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와 전통의 현대적 감수성을 더한 그림‘을 그려온 김동성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김덕형은 조선 후기 실존했던 화가로, 꽃과 식물을 그리는 데에 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조선의 실학자 박제가는 김덕형의 책 <<백화보>>의 서문인 <백화 보서>에서 김덕형을 ‘김 군‘이라 부르며 꽃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높이 칭송했습니다.”김동성 작가는 지금은 잊힌 꽃을 사랑한 화가 김덕형을 그림책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이리저리 꽃놀이를 하던 아이가 꽃의 세계에 빠져든 순간을 그려내고 어른이 되어서도 늘 꽃 가까이 살던 김덕형을 깨워 냅니다.흔히 보던 그림책 제본은 책을 펼치는 순간 사철제본의 장점을 살린 그림책으로 재탄생해 작가가 그린 그림 어느 한 구석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은 출판사의 의도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시골 마당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물론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문방사우도 소개합니다.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화단의 모습과 김 군이 그리는 꽃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그림 속 ’ 김 군‘은 어쩜 작가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등나무 꽃 아래 유유자적하는 김 군이 참말로 부럽지만 추운 날 작가의 꽃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본 도서는 필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미노리는 새해가 되자마자 7년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차이고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주 3일 근무에 급여도 30% 삭감 통보를 받는다.사표를 낼 용기도 없는 미노리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다니지만 도저히 직원을 구하냐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지칠 대로 지친 미노리는 우연히 고구마 파르페로 유명한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초등학교 3학년쯤 돼 보이는 범상치 않은 차림의 소년을 만나게 된다.미노리는 고구마 파르페를 소년에게 사주게 되고 자신을 ‘소라’라고 소개한 아이는 미요시노 신사 옆 숲 안쪽의 ‘카에데안’에 가보라고 한다.인터넷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카페 ‘카에데안’는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손님만 올 수 있는 반려동물 동반 카페로 마스터인 야히로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그곳에서 일하게 된 미노리는 카에데안이 “반려동물과 주인이 마지막으로 단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p38)고 소라는 반려동물의 영혼을 황천으로 인도하는 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태어난 지 사흘 만에 딸을 잃은 노부인은 수컷 포메라니안 레오를 딸을 대체한 존재로 여겼다는 사실에 미안해 하지만 마지막 대화에서 레오의 진심을 알게 된다.고집불통 할아버지는 고양이 후쿠를 통해 먼저 죽은 아내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되고 주인은 잃은 골든 리트리버 에투알은 남매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해 준다.어릴 적 마당에 풀어놓고 키운 강아지 말고는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나는 책을 읽기 전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적잖이 걱정하며 읽기 시작했다.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반려동물과 인간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 내 주위의 관계 맺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진실된가 생각하게 된다.신비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이야기는 카페 마스터 야히로의 사연으로 이어지며 더 스팩태클해지고 예상과 다르게 흐르지만 마음속 진심은 시간을 내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말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얻게 한다.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만한 이야기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머리카락이 자라면 무얼 하고 싶은지 상상해 보아요.한 올 한 올 매일 아침 인사도 할 거고조금 더 자라면 새들이 내 머리에 집을 짓게 나무인 척할 거예요.뾰족 머리 거품 요정도 되고 머리카락으로 귀신 놀이도 하고 긴 머리를 날리며 맘껏 달리기도 할 거예요.아이가 그린 그림 같은 주인공 아이는머리가 길어지면 하고 싶은 일을조잘조잘 이야기합니다.어른들은 생각도 못한 엉뚱한 생각도 하고 위험한 동물 친구를 구하는 기특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인 <머리카락이 자라면>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합니다.천진하게만 보이던 아이의 상상은 현실의 친구에게 가 닿는 순간 마음이 울컥해집니다.머리카락을 길러야 하는 진짜 이유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결연하기까지 합니다.친구를 위해 소중한 것을 선뜻 주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노란 표지 속 밝은 색상의 그림들은 아이의 고운 마음이 친구에게 꼭 닿을 거라는 믿음을 줍니다.그림책을 보며 오랜만에 훌쩍이게 됩니다.
