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보이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야생소년을 다룬 이야기 중 가장 친숙한 이야기는 <타잔>일 것이다.
어린시절 텔레비전 시리즈로 보았던 타잔이 어른들은 익숙할 것이고 아이들은 디즈니 만화속의 타잔이 익숙할 것이다.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타잔은 고릴라의 손에 키워졌지만 강인하고 자유롭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동물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 제인을 만나 사랑을 하기도 한다.
거기다 언어 습득도 빠르고 문명세계에도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생소년은 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자유롭기만 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빅토르’를 만난 우리는 적지 않게 당황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이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할 경우 초래되는 결과가 얼마나 암담한지를 깨달으면서 야생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친구도 없이 야생에서 혼자 사는 소년은 자신이 사람인 줄도 모르고 세상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간다.
바람을 좋아하고 눈, 보름달,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을 좋아하는 소년은 한 마리의 짐승처럼 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사람들의 손에 잡혀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은 단지 구경꾼이었고 실험대상일 뿐이었다.
과학자들의 눈에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고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소년에게 점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한다.
단 한사람 ‘장 마르크 이타르’박사만은 소년을 실험대상이 아닌 아이가 되는 법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한 아이로 대해준다.
아이의 선생님이 되기로 한 박사는 구에링 아줌마와 함께 아이를 사랑으로 안아준다.
빅토르라는 인간의 이름을 얻게 되고 감각을 익히게 되고 옷 입는 법, 숟가락 사용법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익히게 된다.
박사는 말하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진전이 없자 절망하게 되지만 빅토르는 처음으로 감정이 실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빅토르는  식탁을 차리기도 하고 일을 돕기도 하고 글자를 익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어 자신이 살았던 야생의 생활은 영원히 설명할 수는 없게 된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이라면 저절로 형성된다고 생각했던 감각이나 감정들도 습득에 의해 터득됨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포기한 빅토르를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준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가 참 사랑을 실천한 교육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소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소년은 바람 속을 낙엽을 뿌리며 달렸던 한 없이 자유로웠던 와일드 보이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올해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을 두 편 만났습니다.
‘지구별에 온 손님’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면 ‘와일드 보이’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과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고 특별하게 독후감을 쓰게 한다던가하는 독후활동을 시키지 않는 데 어쩐 일인지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똑똑 거리고 있어 들여다봤더니 빅토르에게 편지를 쓰고 있더군요.
아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들을 옮겨봅니다.


                                         (와일드 보이)
안녕 빅토르!
나는 정건우야.
네가 살던 시절에는 컴퓨터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어서 참 불편하고 참 안 좋았겠다.
너는 글도 못 읽고 느낌도 감정도 생각도 없었지.
그때 너의 선생님이 되어주셨던 장 마르크 이타르 박사와 구에링 아줌마 이 두 사람 때문에 너는 감정, 느낌, 생각 이것들을 되찾았어.
그리고 너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왜 숲에서 살게 되었니?
그리고 너는 왜 엄마 아빠 없이 살아온 거야?
너는 처음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다가 누군가가 몰래 너를 데려가서  와일드 보이가 된 거니?
아님 부모님이 네가 싫어서 숲에 버려두고 온 거니?
나는 이해가 안돼는 부분이 있는 데  너는 부모님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네가 실험도구가 되었을 때가 가장 슬펐고 화도 났어.
너도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야.
연구한 아저씨들도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면 너에게 그렇게 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달을 보고 있는 모습에 너는 너무 슬퍼 보였어.
나도 네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는 자유롭게 살던 숲이 그리웠던 거지.
너는 지금 편안하게 하늘나라에 살고 있겠지?
네가 하늘나라에서는 진짜 부모님을 만나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행복하면 좋겠다.
안녕 빅토르 행복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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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속에 숨은 과학 봄나무 과학교실 4
정창훈 지음, 이상권 그림 / 봄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머리말 중 [오랫동안 관찰하여 얻은 지식이 바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글을 읽으며 이보다 더 과학을 쉽고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교훈이 담긴 짧은 말>속담에 담긴 과학적 사실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줘 과학을 어렵고 따분한 학문으로만 생각하던 선입견을 좀 덜어버릴 수 있었다.

