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와 페카 삼부작 zebra 13
요쿰 노르드스트 지음, 이유진 옮김 / 비룡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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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와 강아지 페카는 늘 함께 합니다.
세일러의 스웨터를 사러 시내에 가는 길에 자동차가 고장나도 둘은 놀라거나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시내까지 걸어가는 길이 꽤 멀지만 넓고 고요한 바다를 보며 걷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세일러가 아플 때 페카는 잭슨 여사를 불러오고 의사 선생님의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사오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잭슨 여사의 복음 성가대의 노래를 듣기도 합니다.

<세일러와 페카 삼부작>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인 ‘요쿰 노르드스트룀’의 <세일러와 페카> 5권 연작 중 첫 세 권을 한 권으로 묶어 번역 출간한 그림책입니다.
세일러와 함께 사는 강아지 페카의 일상을 소개한 그림책은 “콜라주, 소묘,회화” 등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세일러와 페카의 이야기는 대단한 모험이나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마을에 사는 전직 선원인 세일러와 강아지 페카의 소소하지만 보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입니다.

광대의 잃어버린 트럼펫을 우연히 찾아주기도 하고 페카가 약국에 가는 길에 딴청을 피우기도 하고 당구장에 갔다 싸움이 일어나자 살짝 피해 나오기도 하지만 둘의 하루하루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저 둘이 함께 보내는 날들이 특별하지 않아 더 특별하게 보입니다.
더구나 다정한 잭슨 부인과 함께 식사하고 춤을 추고 차를 마시는 모습은 소소하지만 따듯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현대 미술가‘인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의 인물들과 풍부한 색상이 대조를 이루어 그림을 보는 기쁨을 줍니다.
한 페이지에 여러 컷으로 분할된 그림들은 만화를 읽을 때처럼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현대 미술가의 그림책은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은 물론 화보집처럼 즐길 수 있어 더 없이 좋았습니다.
이 그림책으로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이에게는 세일러와 페카의 우정을 어른에게는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스러운 두 친구의 나머지 이야기도 번역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도서는 비룡소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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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숲속 어딘가
린데파스 지음, 이한상 옮김 / 월천상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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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아버지가 너무 바빠 반짝이는 선물과 트리 장식, 기분 좋은 음악은 꿈일 뿐입니다.
소피는 즐거운 일을 찾아 외투와 장갑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눈송이들은 매서운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밖은 너무 춥고 쓸쓸하지요.
그때 눈송이 사이를 헤치고 커다란 사슴이 소피 앞에 나타나 어서 등에 올라타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사슴의 등에 탄 소피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다다랐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하얗고 커다란 숲에 도착한 소피는 꽁꽁 얼어붙은 푸른 호수를 만났어요.
그 곳에서 외롭게 서 있는 작은 나무를 보았습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창문으로 비치는 따듯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이웃집과 어둡고 쓸쓸해 보이는 소피의 집을 대조적으로 보여줘 소피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지 보여줍니다.
눈보라 치는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은 추운 겨울이 느껴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눈 덮인 숲 속은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해서인지 춥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근사한 선물 상자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림책을 보는 내내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받는 기분입니다.
하얀 눈이 쌓인 키 큰 나무와 동물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꾸민 나무 장식은 그 어떤 트리보다 아름답게 빛납니다.
거기다 늘상 바쁘기만 한 탓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빠까지 등장하자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가 완성됩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다랗고 평온한 숲 속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따로따로 있을 때는 사소하고 작게 보이는 것들이 모여 보물의 되는 경험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 행복이 찾아옵니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어딘지 알 수 없는 숲 속 하늘에 닿을 만큼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서 있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소피의 따듯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눈 덮힌 나무와 빛나는 작은 나무는 더더욱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의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월천상회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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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 알고 보면 엄청 쉬운, 초등학생을 위한 화학책 십 대를 위한 유쾌한 교양 수업
이동훈 지음, 김푸른 그림 / 블루무스어린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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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배운 ‘화학’은 재미없고 괴로운 과목이었어요.
눈에 보이지않는 원소의 주기율표를 왜 외워야하는지도 모르고 외웠고 화학식은 세상과 동떨어져 보였습니다.
수업은 재미가 없었고 당연히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죠.
“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을 읽으며 만약 화학을 생활밀착형으로 배웠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특별히 시간을 내지않고 짬짬히 대충만 봐도 화학이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닌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한 용어 설명을 시작으로 100가지 질문을 8컷의 만화로 쉽게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화학책은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내용을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쉽게 설명합니다.
모두 5파트로 구분된 ’재미있는’, ‘주변에 숨어 있는’, ’식탁 위의‘,’힘이 되는‘, ’낯설고 신기한’ 원소 이야기는 순서없이 읽어도 상관없는 구성입니다.

마라탕을 먹으면 왜 혀가 얼얼한지 커피포트는 어떻게 물이 끓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지 왜 캔 음료는 많은 데 캔 우유는 없는지 등 일상 생활에서 궁금했던 것을 알기 쉽게 풀어줍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는 ‘식탁 위의 원소 이야기’였습니다.

