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 알고 보면 엄청 쉬운, 초등학생을 위한 화학책 십 대를 위한 유쾌한 교양 수업
이동훈 지음, 김푸른 그림 / 블루무스어린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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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배운 ‘화학’은 재미없고 괴로운 과목이었어요.
눈에 보이지않는 원소의 주기율표를 왜 외워야하는지도 모르고 외웠고 화학식은 세상과 동떨어져 보였습니다.
수업은 재미가 없었고 당연히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죠.
“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을 읽으며 만약 화학을 생활밀착형으로 배웠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특별히 시간을 내지않고 짬짬히 대충만 봐도 화학이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닌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한 용어 설명을 시작으로 100가지 질문을 8컷의 만화로 쉽게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화학책은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내용을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쉽게 설명합니다.
모두 5파트로 구분된 ’재미있는’, ‘주변에 숨어 있는’, ’식탁 위의‘,’힘이 되는‘, ’낯설고 신기한’ 원소 이야기는 순서없이 읽어도 상관없는 구성입니다.

마라탕을 먹으면 왜 혀가 얼얼한지 커피포트는 어떻게 물이 끓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지 왜 캔 음료는 많은 데 캔 우유는 없는지 등 일상 생활에서 궁금했던 것을 알기 쉽게 풀어줍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는 ‘식탁 위의 원소 이야기’였습니다.

달고나에 소다를 넣으면 부푸는 이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마늘을 먹으면 입 냄새가 나는 이유, 옥수수가 어떻게 팝콘이 되는 지 등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설령 알고 있어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던 어른들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줄만합니다.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면서 궁금한 게 많아지고 그만큼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쉬운 질문에는 대답해 줄 수 있지만 초등학생이 된 자녀가 하는 질문은 한마디로 정리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데는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때 딱 맞춤인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채소를 싫어하면 잘게 다져 채소인지 모르게 먹이지만 몸 속에 들어가 채소는 그 역할을 다 합니다.
이 책이 바로 다진 채소처럼 읽다보면 우리 생활 속의 화학 현상, 원소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않아도 잠깐의 짬이 나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순서없이 페이지를 열어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른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초등학생이 혼자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꼭 화학이 아니라도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어린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책입니다.
모든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강력추천합니다.


<본 도서는 블루무스 출판사에 선물받은 도서로 재미있게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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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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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인생 밑바닥까지 간 서른 네살의 우혁은 아는 형의 학원에서 보조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우혁은 자신이 지금처럼 살아가는 이유가 중학생 때 백운산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살아난 후 때때로 보이는 환각과 김 형이 이끈 도박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별 의욕없이 일상을 보내던 우혁 앞에 20년 전 신비한 힘으로 자신을 살린 소년 ‘이도유’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이도유‘는 1999년 12월 31일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설파하며 단체를 이끌지만 서른 두명의 추종자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사라진 인물이다.

’이도유‘가 단순히 우혁을 살린 존재 뿐만이 아닌 인류의 종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우혁은 그를 돕기 위해 나선다.
한 편 사건 당시 살아남은 아이들이 성장 해 두 개의 분파로 나누어진 현재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이도유를 찾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단요“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나와는 이제야 인연이 닿아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은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묵직한 주제와 현란한 글솜씨 덕에 신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스릴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출간돼 독자의 손에 닿는 순간 소설을 어떻게 읽을 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신학소설이기도 하지만 실존주의소설이기도 하고, 동시에 둘의 종합체(p420)”라고 하지만 나는 한심해 보이는 남자 우혁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교주 ‘이도유’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현실의 삶에 안착하는 모험, 성장 소설로 읽었다.

한심해 보이는 우혁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이 걸려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고 이대로 유지할 수도 있게 되는 순간 만약 내가 우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익숙하지않은 신학이라는 소재 탓에 읽기에 속도가 나지 않은 것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만약 철학과 신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휠씬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기는 하다.

우여곡절 끝에 우혁이 도착한 세상은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았고 지금과 별반 달라진 것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처럼 평범함 속에서 안정을 찾아간다.

“형이 날 학원에 데려왔고, 내가 미친 소리를 해도 들어주고, 미친 짓을 벌여도 계속 믿어줬으니까”(p. 399),

인생에서 누군가 나를 믿어줄 사람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살만 하다는 교훈을 얻어본다.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의 특별리뷰어 활동으로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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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시클 걸스
엘렌 스트룀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베르단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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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작은 마을의 단짝 소녀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소설이지만 우리 나라의 10대들의 고민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 같은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작은 마을의 만다와 말린은 자전거를 즐겨타는 단짝 친구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한없이 유치해 보이고 두 친구는 모험과 멋진 로맨스 꿈꾸고 있답니다.

