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 어린이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이야기
웬디 앤더슨 홀퍼린 그림, 카린 케이츠 글,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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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귀여운 토끼가 있고 다락방에 비밀스러운 물건이 많은 이모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롤리는 여름 한달을 이모네 집에서 보내게 된다.

처음의 들뜬 마음과는 다르게 자신만 남겨두고 엄마 아빠가 떠난 뒤로 롤리는 큰 슬픔에 잠기게 된다.

롤리의 눈물을 닦아주던 이모는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짭짤한 바다 냄새랑 사막의 먼지 냄새가 나는 오래된 상자 속에서 꺼낸 비밀 책은 잔잔한 꽃무늬로 된 표지는 많이 낡아 있었고 안의 종이도 노랗게 바랬고 너덜너덜하기까지 했다.

이 낡은 비밀책안에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해야 하는  처방들이 적혀 있었다.

꼭 부엉이가 울기 전에 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을 읽으며 이모와 롤리는 서둘러 처방들을 실천해 나간다.


<첫 번째 처방>사과 주스 한 잔을 마시세요. 아주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마셔야 해요. 사과와 사과가 열려있는 나무의 맛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두 번째 처방>좋은 땅에 씨를 심으세요. 그리고 그 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몰래 뭔가를 해 놓아야 합니다.

<세 번째 처방>가능한 아주 먼 곳까지 걸어 가 보세요. 그리고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떤 것을 찾아  내야 합니다.

<네 번째 처방>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세요. 그리고 야생 동물을 배고픔과 위험에서 지켜 주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처방>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편지를 쓰세요. 그리고 봉투 속에다 받는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넣으세요.

<여섯 번째 처방>제일 좋아하는 책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읽으세요. 너무 좋아서 자꾸자꾸 읽고 싶어지는 곳을 한 군데 찾아내야 해요.

<일곱 번째 처방>멋진 일을 하는 생각을 해 보세요. 내일 할 수 있는 작지만 큰일을 하나 생각해야 합니다.


맨 처음으로 롤리와 이모는 사과나무 잎사귀 맛과 상큼한 사과꽃 향기까지 느끼며 천천히 사과주스를 마시고 호박씨를 한줌 심고, 씨를 지켜줄 허수아비를 세운다.

그리고 숲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다 한번도 본적 없던 기차가 다니던 철로 조각을 찾기도 한다.

롤리는 이모가 준비한 음식을 조금 남겨 주머니쥐에게 주기도 하고, 아빠에게 쓴 편지 속에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넣기도 한다.

비밀 책에 처방대로 하나하나 실천해 가면서 롤리의 슬픔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었다.

슬픔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생각하며 이겨나가는 롤리의 표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롤리가 이모네에서 보내게 될 즐거운 여름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림책을 보다보면 한참씩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 있다.

책을 다 읽고도 쉬 덮어버릴 수 없는 매력이 비밀 책에는 있다.

표지를 보다보면 오래된 책 냄새와 함께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연두색의 매듭이 만져질 것 같아 여러 번 쓰다듬어 보게 된다.

글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림을 보다보면  먼 곳을 여행하고  온 커다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많은 물건들의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슬프다는 감정은 어느 한순간 찾아왔다가 또 쉬 사라지기도 하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생활 전체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슬픔이 오래가면 병이 된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특별한 방법이 아닌 일상을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누구든지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처방을 읽으며 아이 스스로 슬프다는 감정이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슬픔에 빠질 때엔 꼭 롤리와 이모가 했던 일곱 가지 처방을 차례로 해보자 한다.

그래!!

인생을 살면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슬픔에 무기력해 하지도 말고,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말자.

잠깐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고 주위를 살피고, 깊이 생각하고, 부지런히 행동하고 느껴보자.

그러는 사이 슬픔을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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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를 잡아라
플락 비스바스 그림, 아누쉬카 라비쉥카르 글, 신은영 옮김 / 파란하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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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부분에 출판사가 일부 편중된 나라의 책들만을 출판하는 게 독자들이 그 나라의 책을 찾기 때문인지, 아니면 출판사가 먼저 일부 나라의 책만을 번역출판해서 인지 우리가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그림책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의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던 인도의 그림책이다.

<인도>는 많은 인구와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라는 생각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인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요가의 어려운 동작을 척척해 낼 것 같고, 깊은 정글에는 아직도 벵골호랑이의 포효가 들릴 것도 같다.

