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7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복잡한 세계사를 어렵고 재미없어하던 덕분에 독일이 왜 유대인을 박해했는지  자세한 이유를 모른다.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 행해졌던 일들의 끔찍함만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내가 아는 유대인은  ‘쉰들러 리스트’ 영화 속 수용소에서 학대받던 사람들과  막대한 자금력과 우수한 두뇌로 세계 곳곳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뿐이다.

물론 [탈무드]는 정확한 뜻도 모르고 읽었고  거기에 수없이 등장하던  랍비도 대충 지레짐작하며 읽었다.

어떤 책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모르고 읽는 것과 제대로 알고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이 책을 반쯤 읽다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도대체 왜 나치는 이웃이었고 함께  독일인으로 살던 유대인에게 가혹한 일들을 하고도 일말에 죄책감도 없었는지 궁금해서였다.

여러 개의 글을 읽다가 나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알 수없는 의문들이 더 쌓여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 역사를 풀어 헤치며 읽는 책이 아닌 ‘나’로 대변되는 독일인 소년과 그의 친구인 유대인 소년 ‘프리드리히’만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왜 그랬을 까하는 의구심이 빠진 이야기는 두 소년의 우정과 어른들의 선택에 어떤 반대의 소리도 낼 수 없었던 독일인 소년의 아픔이 더 절절히 전해져 왔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는 단지 아래위층에 살던 이웃에 지나지 않았던 슈나이더가족과 우리 가족은 나와 프리드리히가 태어나면서 가깝고 다정한 이웃사촌이 됐다.

나의 아버지는 당시 직장이 없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프리드리히 아버지는 우체국 공무원으로 평안한 생활을 했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고 둘의 입학식이 끝나고는 놀이 공원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와 함께 갔던 독일 민족단 모임에서는 굴욕을 당하기도하고 나와 함께  공놀이를 하다가는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고 나와 함께 간 수영장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단지 내 친구 프리드리히가 유대인인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곤 했다.

슈나이더씨는 우체국에서 해고되고 집주인은 프리드리히네 가족을 쫓아내려고 한다.

프리드리히는 유대인 학교로 전학을 가야만했다.

안 좋은 상황은 계속되고 살벌한 나치 신봉자들에 의해 프리드리히의 집은 쑥대밭이 되고 그 충격으로 프리드리히의 엄마는 숨을 거두고 만다.

프리드리히는 다른 직장을 가질 수없던 아버지를 도와 낡은 램프를 수리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유대인 랍비를 숨겨준 죄로 아버지마저 잡혀가고 프리드리히는 무서운 세계2차대전 속에서 고아로 남게 된다.

숨어 지내던 프리드리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던 사진을 가지러 오고 마침 사이렌이 울리고 프리드리히만을 집에 남겨두고 모두 대피소로 가게 된다.

공습이 시작되고  프리드리히는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대피소 문을 두드리지만 집주인 레쉬의 제지로 들어 올수 없게 된다.

공습이 끝난 후 집주인 레쉬는 기절해 있는 프리드리히를 걷어차고 프리드리히는 슬프고도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나하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 왔다.

집 주인 레쉬에게 있어 프리드리히의 죽음은 집 정원의 조각상의 파손보다 못한 죽음이었으니 독일인에게 있어 유대인이 어떤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때는 가족 같은 이웃이었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들의 광기로 어느 순간 등을 돌려야만 하는 현실이 무서웠다.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독일인 소년이 가해자인 동시에 평생 슬픔을 안고 괴롭게 살아가야 할 피해자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독일인들이 유대인에게 행했던 악행과 일제가 우리에게 행했던 악행을 비교하곤 한다.

