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박으로 인생 밑바닥까지 간 서른 네살의 우혁은 아는 형의 학원에서 보조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우혁은 자신이 지금처럼 살아가는 이유가 중학생 때 백운산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살아난 후 때때로 보이는 환각과 김 형이 이끈 도박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별 의욕없이 일상을 보내던 우혁 앞에 20년 전 신비한 힘으로 자신을 살린 소년 ‘이도유’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이도유‘는 1999년 12월 31일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설파하며 단체를 이끌지만 서른 두명의 추종자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사라진 인물이다.

’이도유‘가 단순히 우혁을 살린 존재 뿐만이 아닌 인류의 종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우혁은 그를 돕기 위해 나선다.
한 편 사건 당시 살아남은 아이들이 성장 해 두 개의 분파로 나누어진 현재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이도유를 찾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단요“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나와는 이제야 인연이 닿아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은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묵직한 주제와 현란한 글솜씨 덕에 신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스릴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출간돼 독자의 손에 닿는 순간 소설을 어떻게 읽을 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신학소설이기도 하지만 실존주의소설이기도 하고, 동시에 둘의 종합체(p420)”라고 하지만 나는 한심해 보이는 남자 우혁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교주 ‘이도유’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현실의 삶에 안착하는 모험, 성장 소설로 읽었다.

한심해 보이는 우혁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이 걸려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고 이대로 유지할 수도 있게 되는 순간 만약 내가 우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익숙하지않은 신학이라는 소재 탓에 읽기에 속도가 나지 않은 것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만약 철학과 신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휠씬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기는 하다.

우여곡절 끝에 우혁이 도착한 세상은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았고 지금과 별반 달라진 것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처럼 평범함 속에서 안정을 찾아간다.

“형이 날 학원에 데려왔고, 내가 미친 소리를 해도 들어주고, 미친 짓을 벌여도 계속 믿어줬으니까”(p. 399),

인생에서 누군가 나를 믿어줄 사람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살만 하다는 교훈을 얻어본다.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의 특별리뷰어 활동으로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