어려운 학문에서 우리 생활과 밀접한 현상으로 다가오는 과학은 옛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는 총 16가지의 속담이 나온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날씨와 전체, 그리고 우리 몸과 동식물 등에 관련된 속담들이 소개되는 데 아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속담에 풀이와 과학적 해설까지 덧붙여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보너스로 작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 읽어 볼 수 있어 아련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첫 번째로 소개되는 속담은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에서는 ‘윈도(window)'의 어원과 함께 이순신장군의 명랑해전을 예로 들어 유체의 흐름에 대한 ’베르누이의 정리‘를 쉽게 설명해 준다.

<봄볕은 며느리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시집살이라는 옛이야기와 함께 햇빛과 햇볕의 차이와 적외선과 자외선의 차이와 쓰임새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라는 속담은  후각과 미각의 상관관계와 후각세포의 특징까지 알 수 있다.

네 번째 속담인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열의 특징인 전도와 대류와 복사의 예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찾아 분명하게 알려준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낮과 밤의 기온에 따라 어떻게 소리의 전달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설명해준다.

특히 이 책에는 달에 관한 속담이 많은 데  <새벽달 보려고 초저녁부터 기다린다><달 가까이 별 있으면 불나기 쉽다><달무리한지 사흘이면 비가 온다>는 모두 우리 지구별의 단 하나 존재하는 위성인 달을 잘 관찰하고 살핀 결과에서 나온 속담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하고 조심했던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는 다><뇌우 많은 해는 풍년>에서는 전기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고, 벼락과 뇌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사진을 곁들여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원소인 질소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고양이가 발톱을 감춘다>속담에서는 개과 동물과 고양기과 동물의 발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준다.

<꽃이 고와야 나비가 모인다>는 나비가 꽃에 모여 들어 꿀을 딸 때 무엇을 기준으로 꽃에 모여드는 지가 실험과 함께 소개되어 흥미를 배가 시킨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눈이 저지르는 오류중 하나인 착시에 대해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물 위에 뜬 기름>은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속담의 숨은 뜻과 함께 물질의 비중에 설명과 빨래가 되는 과정을 이해 시켜준다.

<콩 밭에 가서 두부 찾는 다>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두부가 만들어 지는 과정과 함께 콩에 많이 들어있는 글리신과 간수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두부에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 것의 우수함을 설명해줘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린 시절 누구든지 한번쯤은 엄마에게 배를 맡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가 아프다는 많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는 얼른 배를 살살 만져 주셨는데 그 속에도 과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 손은 약속>은 우리 몸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속담 대부분은 지금은 일상의 대화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들은 수수께끼만큼 좋아하는 말들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속담들을 떠올려보면 날씨에 관한 속담을 참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이른 아침 집 주위 풀밭에 거미줄이 많으면 날씨가 좋을 거라고 하셨고,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고도 하셨다.

그때는 그냥 넘겼던 말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적 근거를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말하는 쪽도 듣는 쪽도 과학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 수년간의 관찰과 통계로 이루어낸 속담이냐 말로 가장 과학적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속담과 어려운 과학이 함께 공존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이해하기가 쉽다.

특히 속담을 확대해석해서 과학에 억지로 짜 맞추지 않아 더 더욱 좋다.

책을 덮으며 어느 순간 우리 가까이로 과학이 다가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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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늪 작은도서관 17
김하늬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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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악어가 우글거리고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유쾌하지 않은 장소다’라는 것이다.

그런 이미지의 늪이 한 소녀의 인생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며 언제인가 그 아름다운 늪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의 의식불명으로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 샘이네는 아빠는  병원에 누워계시고 엄마는 아빠 간호 때문에 병원에서 지내게 된다.

오빠와 샘이는 고모 집과 할머니 댁으로 각자 거처를 옮겨 살게 된다.

할머니 댁은 아빠의 고향이자 샘이에게도 고향 같은 우포늪이 있는 소목 마을이다.

슬픔 속에 갇혀 지낼 만도 한데 샘이는 착하고 씩씩하다.


꿈은 저기서 자꾸 말을 걸어오는데, 내가 기다리는 용용이는 안개 너머 깊은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아빠는 딱딱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둘 다 아기처럼 잠만 잤다. 용용이와 아빠 모두. 나를 이렇게 안개 깊은 늪가에 세워 놓고 꿀꿀 잠만 잤다. 현실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난생 처음 그들이 미웠다. 미워서 마구 눈물이 났다.[본문 중에서]


똑똑하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샘이가 1억 4천만 년 전 공룡의 놀이터였다는 우포늪에 공룡 알 용용이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이유가 용용이가 깨어나면 아빠도 거짓말처럼 뚝뚝 떨고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왔다.