그 당시 많은 유대인들의 희생과 우리 민족의 치욕의 36년의 세월 중 누가 더 고단하고 아팠는가보다는 가해자로서 누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했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독일은 전쟁이 끝나고 전범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렸고 지금도 꾸준히 암울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본은 아직까지도 반성은커녕 전범들을 영웅시하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기에 바쁘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개인에 일이 아닌 국가의 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피해자의 입이 아닌 가해자인 독일인의 눈에 비친 슬픈 유대인이야기를 읽으며 반성이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와 인종문제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사코의 질문 푸른도서관 10
손연자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으로부터의 굴욕적인 삶에서 벗어나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증오하지도 않는 나라 일본이지만 독도영유권 분쟁과 역사 왜곡 이야기가 나오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일본 정치가들의 망언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또 다른 나라에는 져도 용서가 되지만 일본과 하는 축구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듣던 이야기 속의 일본사람들은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고 무서운 놈들이었다.

‘그놈들이 나중에는 숟가락 젓가락은 물론이고 마당에 묶어 둔 개까지 공출해 가던 놈들’이라는 말로 끝을 맺곤 하시던 이야기가 내 핏줄 어딘가를 타고 흐르다 결정적 순간이면 나타나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 고약한 나라가 돼버린 듯하다.

오래된 이야기, 이제는 잊고 싶은 굴욕적인 역사,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는 과거라는 말로 덮어둘 수만은 없는 사실들이 더 가슴 아프게 한다.

작가는 9편의 단편을 통해 우리에게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슬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꽃잎으로 쓴 편지]는 일제가 내선일체라는 미명 아래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그 시대를 살던 승우는 소학교교실에서 행해졌던 잔인한 놀이 때문에 여린 손에 피멍이 들다.

하지만  아무리 모진 겨울일지라도 뿌리만 얼어 죽지 않으면 반드시 잎이 돋고 꽃이 피운다는 진리처럼 우리의 소중한 글을 잊지 않기 위해 엄마와 꽃글을 쓴다.

[방구 아저씨]는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착하디착한 목수 방구 아저씨는 고생만하다 죽은 아내에게 처음으로 준 선물인 괴목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다가 일본 순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조선인의 죽음 앞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며 힘없는 백성들의 서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꽃을 먹는 아이들]은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으로 ‘조선인들이 작당하여 습격 한다’ 거나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다닌다’는 괴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일본인들이 구성한 자경단에 의해 학살당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작의 아들]는 친일파 귀족의 아들인 가즈오는 자신의 앞에서는 친절하던 일본인친구들이 뒤에서는 조센징이라고 업신여긴다는 사실과 자신을 때리는 일본 아주머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잠들어라 새야]는 열두살 은옥이가 여자 근로 정신대에 끌려가 공장을 거쳐 일본군인들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농락당하는 슬픈 이야기가 그려진다.

평소 군대 위안부 할머니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던 내가 한 연예인의 상업적 누드 사건은 그저 흥미진진한 연예뉴스로만 읽었던 기억에 새삼스럽게 부러워졌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서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윤동주시인이 투옥되어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일본인의 생체실험대상이 되어 죽어가는 이야기가 시와 함께 담담하게 그려진다.

[긴 하루]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해방이 되고 악명 높은 데라우치 선생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 수 없어 순이는 선생을 숨겨주게 된다. 선생은 순이에게 용서를 빌지만 그것은 진정한 반성이 아닌 단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흙으로 빚은 고향]은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사치코가 할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한국인 김행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여겨야 만이 남들도 귀한 대접을 해준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쉽고도 어려운 해답을 알려준다.

[마사코의 질문]은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투하된 히로시마의 평화 기념공원을 간 일본인 소녀가 스스로 피해자라고 강조하는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 일본인 스스로의 죄를 묻고 있다.


일제의 만행들이 삼일절과 광복절 특별 방송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옛이야기가 돼버린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이 자랑스럽지도 않은 슬픈 시대의 이야기는 덮어두자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일제 청산은  친일파를 다 까발리고 그 자손들을 벌주자는 게 아닐 것이다.

조상들이 행했던 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했던 행동일 수도 있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발 벗고 일제에 협조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던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관심도 이목도 끌지 못하지만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일이면 벌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 가득한 10여년의 세월을  바라보며 그분들이 바라는 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진정한 뉘우침과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역사는 흘러가버린 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제대로 잘 닦아 제대로 잘 보아야 한다.