인도에서 가장 크다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시고, 죽어서는 재가 되어 뿌려지는 걸 보며 우리 눈에는 더럽게만 보이는 강을 성스럽게 섬기는 그들의 믿음이 신기하기까지 한 나라다.

지금까지 한번도 접할 수 없었던  현대의 인도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의 그림책이라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림책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페이지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과일 가게 아줌마, 경찰 아저씨, 의사 선생님이 등장해서인지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림에 전혀 다른 배경이 없이 붉은 색 한 가지만을 사용한 특색 있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판화로 찍어 낸 듯한 그림에서는 단순하지만 등장인물의 풍부한 표정을 읽을 수도 있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첨가해서 나중에는 원재료의 맛을 찾을 수 없는 요리가 있고, 원재료만으로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있듯이 이 그림책은 다른 장치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아도 허전하지 않는 그런 개운한 맛의 책이다.


평화로운 어느 날 ‘팔아요’ 과일장수 아주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마을의 도랑에서 악어를 만나게 된다.

아주머니에 고함 소리에 기다란 막대기를 가지고 ‘잡아라’ 경찰 아저씨가 악어를 붙잡으러 온다.

교통위반 딱지에 벌금을 물리고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고 협박하던 아저씨는 막대기로 악어에 등을 때리지만 악어는 막대기를 부러뜨리고 만다.

다음으로 나선 ‘바로나아‘의사 선생님은 악어에게 수면제 주사를 놓으려다 그만 자신에게 주사를 잘못 놔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그 다음으로는 먼 도시에서 온 힘 센 레슬링 선수 ‘다이겨’아저씨는 악어의 큰 입을 보고는 줄행랑을 쳐 버린다.

악어를 꽁꽁 묵어버리겠다는 ‘깨끗해“ 세탁소 아저씨가 등장하고, 삼륜차로 끌어내기 위해 ‘재빨라’아저씨도 오지만 모두 악어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거듭되는 실패에 온 마을 사람들이 낙담하고 있는 그때  엄마와 생선을 팔고 돌아오던 어린 소녀 미나가 그 광경을 보게 되고 미나는 간단한 방법으로 악어를 강으로 돌려보낸다.


그런데 정작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악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악어에게 공포를 느꼈던  인간이야말로 악어에게는 가장 무서운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인간의 마을에 혼자 떨어지게 된 악어는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등장한  무서운 경찰 아저씨, 큰 주사기를 가진 의사 선생님, 힘센 레슬링 선수가 이 세상 어떤 공포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말이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실이지만 항상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에게 남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만을 보는 어른의 눈에는 일곱 마디 정도 밖에 안돼는 조그마한 파충류가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악어의 입장에서 생각한 작은 소녀 미나에게는 무시무시한 파충류는 어디에도 없었고, 다만 길을 잃은 불쌍한 악어만 보였던 것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겼던 건 차갑고 힘센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던 것처럼 가끔은 무서운 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이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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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착하다 나의 학급문고 7
조재훈 지음, 이호백 그림 / 재미마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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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시고 귀찮은 데다가 병균까지 옮기는 해충인 "모기", 그리고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남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일이나 물건을 일컫는 불교 용어인 "보시"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진 책제목을 보며 언젠가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수행중 가장 괴로웠던 건 모기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살생을 금하는 교리 때문에 작은 모기일지라도 죽일 수가 없어 괴로움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에 아무 죄책감 없이 모기약을 뿌리고, 혹시나 해서 모기향까지 피우는 내게 그까짓 모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가 괴로워했다는 게 우습기까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기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선뜻 동의 할 수는 없었지만 이 세상 만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9살 소년 명수는 남편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오게 된다.

도깨비처럼 우락부락한 사천왕을 보고 잔뜩 겁을 먹은 명수는 절에 있는 모든 것이 공포에 대상이 돼버린다.

어머니가 불공을 드리는 사이 모기에 물리며 무서움에 떨고 있던 명수 앞에 동자스님이 나타나게 되고, 친절하게도 절 곳곳을 안내 받게 된다.

범종, 목어, 법고등 절에 있는 물건들의 숨은 뜻을 들으며 차츰 안정을 찾던 명수는 숲에서 웃옷을 벗고 앉자 있는 큰스님을 보게 된다.