어쩜 누구보다 샘이가 우포늪엔 용용이 같은 건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화순 운주사의 있는 와불이 벌떡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고 천년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옛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었던 것처럼 샘이도 용용이를 통해 아빠의 완쾌를 바랬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우포늪의 아름다운 사계와 함께 점점 자라는 샘이를 보며 누군가가 누군가의 길라잡이가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집안의 가난함과 식구들의 폭력 앞에서도 꿋꿋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친구 <뽀루뚜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시절을 살았던  우리도 별 심각한 문제없이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우리들이 가야할 길을 밝혀준 길라잡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집안에는 든든한 아버지가 계셨고, 항상 가난한 살림에 힘들어하셨지만 다정한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다.

학교에 가도 엄하지만 사랑을 베풀 줄 아셨던 선생님이 계셨고 동네 어른들도 관심을 가져주셨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른 길로 안내하는 길라잡이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아들의 사고로 정신을 놓을 만도 한데 ‘에미야, 밥해 묵고 기운 차리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와 때로는 오빠 같았던 친구 순홍이, 또 늪지기 아저씨가 샘이에 길잡이가 돼주셨기에 샘이가 아빠와 마음에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교통사고로 눈 먼 소녀와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던 아저씨를 살리고 떠난 아빠와 우포늪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언제까지나 샘이에 가장 밝은 길라잡이 별로 남을 것이다.

동화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나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주는 길라잡이 노릇을 과연 잘하고 있는 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깝게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느 길로 안내하고 있나 라는 생각과 정말 바른 길을 비추고 있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냥  길을 비춰주는 걸로 만족하고 선택은 아이가 하게 해야 하는 데 혹시 내가 가고 싶었던 길로 아이를 끌고 있지나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답다”라는 말이 내가 어른이 되면서 그 말에 책임감과 함께 무서움이 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모든 것이 우리 집, 우리 것만을 생각하는 우리가 너무 쉽게 죽였던 우리 것이 아닌 황소개구리에 대해 아이에게 물었다.

늪지기 공정후 아저씨를 통해 들었던 황소개구리를 잡는 게 옳은 가 그른가를.

목숨이 있는 것은 언제나 소중하다고 배우고 자란 아이는 일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TV에서 붉은귀거북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거북이를 잡는 어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는 처음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어른들은 탓했다.

우리 것에 너무 익숙한 우리는 이미 어느 순간 우리 것이 돼버린 황소개구리에게 너무 잔인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늪지기 아저씨가 나직하게 했던 이야기가 긴 여운이 되어 가슴에 콕 박히는 듯 하다.


“애들아,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자. 자연의 일은 자연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사람이 인위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자연은 스스로를 지키고 정화시키는 힘이 있으니까. 물 흐르는 대로, 순리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자. 단,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만 말고.

모든 생명은 축복 속에서 태어났고 축복 속에서 살아가다 축복 받으며 돌아갈 권리가 있어. 본래 왔던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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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어린이 갯살림 6
도토리 지음, 이영숙 그림 / 보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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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에서 어린이 갯살림 6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갯벌에서 사는 생물이야기, 염전이야기, 바다나물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어시장이야기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부산 자갈치 시장이 배경이다.

새색시 때부터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남이 할머니의 새벽시간을 쫒아가며 시장의 여기저기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내 기억의 어시장은 오일장의 한쪽에 서던 물기 질척이던 그 시장이 떠오른다.

겨울이면 곱은 손 호호 불어가며 맛 조개를 까던 할머니와 남도에 잔치 상에 빠지지 않는 커다란 홍어하며 짚불에 구워 먹으면 밥 한 공기를 금방 뚝딱 먹을 수 있었던 굵은 소금 뿌려진 갈치가 생각난다.

지금은 시장보다는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식품 코너로 장을 보러 다니다보니 어시장 특유의 그 비릿하고 짭짤한 소금 내와 함께 묻어나는 바다냄새를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어시장의 아침 시간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온통 신기한 것들 천지다.

이른 새벽 시장에 나온 남이 할머니는 바지도 두벌 세벌 껴입고 양말도 세 켤레나 덧신고 장갑에 고무장화까지 중무장을 한다.

새벽 5시 “땡땡 땡땡” 경매장 종이 울리면 할머니는 “달달달 덜덜덜” 손수레를 밀고 경매장으로 간다.