달고나에 소다를 넣으면 부푸는 이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마늘을 먹으면 입 냄새가 나는 이유, 옥수수가 어떻게 팝콘이 되는 지 등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설령 알고 있어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던 어른들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줄만합니다.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면서 궁금한 게 많아지고 그만큼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쉬운 질문에는 대답해 줄 수 있지만 초등학생이 된 자녀가 하는 질문은 한마디로 정리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데는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때 딱 맞춤인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채소를 싫어하면 잘게 다져 채소인지 모르게 먹이지만 몸 속에 들어가 채소는 그 역할을 다 합니다.
이 책이 바로 다진 채소처럼 읽다보면 우리 생활 속의 화학 현상, 원소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않아도 잠깐의 짬이 나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순서없이 페이지를 열어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른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초등학생이 혼자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꼭 화학이 아니라도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어린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책입니다.
모든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강력추천합니다.


<본 도서는 블루무스 출판사에 선물받은 도서로 재미있게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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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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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인생 밑바닥까지 간 서른 네살의 우혁은 아는 형의 학원에서 보조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우혁은 자신이 지금처럼 살아가는 이유가 중학생 때 백운산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살아난 후 때때로 보이는 환각과 김 형이 이끈 도박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별 의욕없이 일상을 보내던 우혁 앞에 20년 전 신비한 힘으로 자신을 살린 소년 ‘이도유’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이도유‘는 1999년 12월 31일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설파하며 단체를 이끌지만 서른 두명의 추종자들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사라진 인물이다.

’이도유‘가 단순히 우혁을 살린 존재 뿐만이 아닌 인류의 종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우혁은 그를 돕기 위해 나선다.
한 편 사건 당시 살아남은 아이들이 성장 해 두 개의 분파로 나누어진 현재 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이도유를 찾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단요“는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나와는 이제야 인연이 닿아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은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묵직한 주제와 현란한 글솜씨 덕에 신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스릴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출간돼 독자의 손에 닿는 순간 소설을 어떻게 읽을 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신학소설이기도 하지만 실존주의소설이기도 하고, 동시에 둘의 종합체(p420)”라고 하지만 나는 한심해 보이는 남자 우혁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교주 ‘이도유’를 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현실의 삶에 안착하는 모험, 성장 소설로 읽었다.

한심해 보이는 우혁의 손에 인류 전체의 운명이 걸려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고 이대로 유지할 수도 있게 되는 순간 만약 내가 우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익숙하지않은 신학이라는 소재 탓에 읽기에 속도가 나지 않은 것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허무맹랑하지도 않다.
만약 철학과 신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라면 휠씬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기는 하다.

우여곡절 끝에 우혁이 도착한 세상은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았고 지금과 별반 달라진 것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처럼 평범함 속에서 안정을 찾아간다.

“형이 날 학원에 데려왔고, 내가 미친 소리를 해도 들어주고, 미친 짓을 벌여도 계속 믿어줬으니까”(p. 399),

인생에서 누군가 나를 믿어줄 사람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살만 하다는 교훈을 얻어본다.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의 특별리뷰어 활동으로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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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시클 걸스
엘렌 스트룀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베르단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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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작은 마을의 단짝 소녀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소설이지만 우리 나라의 10대들의 고민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 같은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작은 마을의 만다와 말린은 자전거를 즐겨타는 단짝 친구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한없이 유치해 보이고 두 친구는 모험과 멋진 로맨스 꿈꾸고 있답니다.

마을에 하나 뿐인 편의점 안 피자집 아르바이트생인 ‘욘’을 보고 첫눈에 반한 “만다”는 그와 가까워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지요.
욘이 평소 말린이 멋지다고 생각하던 ‘푸그’와 함께 밴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과의 만남을 우연을 가장해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꽁당꽁당 가슴 뛰는 그들의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기대하게 됩니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말이지요.
저 역시 “요즘 애”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간혹 참지못하고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이시클 걸스>는 모든 어른들이 지났던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못하는 어른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파티에 참석해 어른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마음에 둔 남자에게 언제 팔로우할 지 고민하고 친구가 먼저 디엠을 보낸 사실에 속상해 하기도 합니다.
만다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일들을 헤쳐나가며 한뼘씩 성장해 갑니다.
특히 위험에 처했을 때 용감하게 나서는 언니의 모습은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멋지게 보입니다.

두 아이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춰서인지 부모의 역할이 미흡해 아이들의 행동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편견도 없이 사람을 대하고 함께 하는 모습은 어른들도 본받을 만합니다.
소설은 어른들에게는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간질간질했던 감정을 떠오르게도 하고 ‘요즘 애들’을 이해하고 한반짝 다가가는 기회를 줍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욘’이 저지른 행동과 ‘자기 결정권’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보기에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본 도서는 베르단디 출판사에서 선물해 준 책으로 재미있게 읽고 주관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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