작고 하찮은 미물인 모기를 위해 자신의 피를 보시하시는 모습이었다.

얼마 뒤 어머니가 아프게 되자  명수네 집을 찾아오신 큰스님은 모기 약병을 다 치우고 모기장을 가져다주신다.

그리고


" 이 세상에 있는 것은 귀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리고 모기가 얼마나 정직한데 그래. 사람을 물때도 반드시 소리를 지르고 와서 물지 않든?"

" 피만 빨아먹고 병균만 옮겨주는 데도요?"

" 그래도 언젠가는 부처님께서 모기도 귀하게 쓰실 때가 있을 거야."


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남기고 가신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 때문에 더 이상 모기약을 뿌리지 않게 되자 극성스러운 모기는 가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게 된다.

아버지가 하시던 야채장수를 계속하게 된 어머니 때문에 어린 동생들을 돌보던 명수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물을 끓이다 잠이 들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쓸모없고 귀찮기만 한 모기 때문에 화마의 위험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일년에 한두 번 절에 다니는 게 고작인 우리 가족을 불교 신자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정말 독신한 불교 신자라도 모기까지 사랑하라는 큰스님의 말씀을 동의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독자들은 우리에게 해를 주는  모기쯤이야 죽여도 돼지 않나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곤충채집이라고 잡아 온 메뚜기들을 놓아주라고 했을 때 아이들 입에서 "메뚜기는 채소 같은 걸 먹고 사니까, 많이 잡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라는 말에 놀랐던 적이 있다.

이분법적인 나눔에 익숙해 있던 내 모습 그대로를 따라 하는 아이들에게 적당하게 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익충과 해충으로 나누는 기준이 단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곤충과 해가 되는 곤충으로 나누어서 해 주었던 이야기를 정답으로 알고 있는 아이에게 모기보시는 이해할 수도 없고, 동의 할 수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로 밖에는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나도 모기에게까지 모시하는 스님의 뜻을 그대로 동의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은 생물도 그냥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씀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여서 아이들이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책보기를 더 좋아하는 2학년 아들도 적절한 그림과 길지 않는 글이라서 부담을 덜 느끼며 읽을 수 있어 좋아 한다

사고로 시력을 잃고도 학위를 받고, 점자 한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중학교 점자 한문 교과서를 편찬하는 등의 쉼 없는 활동을 하고 계신 작가 조재훈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크게 감동한 모양이다.

벌써부터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두운 숲길을 걸어가는 모자의 무거워 보이는 어깨에서 명수가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절절해 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눈이 내리는 겨울 주인아저씨가 새로 설치해 준 보일러가 있는 집안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삼남매의  환한 미소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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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특별한 아이 - 동화보물창고 7 그림책 보물창고 7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김흥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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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며 자라는 외동아들 필립은 어느 날 엄마에게서 돌봐 주어야 할 여자아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7살 난 미리암을 낮 시간동안 돌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와 필립은 엄마에 말에 반대하게 되고, 결정하기 전에 미리암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런데 집에 초대된 미리암은 필립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필립의 바램과는 다르게 엄마, 아빠는 미리암을 돌보기로 결정하고, 필립은 자신보다는 미리암을 더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원망하게 된다.
필립의 완강한 거부로 가족들은 미리암의 방학이 시작되는 7월 2일부터 한달 동안 실험 삼아 돌봐주기로 한다.
첫날부터 미리암의 이해 못 할 행동은 계속된다.
처음 초대받던 날의 기차사고놀이처럼 병원놀이를 하자고 달려들어 필립을 질리게 한다.
바보처럼 이상한 놀이나 하고, 건널목도 혼자서는 건너지 못한다.
게다가 처음 만난 필립의 친구인 페터와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너고, 염소연못에서는 둘이 죽이 많아 엉뚱한 놀이를 하기도 해 필립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하지만 미리암은 멋진 그림을 그리기도, 모래로는 근사한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또 다이빙과 수영은 수준 급이었다.
집에 오기 시작한지 삼일 째 되던 날, 필립과 미리암은 엄마 심부름으로 슈퍼마켓을 가게 되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함께 요리를 하고, 필립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 가면서 둘은 서로의 비밀도 떨어 놓게 된다.
미리암이 자주 하자고하는 사고 놀이나 병원놀이, 그리고 꼭 손을 잡고 건너야 하는 건널목이 아빠의 죽음 때문임을 알게 된다.
어느새 친해진 둘은 미리암이 처음 가는 놀이터에 함께 놀러가게 되고, 거기서 길을 잃고 만다.
필립은 정신 없이 미리암을 찾아 헤매게 되고 경찰서에서 만나게 된 둘은 어느새 다정한 오누이가 된 듯하다.

