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추리 소설의 좋은 점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이야기가 짧다보니 엉킨 실타래처럼 사건이 꼬이지않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하지않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여기다 매 이야기마다 반전이 등장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소설 “백광”으로 적잖은 충격을 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은 단편 미스터리 소설의 장점을 다 갖고 있는 책이다.이미 작가의 다른 단편집 회귀천 정사와 저녁 싸리 정사를 읽은터라 어떤 느낌에 이야기가 펼쳐질지짐작했지만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9편의 작품 모두 매운 맛의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분명히 내가 죽여서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아내의 시체가 엉뚱한 장소인 호텔에서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 남자 이야기(두 개의 얼굴)를 시작으로 아동 유괴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경찰관(과거에서 온 목소리),장애를 가진 소녀의 목숨을 빼앗아가려는 누군가의 이야기(화석의 열쇠)는 예측가능한 반전이지만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남편과 아내의 의뢰를 받아 두 사람을 동시에 미행하는 흥신소 직원 이야기(기묘한 의뢰)와 어느 부분을 착각했나 다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밤이여, 쥐들을 위해)도 있다.사랑과 배신으로 얽힌 막장 아침드라마 급 이야기(이중생활)와 유명 배우가 자신과 꼭 닮은 남자와 얽히며 벌어진 이야기(대역)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영화 ‘다찌마와 Lee’에 등장인물처럼 대사를 읊조릴 것 같은 이야기(베이 시티에서 죽다)와 살인 현장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행동하는 초짜 선생님의 이야기(열린 어둠)는 작품이 쓰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세상에 그런 멋이 있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작가는 보통의 인간 관계가 아닌 비상식적인 인간 관계를 다룬 소설에 일가견이 있다.읽고나면 시원하고 개운하지는 않지만 사회 속 어딘가에 실제존재할 수도 있는 인물들일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출판사에서는 충격적인 반전에 소름 돋지 않았다면 100%로 환불해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나는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제공 받아 읽은 책이지만 구입했더라도 환불하지 않겠다.반전은 말할 것도 없고 현실의 인간들이 나를 힘들게 할때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며 그래도 오늘 내가 만난 인간들은 양반이다고 스스로 위로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제공 받아 읽은 책입니다.재미있게 읽고 자유롭게 느낌을 남깁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현대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시대물인 미야베 월드 제2막을 더 좋아한다.그 중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흑백의 방에서 풀어놓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방을 나서는 등장인물들의 보며 세상 별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그런데 미시마야 시리즈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자는 단순한 청자가 될 수 밖에 없다보니 작가의 특기인 탐정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곤 했다.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새로운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모시던 오캇피기 센키치 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리로 내몰린 처지가 된 기타이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장의 ‘붉은 술 문고’를 이어받게 된다.기타이치는 문고를 팔기위해 시정을 돌아다니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효험이 있다는 그림을 받아 어렵게 낳은 아이가 죽고 그림 속 변재천님이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그리고. 그림을 받은 이들은 그림을 그린 술 도매상을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과연 기타이치는 그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지.📚거짓말이란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는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언어로 들어간 것일 뿐이야. (p130)어느 날 도시락 가게인 모모이에서 부부와 어린 딸이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사건 해결을 위해 도신을 비롯해 검시의 달인인 구리야마 슈고로가 사건을 파헤쳐가고 기타이치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기타이치는 특별히 뛰어나거나 대단한 청년이 아니다.주위에 함께 사는 이들을 살피고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어려운 이웃을 최선을 다해 돕고 모시던 주인의 뜻을 이어받고자 노력할 뿐이다.이 시리즈는 단순한 탐정 소설이 아니라 기타이치라는 젊은 소년의 성장소설이다.겸손한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를 응원하는 센키치 대장의 아내인 마쓰바가 있고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도움을 주는 친구 기타지가 있다.그의 심성을 아는 많은 이들은 그를 위해 크게 작게 돕는 모습은 혈혈단신인 그에게 내려진 축복처럼 느껴진다.에도 시대 거리의 모습은 물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에서 기타이치는 얼마나 더 성장하고 공중목욕탕에서 불 피우는 일을 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기타지가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뛰어나지 않아 더 매력적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연대하는 기타이치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기타기타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림책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내 소유의 책도 없던 초록콩에게 책에 대한 첫기억은 화려한 새사진이 있던 사진집이었어요.17살 차이난 큰오빠가 사다준 건데 참새나 제비같은 집 주변 흔한 새나 보던 저는 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빛깔의 새가 있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납니다.