밤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경매를 기다리는 데 깊은 바다 속에서 산다는 달고기, 입이 큰 아귀, 만새기, 물메기, 갯장어등 이름도 생김도 생소한 물고기 천지다.

경매가 시작되고 할머니는 하루 동안 장사할 싱싱한 고등어랑 명태, 갈치를 산다.

이 정도도 충분할 것 같은 데 할머니는 항구로 향한다,

오징어 배 들어오는 항구에는 갈매기가 날아들고 사람들도 오징어를 사기 위해 모여든다.

할머니도 물 좋은 오징어 한 상자 수레에 실고 바삐 걸음을 옮긴다.

점점 날이 밝아 오는 시장의 건어물 가게를 지나고 고둥 가게를 지난 할머니는 경매장에서 사지 못한 병어도 한 상자 더 사  수레에 가득 실고 바람 한점 막을 곳 없는 노점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다.

처음엔 책을 읽는 다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생소하기만 한 어시장 구경에 아이들은 넋을 놓기 시작했다.

사실 할머니를 따라 가보는 시장 구경은 앞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할머니 가게를 비롯해 경매장, 국밥집 등 시장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동판화로 찍어서 다시 색칠했다는 그림은 거칠지만 사람 사는 냄새나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살아 있고 책 속에서 짭짤한 바다 내가 날 것 같기도 하다.

활기 찬 어시장의 아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내가 손님이 되어 자갈치 아지매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 장에는 어시장이야기와 제주도 앞바다에서 잡은 갈치가 어떻게 밥상에 왔는지가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다.

그리고 뒷면지에는 자갈치 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다녔다는 작가의 시장 구경도 따라가 볼 수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푯말이 붙은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면 낮에도 해가 따가워서 겨울에도 밀짚모자를 쓰는 아줌마도 만날 수 있고, 쟁반을 손에 안 대고 잘 걷는 밥집 아줌마도 만날 수 있다.

할머니가 아침에 지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수많은 가게들 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다.

거기에 작가가 본 것을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 정말 자갈치 시장에 함께 다녀온 느낌이다.

아주머니 마음대로 적게도 푸고 많이도 퍼준다는 호박죽가게에도 가보고 싶고 건어물 가게에서 좋아하는 오징어도 사고 싶어진다.

남이 할머니는 실제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박남엽 할머니가 모델이라고 한다.

난로도 없어서 엄청 추운데도 “내는 안춥다” 라고 말씀하시며 넉넉한 웃음을 날리시는 할머니는 키는 작지만 걸음도 빠르고 목소리도 큰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라 더 정이 간다.

우리 아이들은 한번도 어시장을 구경 간적이 없어서인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기만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도통 들여다보지 않던 도감을 가져와 생선 이름을 찾느라 한참동안 소란하다.

만새기, 눈볼대, 물메기등 찾을 수 없었던 물고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부산 사투리인 모양이다.

덕분에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시장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고 꼭 부산 자갈치 시장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어시장에 가보고 싶다.

“자! 골라요. 골라. 물 좋은 오징어 꽁치가 있어요.”

“구워 먹어도 맛있고, 졸여 먹어도 갈치가 있어요.”

목이 쉬어라 손님을 부르는 장사꾼이 있고 값싸고 좋은 물건 사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손님이 있는 그곳에 꼭 가 보고 싶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사는 냄새나는 그곳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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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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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학년인 아이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하지만 그 일기가 온전히 혼자만 쓰고 반성하는 일기가 아닌 검사 받기 위해 숙제로 쓰는 일기다.

집에서는 엄마가 틀린 글씨 교정을 위해 확인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일기를 쓸 때마다 진실이 아닌 적당한 기준을 정해 놓고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아무리 동생하고 심하게 싸워도 절대로 그 일은 쓰지 않고 엄마한테 혼날 날도 그 이야기는 빠져 있다.

일기는 하루를 정리하고, 자기가 한일을 반성하고, 내일 계획을 세우기 위해 쓴다는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해줘도 아이는 선생님께 보여도 될 만큼의 적당한 이야기만 쓴다.

하기야 초등학교 때 나도 지금의 아이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교환일기는 어떨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서로 교환해 가며 쓰는 일기.

일기를 보는 주체가 엄마와 선생님에서 친구로 바뀐 것 뿐 누군가는 일기를 보게 되는 상황에서 정말하고 싶은 말, 진실만을 쓸 수 있을 까?