아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이 있는 우리 큰아들도 열 달 동안 엄마의 배가 서서히 불러오고, 거의 매일 태어날 동생이야기를 해 주었어도 막상 동생이 생기고는 온갖 못된 짓은 다 저질렀었다.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 울리기 일쑤였고, 목욕을 할 때면 꼭 함께 하겠다고 떼를 써 무지 애를 먹이기도 했다.
안아 줄 때면 항상 한쪽 팔은 지 몫이 되어야 직성이 풀렸고, 우윳병을 빨고, 손가락을 빠는 퇴행현상까지 보였었다.
나름의 준비를 하고 만나는 동생도 형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존재인데 하물며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돌봐줘야 하고, 부모의 사랑을 나눠야 가져야하는 동생이 생긴다면 아이가 느끼는 불안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것일 것이다.
필립에게 미리암은 어린 동생인 동시에 싫은 척하지만 가슴 설레게 하는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도 해 어른인 내가  보기에 모든 게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다정하게 노는 페터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불같은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데 필립 또래의 아들을 키우는 나에게 우리 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을 보이고, 화를 내며, 여자 친구이야기에는 무심한 척 하는 아들이 이제는 점점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 서운해지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필립과 미리암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순간 그것이 사랑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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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별자리 신화 5 - 카시오페이아자리.안드로메다자리.페르세우스자리.양자리
배문환 글 그림 / 가나출판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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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 시절 여름이면 해가 떨어지기 전부터 아버지는 들에서 베어 오신 쑥을 넣고 모깃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향긋한 쑥 냄새가 마당을 가득 메울 때쯤 온 가족이 널따란  평상에 앉아 저녁을 먹었고, 별이 하늘을 총총히 밝힐 때쯤이면 수박이나 옥수수를 먹으며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무시무시한 귀신이야기, 어리석은 도깨비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산다는 견우 직녀 이야기도 듣고, 누구에게나 길잡이별이 되어 준다는 북극성을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이야 시골에 가도 매캐하지만 향긋한 모깃불도 더 이상 피우지 않고, 아이들이 모기라도 물릴까봐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없다.
그때는 하늘이 칠흑같이 어두워 별들이 더 도드라져 보였는데.......
대부분의 별자리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결된 이야기들이라서 신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일 것이다.
<만화로 보는 별자리 신화 5권>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이 겹쳐 나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 민주, 민호 남매가 할아버지를 통해서 듣게 되는 별자리 이야기라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북쪽 하늘에서 일년 내내 볼 수 있다는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얽힌 이야기는 겸손의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인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사랑이야기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인간의 어머니와 제우스신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우스의 모험담도 재미있다.
용감하게 메두사를 처치하지만 불행하게도 외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모는 슬픈 사연이 있는 별자리가 바로 페르세우스 자리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페루세우스는 사랑하는 부인 안드로메다와 장인, 장모인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와 이웃해서 사이좋게 밤하늘을 지키고 있단다.
가장 슬픈 이야기는 양자리에 얽힌 이야기다.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처럼 계모의 모함으로 위험에 빠진 헬레와 프릭소스 남매가 제우스가 보내준 황금양을 타고 위험에서 도망을 치게 되지만 동생 헬레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나중에 이들을 도운 황금양은 늦가을 밤에 잘 보이는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별자리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별자리의 위치, 모습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거기다 찾는 방법과 과학 학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뿌연 공기 때문인지 옛날처럼 별빛이 밝지 않다.
나 자신도 넓은 밤하늘을 네 활개 활짝 펴고 누워서 올려다 본 지가 까마득하다.
답답한 아파트들 사이 창문으로 본 몇 개의  별이 다였다.
지금 우리 눈에 비친 별빛은 많은 시간이 걸려 우리에게 온 것인데 그 소중한 별빛을 너무 오랫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올 여름에는 모깃불 피우고, 뭐 모기에게 물려보기도 하며 꼭 밤하늘에 별을 아이들과 실컷 구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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