“그래도.........좋은 세상은.........꼭 온다. 봐라, 밖은 지금.........캄캄한 밤이다. 허지만...........한잠 자고 나면 .........아침이 와 있지 않던?”하고 말하던 방구 아저씨처럼 환한 아침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을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눈에 아른거렸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보물창고)>을 읽기 전 미국이 터트린 원자폭탄은 죄지은 일본에게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 피해의 잔혹함을 알기에 미국의 행동을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가해자에서 가여운 피해자의 모습만을 하고 있는 일본인은 용서할 수가 없다.

36년 동안 우리 민족을 착취하고 괴롭히던 자신들의 잘못은 잊고 해방이 되어 일본으로 건너가며 겪었던 2달간의 고통을 더 크게 생각하는 야마모토 선생이 대부분의 일본인의 모습일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일제 강점기의 서러운 세월을 보내셨던 분들이 점점 이 땅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당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그 세월을 이야기해 주실 분들이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우리는 정리할 것 깨끗하게 정리해 우리가 어려워 못 푸는 문제를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남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로리 2005-08-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구아저씨란...저 이야기를 국어책에서 읽고 굉장히 속상했던..것같은데.
여기 이 책에 수록되어있었군요..~~^^
 
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번 나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프로이슬러 씨 당신은 왜 계속해서

동화책만 쓰십니까?“

그러면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내가 재미있기 때문에 책을 쓰듯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길 바랍니다.


작가 프로이슬러의 말처럼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왕도둑 호첸플로츠’에서 이미 그의 진가는 알아 봤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동화책을 쓴다는 작가의 동화는 역시 재미있다.

작가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옛날 아주 깊은 숲 속 외딴집에 마녀가 살았대.’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마녀의 세계에서는 꼬마마녀로 불리는 마녀는 127살이지만 아직도 6시간씩 꼬박꼬박 요술 공부를 해야 하고 일년에 단 한 번 있는 마녀들의 잔치에 갈 수도 없다.

요술 부리기는 실수투성이지만 꼭 마녀의 축제에는 참석하고 싶었던 꼬마마녀는 규칙을 깨고 몰래 잔치에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고모마녀에게 들키게 되고 여왕마녀 앞에 잡혀간 꼬마마녀는 내년 잔치 전날 ‘좋은 마녀 시험’에 통과해야지만 잔치에 참가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빗자루를 빼앗긴 마녀는 사흘 낮밤을 걸어 집에 도착한다.

꼬마마녀는 새로 빗자루도 장만하고 (그런데 마녀의 빗자루는 본래 특별한 요술 빗자루가 아니라 가게에서 사서 길들이는 거란다.)요술도 하루 7시간의 맹연습을 한다.

착한 마녀가 되기 위해 꼬마마녀는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산에 들어 온 아주머니들을 위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주기도 하고 못된 산지기를 혼내주기도 한다.

시장에서 종이꽃을 파는 소녀에게는 종이꽃에서 향기가 나는 요술을 부려 장사가 잘 되게도 해준다.

말을 괴롭히는 마부에게는 똑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추위에 떨고 있는 군밤 장수에게는 따듯함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녀라는 것을 망각하고는 추위에 덜덜 떨기도 한다.

또 가족은 돌보지 않고 볼링도박에 빠진 목수에게는 무시무시한 마술을 걸어 결국엔 가정으로 돌아가게 한다.

드디어 여왕마녀와 약속한 날이 오고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선 꼬마마녀는 요술시험엔 통과하지만 고모마녀의 고자질로  벌을 받게 된다.

마녀 세계에서 착한 마녀란 사람들에게 항상 나쁜 요술을 부려야하는 데 마녀의 기준으로 꼬마마녀는 마녀 중에서 가장 나쁜 마녀로 일년을 보낸 것이다.

여왕마녀는 꼬마마녀에게 잔칫날 밤 사용할 모닥불을 준비하라는 벌을 내린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했던 가?

아마도 지금 마녀를 만날 수 없는 건 꼬마마녀가 일으킨 그날 밤 그 사건 때문인 것 같다.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꼬마마녀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꼬마마녀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을 텐데 그 규칙이 옳든 그르든 단지 오랜 시간동안 내려오던 전통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규칙을 고수하고 꼬마마녀를 벌주는 마녀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어름이 모습이었다.