아버지는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비둘기호 열차에서 땅콩과 오징어를 파는 일이 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 후 농사꾼이 됩니다.할아버지가 남긴 손바닥만 한 산밭이 유일한 농토였지만 묘지기 몫으로 밭 두 마지기, 소작으로 논 세 마지기를 얻어 짓게 되었지요.농사를 너무 예술적으로 짓는 아버지는 능률 없이 답답하지만 가축을 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습니다.돼지를 여럿 낳아도 젖을 골고루 먹여 축나는 놈 없이 키우자 가축이 잘 되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를 맡기는 집도 생겼습니다.긴 장마가 누그러진 어느 날 동맹이는 강둑에 나가 강물에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엿을 바꿔 먹기 위해 건져냈어요.그러다 강 바위에 걸린 소를 본 동맹이는 소 주인을 찾아주고 보상을 받을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소를 구해 냅니다.동맹이는 주인 잃은 소를 집으로 끌고 오지만 아버지는 지서에 신고하고 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키우기로 합니다.하루 이틀…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동맹이는 진짜 소 주인이 된 듯 정성을 다해 소를 돌봅니다.도깨비 그림으로 익숙한 한병호 작가의 그림은 80년 깡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아버지가 앉아 있는 논두럭도 낯이 익고 어릴 적 여름철 장맛비가 잠깐 그치면 흙탕물이 흐르던 강으로 갖가지 가재도구는 물론 작은 동물들도 떠내려가던 그날의 강물을 기억하게 합니다.농사를 짓는 집이라면 소는 가장 소중한 재산 중 하나입니다.하루 농사일을 마친 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키보다 더 높게 지게에 지고 어둑어둑해진 논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여름이면 소마구간에 모깃불을 피웠고 겨울이면 커다란 솥에 소죽을 쑤어 주고 송아지를 낳는 날엔 온 집안이 잔칫집 같았지요.그렇게 귀한 소를 줍게 된다면 얼른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과 우리 소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갈등하게 될 것입니다.그러나 아버지는 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지서에 신고를 하고 주인이 나타나지않자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이야기를 읽는 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동맹이네 소가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내 것이 아닌 것에 정을 붙이지 말라고 말하는 아버지지만 어느새 소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생명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전남 고흥군이 고향이라는 전성태 작가의 글은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 아버지와 고향을 떠오르게 합니다.글을 읽는 순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잊고 있던 사투리들이 되살아나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따로 검색하지 않고도 말맛을 살려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그림책입니다.“주옥같은 단편 문학들을 품격 있는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고향이야기라 좋고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 더 좋았습니다.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길벗어린이에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신비한 힘 따위 없는 달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낀 달은 이유도 모른 체 땅에 떨어집니다.나이 든 늑대 카나는 멧돼지에게 남편을 잃고 어렵게 얻은 자식을 다른 늑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전쟁을 피해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엄마 품에는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어린아이가 울고 있습니다.아이를 발견한 늑대 카나와 땅에 떨어진 달은 아이를 거두지만 포식자 멧돼지의 추격을 피해 호수 안의 작은 섬으로 숨어들어갑니다.지금까지 봐 온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은 온통 신나고 즐거운 일 투성입니다.나와 다른 존재에게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 뒤돌아보게 하는 #이파라파냐무냐무 ,민들레와 호랑이가 친구가 되는 #친구의전설 ,귀여운 할머니가 등장하는 #팥빙수의전설 , #태양왕수바수박의전설 까지 보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번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작가의 첫 소설 <울지 않는 달>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입니다.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지만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만약 카나가 남편을 잃은 슬픔과 자식을 키울 수 없는 괴로움에만 빠져있었다면 아이는 멧돼지에게 희생당했을 겁니다.하지만 카나가 아이를 돌아보고 보살핀 순간 아이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지요.카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자신이 왜 땅에 떨어졌는지 알지 못해 좌충우돌하던 달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은 소설은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전쟁에 희생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모두 사람입니다.카나와 달이 아이를 품었듯이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일이 뭐 어렵겠습니까.길지 않은 이야기와 그림을 보며 읽은 시간보다 더 오래오래 생각하게 됩니다.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