2학년 아이처럼 적당하게 신나고, 항상 행복한 이야기만을 쓰고 싶을 것이다.

세 소녀의 교환일기를 읽으며 다른 사람의 비밀일기를 몰래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이기 위한 일기 속에 숨은 아이들의 비밀일기는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지각을 해서 벌로 청소당번이 된 민주, 유나, 강희는 유나의 제안으로 교환일기를 쓰게 된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던 부잣집 딸에서 아빠의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와 헤어지게 되는 강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과 어렵게 살고 있는 소녀 가장 민주.

부잣집 딸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공주처럼 지내는 유나.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속이며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써가기 시작한다.

아빠 부도와 함께 거추장스러운 짐짝처럼 부모에게 버려져 작은 아빠 집에서 살고 있는 강희는 여전히 부잣집 딸의 행복한 모습만을 일기에 적는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다 어느 날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강희는 부모에게 반항하듯 시험을 엉망으로 보고, 전자 사전을 사기 위해 사촌동생의 돈을 훔치기도 한다.

자신의 모든 잘못을 부모에게 돌리며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을 한마디 설명도 없이 작은 집에 팽개치고 떠나버린 부모 때문에 절망했을 강희가 저지른 잘못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바다 건너 온 태풍이 나무들을 쓰러뜨릴 때 착한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는 생각하지 않잖아. 우리에게 나쁜 일이 닥친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라는 민주의 말처럼 태풍에 쓰러지는 나무가 나쁜 나무가 아닌 것처럼 아이들의 행복이 스스로가 아닌 부모에 손에 따라 좌우 되는 데 너무 무책임한 민주의 부모에게 화가 났다.

사촌동생의 돼지 저금통을 훔치고, 그 것도 도둑이 든 것처럼 꾸민 것이라든가 친구가 흘린 돈을 줍고도 돌려주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강희의 입장되어 본다면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단단한 고치에 갇혀 있던 강희가 누에를 키우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 거짓으로 가득했던 허물을 벗고 나방이 된 듯해 마음이 놓였다.

아빠와 엄마를 차례로 잃고 고모 집에서 살다가 고모 네의 이민으로 동생과 단둘이 살게 된 민주는 나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러워  더 마음이 짠했다.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는 건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은 나도 아들이 친구를 데려오면 부모가 뭐하는 지 궁금하다.

부모가 있고 없음이 아이들의 선택이 아닌데도 어른들의 마음에 자는 이리저리 바삐 아이들을 재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라면 대부분 저질렀을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는 민철이 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 어른의 모습일 것이다.

“엄마, 아빠 발 씻겨드리고 느낌 적어오기. 안마해주기. 가족사진 가져오기 등등” 아이의 숙제 중에 부모가 함께 해야만 가능한 숙제가 있다.

또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열심히 학교를 들락거리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했던 내 행동들이 어쩜 민주같은 아픔 있는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만 생각했던 나에게도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아쉬울 것도 부러울 것도 없는 공주님 유나는 어린애 같고 투정이 심하지만 어느새 사춘기로 접어들어 좋아하는 남자 친구도 생기게 되고, 교환일기를 써가면서 다른 친구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현실의 아이들은 대부분 유나의 모습일 것이다.

부모가 부자든 아니든 부모에게는 자식이 공주고 왕자일 테니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까지나 공주로 남을 수는 없는 데도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엄마들이 영원한 공주, 왕자로 키우고 있는 현실에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유나야 말로 멋지게 고치를 뚫고 나올 것 같다.

이 책은 장마가 한창이던 토요일 오후에 읽었다.

아이들은 친구 집에 놀러가고, 남편은 회사에 나간 사이에 교환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숨길 것도 없고 행복한 아이들을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민주나 강희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와 몇 번을 울었다.

동생을 위해 간식을 먹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민주와 그 간식을 맛있게 먹는 민철이를 보며 울었고, 가족 신문을 만드는 남매를 보면서 많이도 울었다.

점점 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강희를 보면서도 혼자서 첫 생리를 처리하는 강희를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방이 되었듯이 부자로 살수는 없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아는 강희와 복지관 선생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민주와 다른 사람을 살필 줄 아는 예쁜 숙녀로 자랄 유나의 미래가 보이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리 긴 장마라도 그 끝은 반듯이  있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미래는 표지의 하늘처럼 푸르고 눈부실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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