마을에 하나 뿐인 편의점 안 피자집 아르바이트생인 ‘욘’을 보고 첫눈에 반한 “만다”는 그와 가까워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지요.
욘이 평소 말린이 멋지다고 생각하던 ‘푸그’와 함께 밴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과의 만남을 우연을 가장해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꽁당꽁당 가슴 뛰는 그들의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기대하게 됩니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말이지요.
저 역시 “요즘 애”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간혹 참지못하고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이시클 걸스>는 모든 어른들이 지났던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못하는 어른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파티에 참석해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마음에 둔 남자에게 언제 팔로우할 지 고민하고 친구가 먼저 디엠을 보낸 사실에 속상해 하기도 합니다.
만다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일들을 헤쳐나가며 한뼘씩 성장해 갑니다.
특히 위험에 처했을 때 용감하게 나서는 언니의 모습은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멋지게 보입니다.

두 아이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부모의 역할이 미흡해 아이들의 행동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편견도 없이 사람을 대하고 함께 하는 모습은 어른들도 본받을 만합니다.
소설은 어른들에게는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간질간질했던 감정을 떠오르게도 하고 ‘요즘 애들’을 이해하고 한반짝 다가가는 기회를 줍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욘’이 저지른 행동과 ‘자기 결정권’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보기에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본 도서는 베르단디 출판사에서 선물해 준 책으로 재미있게 읽고 주관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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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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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의 권신인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후지산이 보이는 곳에 대저택 명랑장을 세운다.
도쿄에서 교통편도 나쁘지않고 경치도 좋은 곳에 세워진 명랑장은 회전 벽이나 도주용 탈출구 등 비밀 설계가 많고 줄줄이 방이 이어진 구조라 훗날 미로장이라 불리게 된다.

백작이 천수를 누리고 영면한 후 미로장은 아들인 가즌도 백작이 소유하게 되지만 미모의 후처 가나코와 그녀의 사촌인 시즈마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살해하고 시즈마의 왼팔을 자르는 대참사를 일으킨다.
가즌도 백작 역시 시즈마에 의해 살해되고 시즈마는 팔이 잘린 채 지하 동굴로 도망쳤고,시신은 수십 년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에 놓인다.

그 후 미로장은 가즌도의 아들 다쓴도에게 상속되지만 전쟁 후 가세가 기울어지자 어쩔 수 없이 신흥 사업가인 시노자키 신고에게 미로장을 양도하고 아내인 시즈코까지 빼앗기게 된다.
신고는 미로장을 호텔로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21년 전 대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미로장에 초대해 추도식을 준비한다.

한편 미로장에 손님으로 찾아온 외팔이 남자가 방에 들어간 뒤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신고는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를 불러 사라진 남자를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그러나 외팔이 남자를 찾기도 전에 다쓴도 백작을 시작으로 미로장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미로장은 공포에 휩싸인다.

사건을 몰고 다니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는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머리에는 쭈글쭈글한 형태의 찌부러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별로 멋스럽지 않은 남자다.
그가 등장하면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이 출동하고 또 다른 살인이 연이어 발생한 후에야 범인을 찾아낸다.

<가면무도회>이후 10년만에 시리즈 열세 번째로 번역된 이야기는 반복되는 용의자의 진술 청취가 지루하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지하 미로의 끔찍함과 사람의 잔인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기존 시리즈와 달라진 표지 그림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지만 괴괴한 미로장과 마차 위의 사체, 그리고 커다란 쥐가 소설을 읽은 후 다시보니 더 섬뜩하게 보인다.

매번 읽은 후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볼품없는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불량 식품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처럼 읽고나면 정신이 피폐해 질 줄 알면서도 또 찾아읽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디 다음 시리즈가 나오는데는 10년이 안 걸렸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지금도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눈도 뻑뻑하고 힘든데 10년 후엔 어찌될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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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위픽
정보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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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통째로 데이터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는 하루 최소 여덟 시간 혹은
그 이상을 누워서 지내며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

산꼴짜기에 위치한 기계학습센터에 입주한 ‘나’는
뇌 속의 내용을 업로드라는 일을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915호의 등장으로 모든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님을 자각하고도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에 끝에 내몰린 ‘나’의 돌발적인 행동은
본성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님 또라이 같은 세상에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는 지 내내 고민하게 된다.

작가의 말과 인터뷰를 읽으며
이쁘게만 보이던 주황색 노을빛의 표지가
섬뜩하고 쓸쓸해 보인다.

“고통을 피해 달아날 곳이 없는 분들께
제가 뭔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다들 빈곤사회연대 후원하십시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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