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힘 따위 없는 달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낀 달은 이유도 모른 체 땅에 떨어집니다.나이 든 늑대 카나는 멧돼지에게 남편을 잃고 어렵게 얻은 자식을 다른 늑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전쟁을 피해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엄마 품에는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어린아이가 울고 있습니다.아이를 발견한 늑대 카나와 땅에 떨어진 달은 아이를 거두지만 포식자 멧돼지의 추격을 피해 호수 안의 작은 섬으로 숨어들어갑니다.지금까지 봐 온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은 온통 신나고 즐거운 일 투성입니다.나와 다른 존재에게 가졌던 선입견에 대해 뒤돌아보게 하는 #이파라파냐무냐무 ,민들레와 호랑이가 친구가 되는 #친구의전설 ,귀여운 할머니가 등장하는 #팥빙수의전설 , #태양왕수바수박의전설 까지 보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번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작가의 첫 소설 <울지 않는 달>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입니다.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지만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만약 카나가 남편을 잃은 슬픔과 자식을 키울 수 없는 괴로움에만 빠져있었다면 아이는 멧돼지에게 희생당했을 겁니다.하지만 카나가 아이를 돌아보고 보살핀 순간 아이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지요.카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자신이 왜 땅에 떨어졌는지 알지 못해 좌충우돌하던 달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은 소설은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전쟁에 희생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모두 사람입니다.카나와 달이 아이를 품었듯이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일이 뭐 어렵겠습니까.길지 않은 이야기와 그림을 보며 읽은 시간보다 더 오래오래 생각하게 됩니다.과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