지만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만큼의 눈을 본 적이 없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그 눈 덮인 산 속 오두막에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노인은 길이 막혀 아내에게 돌아가지못하고 젊은 남자는 돌아왔으나 부상과 눈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 시작은 살아남기 위해 젊은 남자를 돌보지만 식량 배급이 떨어져도 노인은 여전히 남자를 돌본다.

빈병을 모으며 암소를 돌보는 조나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암소를 도살해야 하는 순간에도 암소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한다.
노인은 끝까지 젊은이를 돌보고 젊은이는 노인에게 아내에게 갈 수 있는 희망을 선물한다.
소설 속 눈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하늘에서 나풀거리는 눈은 어느새 그 무게로 온 세상을 고립시키지만 그래도 인간의 마음을 유지하는 그들이 있어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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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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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로맨스 공모전 수상작과 브릿G에 게재된 1400여 편의 단편 중 엄선한 작품 아홉 편이 실린 단편선이다.
로맨스릴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단편집은 오싹한 스릴러에 로맨스가 첨가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처음 등장하는 배명은의 <죽음의 집>은 태풍이 몰아치는 휴가철이면 소영이 찾아가는 2층 목조 건물에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머물고 폭풍우를 피해 찾아든 이들 또한 사람인지 혼령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필원의 <휘파람을 불면>은 인간이 된 삼군 호랑이와 조상대대로 착호갑사였던 여자는 연대해 구제불능인 놈들을 정리할 계획을 세운다.
“다치지 마.” “휘파람을 불게”라는 말이 어떤 밀어보다 달콤하다.

한켠의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인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다른 이야기다.
자신이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버린 인어 공주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 소설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장아미의 <로흐>는 호러스릴러보다는 sf요소가 더 많은 소설이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우주를 가로질러 이곳까지 왔어요.”(p170)라는 말을 듣는다면 종족따위는 상관없을 것 같다.

코코아드림의 <소원의 집>은 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집착이 어디까지인지 느껴져 오싹해진다.
박하익의 <고양이 지옥>은 고양이 살해범을 잡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형사물이라고해도 어색하지 않다.
물론 로맨스릴러물이니 로맨스는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정이담의 <오만하고 아름다운>을 읽으며 빨간모자,미녀와 야수,푸른 수염 동화를 떠올렸다.
마지막 반전은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말라는 교훈을 던져 준다.

서은채의 <천년공작>을 읽으며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를 떠올리는 건 나뿐일까 궁금하다.
마지막 김보람의 <별>은 제목만큼이나 아련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김천일과 설화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 사랑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홉편의 소설은 작가들 특유의 방법으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풀어나간다.
어떤 소설은 로맨스에 더 많이 치우쳐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스릴러가 더 중심이 되기도 한다.
특히 죽음의 집을 읽으면서는 소영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생각하게 되고 도진의 마지막 분진을 쓸어담으려는 모습은 괴기스럽기도 했다.
달고 짭짤한 것이 입맛을 사로잡는 것처럼 냉온탕을 선사해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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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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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지 않은 탓에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남편과 불화를 겪고 있는 작가인 ‘나’가 나의 소설 ‘난파선’을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속인 이유미이자 이유상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살아온 여자는 한 번의 큰 거짓말로 세 명의 남편과 한 명의 아내를 두게 된다.
사건사고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녀는 돈을 노리고 거짓말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변신이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어쩜 철저하게 이유미 입장에서 써 놓은 일기와 그녀가 스쳐갔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악의적이지 않아 더 그런 듯하다.

그녀 이유미가 어떤 이름,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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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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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대부분의 집들이 보일러로 난방을 하니 아랫목,윗목 구분이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시골에서는 거의 모든 집들이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도 하고 방도 따듯하게 했죠.
온돌방의 특징이 불을 때면 아랫목은 설설 끓어 아 뜨거 소리가 절로 나게 뜨겁지만 윗목은 전혀 다른 공간인 것처럼 서늘하지요.

안녕달의 그림책 겨울이불은 그런 어린 시절로 저를 데려갑니다.
눈길을 헤치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아이가 올 시간에 맞춰 할머니 할아버지가 군불을 지폈을 겁니다.
꽁꽁 언 발이 닿은 방바닥은 앗,뜨거워 하지요.

아이가 들어간 이불 속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왁자지껄 신난 동물 친구들도 있고 일찌감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든 친구들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따듯한 이불 속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이불 속 세상에서는 곰엉덩이 달걀도 있고 얼음 할머니 식혜도 있습니다.

안녕달의 다른 그림들처럼 등장인물들이 동글동글 귀엽습니다.
아이의 상상은 따뜻한 겨울 이불 속으로 동물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는 나이 든 부모, 그리고 눈길엪아이를 업고 가는 아버지의 따듯한 등이 그대로 전해져 제 마음까지 따듯해지네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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