꼬마마녀도 127년 동안 마녀로 살아온 진짜 마녀가 분명한데 어른 마녀들은 오래 살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꼬마마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도 않고 무작정 벌주고 구박하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뜨끔했다.
이 동화는 1957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 진 동화를 내 아이 덕분에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좀더 빨리 이 동화를 만났더라면 나는 좀더 행복하고 좀더 많은 꿈을 꾸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세대가 변해도  즐거움이 여전한 생명이 긴 동화를 읽으며 정말 좋은 책이란 바로 이런 책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진짜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일드 보이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야생소년을 다룬 이야기 중 가장 친숙한 이야기는 <타잔>일 것이다.
어린시절 텔레비전 시리즈로 보았던 타잔이 어른들은 익숙할 것이고 아이들은 디즈니 만화속의 타잔이 익숙할 것이다.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타잔은 고릴라의 손에 키워졌지만 강인하고 자유롭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동물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 제인을 만나 사랑을 하기도 한다.
거기다 언어 습득도 빠르고 문명세계에도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생소년은 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자유롭기만 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빅토르’를 만난 우리는 적지 않게 당황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이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할 경우 초래되는 결과가 얼마나 암담한지를 깨달으면서 야생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이 야생에서 혼자 사는 소년은 자신이 사람인 줄도 모르고 세상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간다.
바람을 좋아하고 눈, 보름달,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을 좋아하는 소년은 한 마리의 짐승처럼 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사람들의 손에 잡혀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단지 구경꾼이었고 실험대상일 뿐이었다.
과학자들의 눈에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고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소년에게 점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한다.
단 한사람 ‘장 마르크 이타르’박사만은 소년을 실험대상이 아닌 아이가 되는 법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한 아이로 대해준다.
아이의 선생님이 되기로 한 박사는 구에링 아줌마와 함께 아이를 사랑으로 안아준다.
빅토르라는 인간의 이름을 얻게 되고 감각을 익히게 되고 옷 입는 법, 숟가락 사용법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익히게 된다.
박사는 말하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진전이 없자 절망하게 되지만 빅토르는 처음으로 감정이 실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빅토르는  식탁을 차리기도 하고 일을 돕기도 하고 글자를 익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어 자신이 살았던 야생의 생활은 영원히 설명할 수는 없게 된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이라면 저절로 형성된다고 생각했던 감각이나 감정들도 습득에 의해 터득됨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포기한 빅토르를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준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가 참 사랑을 실천한 교육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소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소년은 바람 속을 낙엽을 뿌리며 달렸던 한 없이 자유로웠던 와일드 보이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올해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을 두 편 만났습니다.
‘지구별에 온 손님’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면 ‘와일드 보이’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과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고 특별하게 독후감을 쓰게 한다던가하는 독후활동을 시키지 않는 데 어쩐 일인지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똑똑 거리고 있어 들여다봤더니 빅토르에게 편지를 쓰고 있더군요.
아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들을 옮겨봅니다.


                                         (와일드 보이)
안녕 빅토르!
나는 정건우야.
네가 살던 시절에는 컴퓨터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어서 참 불편하고 참 안 좋았겠다.
너는 글도 못 읽고 느낌도 감정도 생각도 없었지.
그때 너의 선생님이 되어주셨던 장 마르크 이타르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 이 두 사람 때문에 너는 감정, 느낌, 생각 이것들을 되찾았어.
그리고 너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왜 숲에서 살게 되었니?
그리고 너는 왜 엄마 아빠 없이 살아온 거야?
너는 처음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다가 누군가가 몰래 너를 데려가서  와일드 보이가 된 거니?
아님 부모님이 네가 싫어서 숲에 버려두고 온 거니?
나는 이해가 안돼는 부분이 있는 데  너는 부모님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실험도구가 되었을 때가 가장 슬펐고 화도 났어.
너도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야.
연구한 아저씨들도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면 너에게 그렇게 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달을 보고 있는 모습에 너는 너무 슬퍼 보였어.
나도 네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는 자유롭게 살던 숲이 그리웠던 거지.
너는 지금 편안하게 하늘나라에 살고 있겠지?
네가 하늘나라에서는 진짜 부모님을 만나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행복하면 좋겠다.
안녕 빅토르 행복해~~~^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담 속에 숨은 과학 봄나무 과학교실 4
정창훈 지음, 이상권 그림 / 봄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머리말 중 [오랫동안 관찰하여 얻은 지식이 바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글을 읽으며 이보다 더 과학을 쉽고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교훈이 담긴 짧은 말>속담에 담긴 과학적 사실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줘 과학을 어렵고 따분한 학문으로만 생각하던 선입견을 좀 덜어버릴 수 있었다.

