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들녘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러시아, 네덜란드 편 뭉우리돌 2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유퀴즈에 출연해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아 국외독립운동 유적지와 후손분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는 작가를 본 적이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를 근 2년에 걸쳐 찾아나선 작가의 대단한 열정에 감동했지만 얼마 못가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작가의 글과 사진은 더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 흔적을 찍은 <뭉우리돌의 바다>를 이어 러시아와 헤이그 특사의 주 활동지인 네덜란드의 헤이그 유적지를 촬영한 <뭉우리돌의 들녘>이 출간됐다.
책은 올 칼라 양장으로 역사적 사실을 포함 사진을 찍을 때의 날씨와 느낌등을 서술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다보면 작가가 작은 뷰파인더로 보았을 그날의 감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진은 1863년 철종 4년, 흉년을 피해 우리 한인들이 처음 이주했던 연해주로부터 시작해 연추(노보키예프스크), 네델란드 헤이그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블라디보스토그, 자유시(스보보드니), 하바롭스크에서 끝을 맺는다.
낯설고 물설은 타국에서의 작가의 여정을 보다보면 독립운동가들이 겪었을 고통과 함께 막막함까지 전해진다.

사연없는 유적지는 없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있는 이준 열사의 기념관에 관한 이야기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젊은이들이 넉넉하지 못한 여비를 가지고 장장 60일이란 시간을 달려 도착한 헤이그에서 느꼈을 막막함과 뜻을 펼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올 때 느꼈을 절망의 크기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세월이 흘러 1992년 이준열사가 순국한 건물이 당구장과 무주택자 임시 숙소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이기항 원장이 사비를 들여 건물을 사들이는 과정을 보며 과연 국가는 그때 어디에 있었는가 싶어 죄스럽고 부끄러워진다.

서태지가 헌정했다는 한인이주기념비는 일부러 찾아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고 우리 조상들이 결기를 다졌던 곳, 그리고 치열한 생활터전이었던 유적지들은 이제 대부분 허허벌판이 되어 찾을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만약 작가의 사진이 없었다면 우리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점점 사라져버릴 유적지를 가슴에 새기게 된다.

책을 덮기 전 지도가 그려진 페이지로 다시 돌아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고난의 여정을 더듬어본다.
그리고 작년 한 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독립운동가들을 좌우로 가르는 작금의 현실을 그들은 어떤 비통한 마음으로 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는 절대 일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계열의 니콘 카메라를 들고 독립운동가들 앞에 설 수 없다는 신념으로 더 비싸더라도 독일제를 고집한다고 한다.
사소할 수 있는 카메라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의 활동이 얼마나 강건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는 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가 찾지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국외독립운동 유적지를 찾고 기록해 준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장소도 기다려본다.


<g마켓도서서평단에 당첨되어 수오서재에서 도서를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틈만 나면 인생그림책 21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틈만 나면
작은 틈만 나면
태어나는 풀들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지나는 길에 언제 싹이 나고
언제 잎이 난지도 모르게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듯한 풀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도시의 한 구석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는 풀들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중한 존재로 보게 됩니다.

한 줌의 흑과 하늘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남는 풀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게 됩니다.

글이 짧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
앞으로 보도 블록사이에 자란 풀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과 호랑이 태몽을 꾸고 곽용호란 이름을 얻은 용호는 삼수 끝에 4년제 인서울에 간신히 들어갔지만 졸업 후 직업도 없고 스무 아홉이 되고도 여전히 유명 드라마 작가인 엄마 곽문정에게 얹혀산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명성에 늘 가려사는 용호는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무위도식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신작 드라마 집필을 앞두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엄마의 수족이자 드라마 피디인 오혜진이 은밀한 제안을 한다.
엄마없이 살길이 막막한 용호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한 옛 연인 함장현과 함께 엄마의 대본을 대필하게 된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엄마가 사라지고 오혜진과 곽용호, 함장현이 엄마가 조사한 자료로 드라마 대본을 쓰는 이야기와 엄마를 찾아나선 광혜암에서 용호가 모르고 있던 엄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곽용호는 어른 된 후에도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엄마의 고단이나 수고로움을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엄마는 자신의 욕심때문에 일에만 열중했고 어린 용호를 돌보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엄마의 모든 것을 폄훼한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의 모습은 모두 엄마탓이라고 생각한다.

곽용호는 모든 잘못은 미혼모인 엄마탓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생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나이가 되고도 여전히 엄마를 원망하고 엄마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용호가 광혜암에서 만난 여자들의 모습은 가족을 위해 모든 힘을 쏟다 늙고 기력이 쇠해진 엄마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 곳 여자들의 병이 가장이 되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자식이 장성한 후 쓰임이 다한 순간 걸리는 병증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
이 병증의 가장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타인을 보살피는 신체 능력을 잃지 않지만 자신을 위하는 방법은 까맣게 있는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에게 입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사람들은 제 손에 든 수저를 자기 입으로 넣지 못하게 되었다.> p159~160

가족이라고 누구나 같은 모습은 아니다.
아직도 엄마가 필요한 나이에 머물러있는 듯하던 용호가 드디어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엄마를 이해해 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만 더 일찍 엄마를 이해했더라면 곽용호도 엄마도 더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도 용호가 광혜암 사람들과 어울려 이름값을 하는 결말은 얹힌 것 같은 속을 조금은 풀어준다.


<도서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선물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물이 정말 예쁜 책, 듀나 작가님의 초창기 작품 기대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산을 중심에 둔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기이한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인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을 포함해 10편의 단편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각 단편은 개별적인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긴 장편을 한 편 읽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각각의 단편은 ‘나’라는 각기 다른 화자가 등장하고 각 단편에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인 ‘땅거미 지는 초저녁.비사문의 언덕’에 등장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교코)는 ‘취부용’과 ’밤의 트로이‘와 ’끝의 시작‘에도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물론 등장인물들 역시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여성들이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나’, 남편의 범죄에 연류된 ‘나’, 젊은 시절 자식에서 충실하지 못하고 살다 병에 걸린 ‘나’, 남편의 외도에도 참고 사는 ‘나’……
남자 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자, 부모를 잃고 친척에서 학대 받는 아이, 유부남에게 속아 아이를 낳은 여자,손주를 잃은 할머니 등등

가여운 아이가 만들어낸 상상의 동물의 등장이 뜬금없긴 하지만 그 것이 없다면 그들의 죄를 누가 단죄할 수 있겠는가?
한정된 공간인 성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 세상의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다 모은 듯하다.
“끼릭끼릭끼릭끼릭” 트로이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세상은 영영 볼 수 없는 건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매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적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래야 어떤 이야기 속 인물과 상관 관계가 있는 지 알 수 있어 휠씬 재미있게 읽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