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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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천명관의 #고래 를 읽고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작가의 소설을 읽어 나갔는데 어째 기다려도 신간 소식이 없더니 드디어 #이것이남자의세상이다 이후 10년 만에 새 책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고래는 2023년 부커 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작가는 <뜨거운 피>의 감독으로 참여했다.

신간 <아코디언>은 한국전쟁 중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진 동이가 앵벌이 조직에 들어가 척박한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목사이지만 누구보다 탐욕스러운 양 목사는 해방촌 산자락에 거처를 잡고 앵벌이 아이들을 착취하며 배를 불린다.

눈이 먼 연이의 할아버지가 남긴 아코디언을 우연히 갖게 된 동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연이는 노래를 부르며 앵벌이를 한다.
아이들은 목사가 건넨 마약에 중독돼 가고 어느 날 양 목사가 경찰에 잡혀가자, 조직이 와해할 지경에 이르고 움막은 불길에 휩싸인다.

휴전 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는 <아코디언>이 아니라도 여러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다.
천명관의 이야기 속 아이들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배를 곯았고, 파리 목숨처럼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이’를 중심으로 눈은 멀었지만, 누구보다 맑고 깊은 목소리를 가진 ‘연이’,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지만 영특한 두뇌로 세상을 살아가는 ‘거북이’,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로 동이를 챙겨주는 ’미키‘까지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은 치열하고 묵묵하게 각자의 세상을 살아간다.

도저히 하느님을 섬기는 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목사의 만행은 돈만을 좇아 부나방처럼 날아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특별한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앵벌이 조직을 빠져나올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포기한 동이가 숭고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아는 그 시대의 이야기가 천명관의 입을 빌려 전해진 순간 인물들은 지난 세대를 뛰어넘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 시대의 유행가를 소제목으로 쓴 소설은 손풍금을 울리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이가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선하게 그려져 몇 번인가 눈물을 찍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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