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줍다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전성태 지음, 한병호 그림, 서영인 해설 / 길벗어린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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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비둘기호 열차에서 땅콩과 오징어를 파는 일이 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향 후 농사꾼이 됩니다.
할아버지가 남긴 손바닥만 한 산밭이 유일한 농토였지만 묘지기 몫으로 밭 두 마지기, 소작으로 논 세 마지기를 얻어 짓게 되었지요.

농사를 너무 예술적으로 짓는 아버지는 능률 없이 답답하지만 가축을 치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습니다.
돼지를 여럿 낳아도 젖을 골고루 먹여 축나는 놈 없이 키우자 가축이 잘 되는 집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를 맡기는 집도 생겼습니다.

긴 장마가 누그러진 어느 날 동맹이는 강둑에 나가 강물에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엿을 바꿔 먹기 위해 건져냈어요.
그러다 강 바위에 걸린 소를 본 동맹이는 소 주인을 찾아주고 보상을 받을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소를 구해 냅니다.

동맹이는 주인 잃은 소를 집으로 끌고 오지만 아버지는 지서에 신고하고 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키우기로 합니다.
하루 이틀…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동맹이는 진짜 소 주인이 된 듯 정성을 다해 소를 돌봅니다.

도깨비 그림으로 익숙한 한병호 작가의 그림은 80년 깡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앉아 있는 논두럭도 낯이 익고 어릴 적 여름철 장맛비가 잠깐 그치면 흙탕물이 흐르던 강으로 갖가지 가재도구는 물론 작은 동물들도 떠내려가던 그날의 강물을 기억하게 합니다.

농사를 짓는 집이라면 소는 가장 소중한 재산 중 하나입니다.
하루 농사일을 마친 아버지는 소에게 먹일 꼴을 키보다 더 높게 지게에 지고 어둑어둑해진 논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여름이면 소마구간에 모깃불을 피웠고 겨울이면 커다란 솥에 소죽을 쑤어 주고 송아지를 낳는 날엔 온 집안이 잔칫집 같았지요.

그렇게 귀한 소를 줍게 된다면 얼른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과 우리 소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갈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소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지서에 신고를 하고 주인이 나타나지않자 정성을 다해 돌봅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동맹이네 소가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정을 붙이지 말라고 말하는 아버지지만 어느새 소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생명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전남 고흥군이 고향이라는 전성태 작가의 글은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 아버지와 고향을 떠오르게 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잊고 있던 사투리들이 되살아나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로 검색하지 않고도 말맛을 살려 읽을 수 있어 더 좋은 그림책입니다.

“주옥같은 단편 문학들을 품격 있는 그림”으로 새롭게 꾸민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고향이야기라 좋고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 더 좋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길벗어린이에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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