이 책은 그런 어릴 적 추억에 QR코드라는 과학이 결합하여 훨씬 실감나게 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이 책은 6개 장으로 나뉘며, 각 장마다 다른 대륙을 다룬다.다만 남극에는 서식하는 새는 종류가 적어서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각 장은 그 대륙의 특색 있는 새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 옆에 있는 마이크 랭먼이 그린 매력적인 풍경화에서 각 대륙의 자연 환경과 그 장에서 다루는 몇몇 새도 볼 수 있다.순서없이 새 그림만 보는 것도 좋습니다.대륙별로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아니면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겨가며 어떤 목소리로 노래할까 상상해 보고 QR코드로 찍어 새소리를 듣는 것도 즐겁습니다.간단한 설명글만 읽어도 좋고 설명글에 나온 새소리가 진짜 새소리와 얼마나 같은 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글자로 표현된 새소리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면 진짜 그렇게 들리는 듯도 합니다.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새 200종을 담은 책은 유려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에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는 물론 새를 좋아하는 독자는 말 할 것도 없고 새에 별 흥미가 없는 누구라도 일단 한 번 책을 펼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되는 신비한 책입니다.저는 가족들에게 맘에 드는 새를 고르게 하고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남편은 처음엔 귀찮아하더니 나중엔 주도적으로 새소리를 듣고 맘에 드는 새소리는 저에게도 들려주었습니다.아마도 오랜시간 우리집에서 사랑받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신기하고 멋진 책 보내주신 영림카디널 출판사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인듯 한데 ‘이국에서’가 처음 읽게 된 작가의 소설이다.인구 300만 도시의 시장 최측근인 황선호는 뇌물 관련 사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잘 알려지지않은 나라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어든다.“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한” 보보공화국의 실제는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뜨거운 기후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군부 쿠데타와 난민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였다.이름까지 숨긴 황선호는 보보의 난민 정책에 의해 갈 곳 없는 외부인 신세가 된다.소설을 읽는 내내 보보민주공화국이 멀리 떨어진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여러 번하게 된다.몇몇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소설을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어느 도시의 사건의 경험자인 까닭에 괴로워하고 평범한 삶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마저 외면한 체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김경호가 보보에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맞설때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괴로웠다.우리나라에서 내부인이 나는 과연 외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반성하게 했다.📚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데이지꽃처럼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우쭐거리고 우월하고 자비심 없고 잔인하고 자유롭고 금발이고 강단 있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열 다섯 소녀 데이지의 이야기다.처음 읽어보는 시로 쓴 소설은 긴 문장의 어떤 다른 소설보다 명료하고 날카롭게 읽힌다.데이지는 어느날 핸드폰에 온 모르는 메시지의 상대와 친구가 된다.데이지보다 두 살이 많은 오쉰이라는 남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학교 생활은 엉망이 되고 가장 친한 친구인 이머와도 멀어지게 된다. 어느날 이머와 오쉰 문제로 다투게 되고 드디어 데이지는 오쉰을 만날 약속을 하게 된다.소설은 오쉰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데이지의 입장이 1부로 사건 발생 후 이머의 마음을 따라가는 2부로 나눠진다.데이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녀다.남자 친구를 사귄 적도 없고 거들먹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이렇게 평범한 아이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다.이성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피해자가 된다.우리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보이스 피싱을 비롯해 사이버 스토킹,성폭력, 개인정보침해,음란물 유통,디지털 성범죄 등 범죄의 도구가 되는 순간을 수없이 봐 왔다.이제 안전한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않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당해야 제대로 범죄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지 가슴이 답답해진다.데이지만 운이 나빠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선언디어드라 아주머니한테반박할 말이 떠올라.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말.라푼젤처럼어린 소녀들을 안전한 탑 안이 가두는 건사는 게 아니라는 말.그건 ‘안전’한 게 아니라가두는 거라고.집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말.우리가 숨으면 안 된다는 말.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우리가 마음을 닫아선 안 돼.그 악마가 우리 인생의주인은 아니잖아.그 악마에게 그럴 힘을 주면 안 되잖아.그 대신 우린 이 세상을 걸어 다닐 거야.온라인에서도오프라인에서도.눈을 크게 뜨고경계하면서.왜냐하면그것만이우릴안전하게 지켜 줄 테니까.🎁특별한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양철북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