어려운 학문에서 우리 생활과 밀접한 현상으로 다가오는 과학은 옛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는 총 16가지의 속담이 나온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날씨와 전체, 그리고 우리 몸과 동식물 등에 관련된 속담들이 소개되는 데 아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속담에 풀이와 과학적 해설까지 덧붙여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보너스로 작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 읽어 볼 수 있어 아련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첫 번째로 소개되는 속담은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에서는 ‘윈도(window)'의 어원과 함께 이순신장군의 명랑해전을 예로 들어 유체의 흐름에 대한 ’베르누이의 정리‘를 쉽게 설명해 준다.

<봄볕은 며느리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시집살이라는 옛이야기와 함께 햇빛과 햇볕의 차이와 적외선과 자외선의 차이와 쓰임새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라는 속담은  후각과 미각의 상관관계와 후각세포의 특징까지 알 수 있다.

네 번째 속담인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열의 특징인 전도와 대류와 복사의 예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찾아 분명하게 알려준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낮과 밤의 기온에 따라 어떻게 소리의 전달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설명해준다.

특히 이 책에는 달에 관한 속담이 많은 데  <새벽달 보려고 초저녁부터 기다린다><달 가까이 별 있으면 불나기 쉽다><달무리한지 사흘이면 비가 온다>는 모두 우리 지구별의 단 하나 존재하는 위성인 달을 잘 관찰하고 살핀 결과에서 나온 속담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하고 조심했던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는 다><뇌우 많은 해는 풍년>에서는 전기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고, 벼락과 뇌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사진을 곁들여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원소인 질소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고양이가 발톱을 감춘다>속담에서는 개과 동물과 고양기과 동물의 발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준다.

<꽃이 고와야 나비가 모인다>는 나비가 꽃에 모여 들어 꿀을 딸 때 무엇을 기준으로 꽃에 모여드는 지가 실험과 함께 소개되어 흥미를 배가 시킨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눈이 저지르는 오류중 하나인 착시에 대해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물 위에 뜬 기름>은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속담의 숨은 뜻과 함께 물질의 비중에 설명과 빨래가 되는 과정을 이해 시켜준다.

<콩 밭에 가서 두부 찾는 다>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두부가 만들어 지는 과정과 함께 콩에 많이 들어있는 글리신과 간수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두부에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 것의 우수함을 설명해줘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린 시절 누구든지 한번쯤은 엄마에게 배를 맡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가 아프다는 많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는 얼른 배를 살살 만져 주셨는데 그 속에도 과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 손은 약속>은 우리 몸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속담 대부분은 지금은 일상의 대화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은 수수께끼만큼 좋아하는 말들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속담들을 떠올려보면 날씨에 관한 속담을 참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이른 아침 집 주위 풀밭에 거미줄이 많으면 날씨가 좋을 거라고 하셨고,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고도 하셨다.

그때는 그냥 넘겼던 말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적 근거를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말하는 쪽도 듣는 쪽도 과학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 수년간의 관찰과 통계로 이루어낸 속담이냐 말로 가장 과학적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속담과 어려운 과학이 함께 공존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이해하기가 쉽다.

특히 속담을 확대해석해서 과학에 억지로 짜 맞추지 않아 더 더욱 좋다.

책을 덮으며 어느 순간 우리 가까이로 과학이 다가온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