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보이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야생소년을 다룬 이야기 중 가장 친숙한 이야기는 <타잔>일 것이다.
어린시절 텔레비전 시리즈로 보았던 타잔이 어른들은 익숙할 것이고 아이들은 디즈니 만화속의 타잔이 익숙할 것이다.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타잔은 고릴라의 손에 키워졌지만 강인하고 자유롭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동물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 제인을 만나 사랑을 하기도 한다.
거기다 언어 습득도 빠르고 문명세계에도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생소년은 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자유롭기만 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빅토르’를 만난 우리는 적지 않게 당황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이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할 경우 초래되는 결과가 얼마나 암담한지를 깨달으면서 야생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이 야생에서 혼자 사는 소년은 자신이 사람인 줄도 모르고 세상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간다.
바람을 좋아하고 눈, 보름달,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을 좋아하는 소년은 한 마리의 짐승처럼 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사람들의 손에 잡혀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단지 구경꾼이었고 실험대상일 뿐이었다.
과학자들의 눈에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고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소년에게 점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한다.
단 한사람 ‘장 마르크 이타르’박사만은 소년을 실험대상이 아닌 아이가 되는 법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한 아이로 대해준다.
아이의 선생님이 되기로 한 박사는 구에링 아줌마와 함께 아이를 사랑으로 안아준다.
빅토르라는 인간의 이름을 얻게 되고 감각을 익히게 되고 옷 입는 법, 숟가락 사용법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익히게 된다.
박사는 말하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진전이 없자 절망하게 되지만 빅토르는 처음으로 감정이 실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빅토르는  식탁을 차리기도 하고 일을 돕기도 하고 글자를 익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어 자신이 살았던 야생의 생활은 영원히 설명할 수는 없게 된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이라면 저절로 형성된다고 생각했던 감각이나 감정들도 습득에 의해 터득됨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포기한 빅토르를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준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가 참 사랑을 실천한 교육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소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소년은 바람 속을 낙엽을 뿌리며 달렸던 한 없이 자유로웠던 와일드 보이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올해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을 두 편 만났습니다.
‘지구별에 온 손님’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면 ‘와일드 보이’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과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고 특별하게 독후감을 쓰게 한다던가하는 독후활동을 시키지 않는 데 어쩐 일인지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똑똑 거리고 있어 들여다봤더니 빅토르에게 편지를 쓰고 있더군요.
아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들을 옮겨봅니다.


                                         (와일드 보이)
안녕 빅토르!
나는 정건우야.
네가 살던 시절에는 컴퓨터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어서 참 불편하고 참 안 좋았겠다.
너는 글도 못 읽고 느낌도 감정도 생각도 없었지.
그때 너의 선생님이 되어주셨던 장 마르크 이타르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 이 두 사람 때문에 너는 감정, 느낌, 생각 이것들을 되찾았어.
그리고 너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왜 숲에서 살게 되었니?
그리고 너는 왜 엄마 아빠 없이 살아온 거야?
너는 처음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다가 누군가가 몰래 너를 데려가서  와일드 보이가 된 거니?
아님 부모님이 네가 싫어서 숲에 버려두고 온 거니?
나는 이해가 안돼는 부분이 있는 데  너는 부모님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실험도구가 되었을 때가 가장 슬펐고 화도 났어.
너도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야.
연구한 아저씨들도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면 너에게 그렇게 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달을 보고 있는 모습에 너는 너무 슬퍼 보였어.
나도 네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는 자유롭게 살던 숲이 그리웠던 거지.
너는 지금 편안하게 하늘나라에 살고 있겠지?
네가 하늘나라에서는 진짜 부모님을 만나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행복하면 좋겠다.
안녕 빅토르 행복해~~~^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