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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ㅣ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서른이 넘은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들을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내가 서른을 먹고 낼모레 마흔이 되고 보니 나이 먹는 것도 그리 서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언제나 나만 바라보는 아이들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남편과 흔들리며 괴로워하던 감정의 낭비가 없어 무엇보다 좋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이가 많이 든다면........
아이들은 다 제 일과 짝을 찾아 떠나고, 몸은 날로 쇠약해 가고, 가진 것도 없는 노인이 된다면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빠지고 슬프다.
누구나 풍족하고 평안한 노후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 부모님만 보더라도 이젠 안 아픈 날보단 아픈 날이 많고, 자식들 다 장성하여 제 살길 찾아나가고 두 분이서 적적하게 보내고 계신다.
흰머리는 늘어가고, 당당하던 모습은 점점 구부정하게 변하시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으시는 모습에 괜히 속이 상해 맘과 다르게 모진 말을 하곤 한다.
그림책 한권을 읽으며 내 노후만을 걱정했지 나이 드신 부모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한 못된 딸을 발견한다.
세상 누구나 처음엔 작은 아가였고, 어린이가 되고, 청년이 되고, 그 찬란한 시절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노인의 청춘의 기대어 지금의 우리가 되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노인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분들이 가슴 속 깊숙하게 담아 두었던 진짜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간결한 문장 사이사이에는 청춘을 그리워하고, 나이듬을 쓸쓸해하는 모습이 배어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의 모습은 어쩜 머지않은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없다.
때로는 사랑에 빠지는 노인, 자기 근심거리를 다른 사람이 아는 걸 견디지 못하는 노인, 용감하게 늙음에 맞서며 사는 노인 등 그 수만큼 다양한 삶은 살고 있지만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노인들이기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들을 품에 앉고 찬찬히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미동도 없이 끝까지 듣던 녀석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엄마도 나중에 할머니가 되고 죽어요?”그런다.
나도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쩌나하고 밤잠을 설친 적이 있는데 요 쪼끄만 녀석도 내가 느꼈을 슬픔을 느끼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콧날이 시큰해졌다.
아이를 꼭 안으며 “그래, 엄마도 언젠가 할머니가 되고 죽을 거야. 근데 우리 아들이랑 오래오래 살다가 네가 아빠보다 더 많이 어른이 될 때 그때.”
1학년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존재를 주름 쭈글쭈글하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 항상 저를 제일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쯤으로 알고 있었다.
책을 덮으며 어렴풋하게나마 할머니 할아버지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듯해 아이의 촉촉한 눈망울마저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