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피버 - 긴 겨울 끝, 내 인생의 열병 같은 봄을 만났다
백민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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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처음 도서 서평 제안을 받고 평소에 읽지 않는 로맨스 소설이라 꽤 오랜 시간 망설였다.
보내주신 메시지를 읽고 또 읽다 2026년 1월에 tvN에서 드라마 방영 확정이라는 사실도 한몫했지만 ”긴 겨울 끝, 내 인생의 열병 같은 봄을 만났다.” 라는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쓰여 읽기를 결심했다.

서울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트라우마로 상처를 입은 채 시골 고등학교의 교환 교사로 내려온 윤봄은 새로운 학기에 2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된다.
그리고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인 한결의 삼촌이자 보호자인 선재규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로맨스 소설답게 두 사람의 연애하는 모습이 달달하게 그려져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해 드라마로 제작된다니 재미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고 로코에 흔한 클리셰가 등장하지만, 재미를 반감하지는 않는다.

배우인 엄마와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둔 미모의 여주와 사고무탁에 조카까지 돌보고 있지만 자수성가한 남주의 사랑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라 더 유쾌하고 신선하게 그려진다.
거기다 감초처럼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마을 사람들과 선생님들은 빠지면 섭섭하다.

저명인사인 부모는 누구보다 속물근성을 갖고 있어 딸을 조건만 보고 결혼시키려고 하고 있어 주인공들이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 긴장하게 된다.
선재가 한결의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불행한 유년 시절의 비밀을 따라가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다.

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초보 사랑꾼 재규와 특별히 밀당하지 않고 직진하는 그들의 사랑이 알콩달콩하다.
경쟁자의 등장과 봄이를 서울에서 떠나게 한 빌런의 정체까지 소설을 읽다 보면 드라마의 장면이 장면이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과 함께 그려진다.

거기다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의 수줍은 떨림과 사랑을 확인한 그들의 뜨거움이 전해져 오랜만에 연애 세포가 꿈틀거린다.
꽤 두꺼웠지만 한 번 잡으면 쉬 놓을 수 없는 소설은 진정한 사랑은 두 사람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주위까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되짚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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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김지현)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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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책날개에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소개된 작가는 SF 어워드 중.단편 소설 부문 대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8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 소설집은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신경을 자극하는 탓에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다수의 이야기가 여전히 터부시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탓에 호불호가 갈릴 만하지만 무겁거나 우울하게만 그려지지 않아 좋다.
뱀파이어가 존재하고 그들 중에는 동성애자도 존재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자의 위치에 있고 부치인 동성애자는 섹스 로봇에게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이돌이 될 아이가 태어나고 오직 어린아이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에선 죽은 부모의 재판에 먼저 죽은 아이가 증인이 되기도 한다.
거기다 동성애자가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에서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성 클럽에 가는 은아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느끼게 한다.

피아니스트 성공하고 싶지만, 손가락이 짧아 좌절하던 여자가 인생 역전을 위해 선택한 거래와 마법을 쓰는 마녀이지만 흑마법은 절대 쓰지 않는 여자에게 들어온 의뢰의 진행 과정도 흥미롭다.
취약한 환경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가 겪은 신비한 이야기까지 소설집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그리고 우울하게도 이야기를 이어간다.

8편의 소설은 모두 현재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시점인지 정확히 서술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성소수자들은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의 재능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혐오하고 분노한다.
그곳의 사람들 역시 소수인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특히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에서는 우리가 구분하는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얄팍한 분류인지가 느껴진다.
그러기에 이성애자가 소수인 상황인 세상에 동성애자의 비밀스러운 연애가 현실을 한껏 비틀어 놓고 있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잣대로 쟀을 때 똑같은 길이의 삶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해진 하나의 잣대로 누군가의 삶을 측정하곤 한다.

“멜론은 자신이 좋았다.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멜론에게 멜론이 아닌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여자라느니 남자라느니 나누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돈이 많고 적고나 사는 집이 넓고 좁고를 따지지 않았으며, 어른이 되면 거짓임을 알게 되는 가짜 지식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런 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때리거나 혼내지도 않았다.”
(p113, 노 어덜트 헤븐)

분류하고 구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기에 이야기는 슬펐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해지는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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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말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0
보리스 사빈코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빛소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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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맛집 빛소굴 세문전, 고전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박살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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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지음, 이세진 옮김, 케네스 그레이엄 원작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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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1908년 처음 출간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작가가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 출간한 책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가 어릴 적 함께 원작 동화를 읽으며 두꺼비가 일으키는 말썽과 탈옥 후 모험에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각색해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동화를 읽으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두더지는 청소가 지긋지긋해져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바깥으로 나가 봄을 즐겼습니다.
두더지는 햇살을 느끼고 산들바람이 풀밭을 물결처럼 흔드는 걸 보며 산책합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망망대해로 흘러갈 강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때 물쥐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둘은 친구가 돼 뱃놀이하게 되고 그곳에서 금방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두꺼비를 마주치게 됩니다.

제가 읽은 동화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기에 130페이지로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 너무 많이 축약된 건 아닐지 걱정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진중한 성격의 두더지, 친화력이 있고 친구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오지랖 넓은 물쥐, 그리고 우직한 오소리, 거기다 정도 많고 친구도 좋아하지만, 자동차라면 물불 안 가리는 사고뭉치 두꺼비까지 동화 속 모습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감옥에서 탈출한 두꺼비가 도주하는 장면은 글만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표현돼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생생한 동물들의 일상과 감초처럼 등장해 두꺼비를 구해내는 고슴도치 형제의 활약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숲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저택을 찾은 두꺼비가 다음에는 자동차가 아닌 어떤 것에 빠질지 나오는 그림 힌트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동화를 읽었어도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래픽 노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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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67
천선란 지음 / 위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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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 그 세대를 양육하며 디지몬을 함께 본 엄마이다.
그래서 디지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집중하던 아이들이 생각나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이미 여러 권 읽었던지라 그 필력을 믿고 작가가 들려주는 디지몬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고른 책이다.
읽으면서 예상과는 다른 방향의 글이었지만 디지몬이 작가의 인생에 준 영향을 들으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어린 시절 디지털 세상 속의 디지몬이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작가가 됐고, 긴 시간 어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대견함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낯익은 디지몬들의 이름과 주인공들의 대사가 작가를 통해 전달되면서 정제되고 철학적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작가의 개인사를 모르고 읽었던 소설에서 느껴지던 쓸쓸함과 고독함의 근원을 들여다본 듯하다.
디지몬처럼 성장하고 진화해 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나는 디지몬의 진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그 진화가 완전한 성장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디지몬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진화할 수 있고 다시 돌아온다. 잘못 진화하면 다시 진화하면 된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언가 그릇된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상기한다.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p46)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물론 엄마에게 더 좋았겠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최상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어.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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