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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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지만 며칠에 걸쳐 읽었다.
직업도 인종도 사는 곳도 다양한 21명의 필진이 모여 자연의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짧은 20편의 글은 작가 자신들이 느끼고 보는 자연을 이야기하지만 독자에게 자연을 함께 사랑하자고 강요하고 잘못하고 있다고 질책하지 않아 좋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고 즐기다 그대로 떠나는 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유명한 석학의 글도 좋지만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이들이 느끼는 자연의 경의로움은 특별하지 않아 더 좋다.

특히 콜로라도 걸라이어스산의 브로슬콘소나무 이야기가 인상 깊다.
외향적으로도 특히한 나무가 긴 시간,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걸 보며 미약한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2주에 한 번씩 동네 도서관 나들이를 한다.
그리고 꼭 도서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라떼 한 잔을 산다.
예전에는 카페 안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며 커피를 마시고 왔기에 당연히 카페에서 제공하는 컵을 사용했다.
하지만 봄부터 커피를 사서 근처 공원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 오면서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커피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오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수없이 생산해 낸 일회용 컵이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저 번주 토요일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는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갔다.
그런데 또 애석하게도 편하게 마시려고 일회용 빨대를 하나 얻었다.
그리고 공원에 한참을 앉아 에어컨이 아닌 미지근한 바람과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을 강요하지 않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 큰 울림을 준 책은 텀블러라는 작은 실천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 만으로 제 몫을 다 한 듯 하다.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 받아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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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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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은 은일당 이야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1편보다 재미있는 두번 째 이야기다.
더운 여름 경성에선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남산에는 해수구제라는 미명하에 순사들이 포진해 있다.

친구인 세르게이 홍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에드가 오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다시 경찰서에 잡혀 가게 된다.
다행히 살인혐의를 벗지만 친구는 쉬 만날 수 없고 경찰은 세르게이 홍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1편이 개인적인 일로 살인이 벌어졌다면 2편은 더 슬프고 잔인하며 안타까운 이유로 살인이 일어난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 백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동대지진과 조선인학살 같은 큰 사건도 등장한다.

그리고 에드가 오가 왜 그토록 발음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과 선화가 신문을 정독하는 안타까운 이유도 등장한다.
에드가 오는 차분해 졌고 선화는 더 당차고 똑똑해 졌다.
그리고 사건은 더 거대해지고 촘촘해 졌다.

1편에서 스스로 탐정이라고 외쳤지만 정작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 에드가 오가 이번 편에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사건 해결에 큰 몫을 해 낸다.
여전히 여자들은 똑똑하고 용감하며 두려움이 없는 존재들로 등장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제시대의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 더 처연하게 다가온다.
평범한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그 시대를 살았고 또 누군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었던 시대였다.
모두가 애국자가 아니라 더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읽힌다.

2권을 덮자마자 3권이 기다려 진다.
과연 연주와 선화 사이의 비밀은 무엇이고 모던 보이의 신상에 다른 변화가 없을 지 궁금해진다.
소설을 읽으며 드라마로 제작 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선물 받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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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문제
조원희 글.그림 / 이야기꽃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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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되었어.


이 동전 크기만한 문제가 일상을 흔든다.
처방전대로 약을 먹고 바르고 주의 사항까지 지켜야 한다.

스트레스가 가장 안 좋다는데 주의 사항을 따르다 보니 저절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우리가 잊고 사는 정말 소중한 것,
중요한 문제에 대한 유쾌한 생각!


그까이꺼!!!!!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고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나는 진짜 별 것 아닌 고민때문에 내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급!!! 반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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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 여성 호러 단편선
김이삭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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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귀신,도깨비가 제일 무서운 줄 알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보니 무섭다 무섭다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다.

표지부터 오싹한 소설집은 “한국 장르문학의 섬찟한 반란 당신을 사로잡을 10편의 여성 호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10편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호러와 스릴러,미스터리, 판타지 등의 장르 문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고부갈등을 시작으로 폭력남편, 남존여비사상,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당하는 무차별 폭력, 직장 내 갑집과 폭력, 데이트 폭력,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는 다크웹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폭력과 가스 라이팅 등등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현실과 다르다면 여자들이 당하고만 있지않고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라고 소리 지르며 용감하게 맞선다는 것이다.

며칠에 걸쳐 한 편씩 읽었다.
너무 오싹하고 세상이 무서워서 쭉 읽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마지막 [그를 사로잡는 단 하나의 마법]은 현실에서도 무서운 이야기라 읽기가 괴로웠고 여자의 복수가 생각만큼 통쾌하지 않았다.
아무리 없애도 어딘가에서 다시 생겨나는 곰팡이만큼 절대 사라지지않을 범죄라 더 무서웠다.

부당하게 당하고 우는 것보다는 통쾌한 복수를 택하는 그녀들을 보며 속이 확 풀려야 되는 데 현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까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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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행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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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단편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과거로의 여행은 가난한 젊은 남자가 능력을 인정 받아 사장집에 기숙하게 되고 자신을 돌봐주는 사장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남자는 해외로 떠나고 바로 돌아올 수 없었던 그는 그 곳에서 결혼한다
그리고 9년 후 홀로 된 여자와 남자는 다시 재회한다.

두번째 이야기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은 아이들은 다 자라 독립하고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 뒤 무기력하고 우울하던 부인이 어느 날 카지노에서 도박에 빠진 젊은 남자를 만난다.
모든 것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남자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여자는 모든 걸 버리고 남자와 떠날 결심을 한다.

100년 가까이 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두 소설은 독일어권 문학에서 노벨레라는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방식은 기억이나 회상을 극적으로 서술하기 위한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한다.주로 기이하고 괴상한 사건,일상성에서 벗어나는 특수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나 사례, 병적인 행위와 개인의 일탈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ㅡ역자해설p180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저절로 재미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나오지않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첫번째 이야기에선 주인공 남자가 현재의 여자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는 과거의 어느 날 사고처럼 벌어졌던 자신의 일을 처음 만난 젊은이에게 가감없이 들려주는 방식이다.
두 주인공 모두 젊은남자와 나이 든 여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긴 세월동안의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24시간 동안 불처럼 타오른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야기에 대한 회한도 있다.

본디 사랑이라는 게 흐르는 물 같아 아무리 죽을 것 같은 사랑도 지나가버리면 그냥 추억이다.
다시 그 물을 돌려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모두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자꾸 지나버린 물을 되돌리고 싶어할 뿐이다.

다시 만난 사장의 부인에게 느끼는 사랑의 허무함과 하룻밤 사랑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마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전혀 다른 이야기고 사랑이지만 읽은 내내 한 줄로 꿴 구슬처럼 전혀 다르지 않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그것은 사랑할때의 마음이지 그 시간이 지나면 그저 기억이고 추억일 뿐.

이 소설을 통해 작가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의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다 예전에 조카에게 선물 받은 그의 다른 책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가 있음을 기억했다.
책은 읽는 거지 꽂아두거나 쌓아두는 게 아니다는 반성을 다시 해본다.
“소설과 전기(또는 평전)에서 훨씬 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니 그의 다른 책들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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