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67
천선란 지음 / 위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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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 그 세대를 양육하며 디지몬을 함께 본 엄마이다.
그래서 디지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집중하던 아이들이 생각나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이미 여러 권 읽었던지라 그 필력을 믿고 작가가 들려주는 디지몬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고른 책이다.
읽으면서 예상과는 다른 방향의 글이었지만 디지몬이 작가의 인생에 준 영향을 들으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어린 시절 디지털 세상 속의 디지몬이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작가가 됐고, 긴 시간 어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대견함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낯익은 디지몬들의 이름과 주인공들의 대사가 작가를 통해 전달되면서 정제되고 철학적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작가의 개인사를 모르고 읽었던 소설에서 느껴지던 쓸쓸함과 고독함의 근원을 들여다본 듯하다.
디지몬처럼 성장하고 진화해 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나는 디지몬의 진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그 진화가 완전한 성장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디지몬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진화할 수 있고 다시 돌아온다. 잘못 진화하면 다시 진화하면 된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언가 그릇된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상기한다.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p46)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물론 엄마에게 더 좋았겠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최상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어.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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