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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쓰고 춤춰요 ㅣ 세계는 내 친구 2
김삼현 그림, 국립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기획 / 보림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꽤 큰 지구본을 개구쟁이 아들 녀석들이 떨어뜨려 깨뜨린 뒤 사야지 사야지하며 몇 달을 보냈다.
이 지구본이라는 게 평소에는 별 쓸모없이 자리나 차지하고 있었는데 없으니 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대충 세계 전도 들여다보며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평면의 지도로는 뭔가 1%부족해 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러다 세계는 내 친구 두 번째 이야기인 ‘가면 쓰고 춤춰요’를 읽으면서는 미루고 미루던 지구본을 구입했다.
펼쳤을 때 반원이 되는 책은 아이들 얼굴 크기에 딱 맞아 책보다는 장난감의 느낌이다.
모두 아홉 개 나라의 각기 다른 느낌의 가면은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처음에는 그저 얼굴에 대보며 인사말을 하는 게 끝이었다.
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웠으면 하는 욕심에 지구본을 가져다 각기 가면에 해당하는 나라 찾아보기를 했다.
표지에 나온 콩고는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으며 수도가 브라자빌임을 알려 줬더니 앞 다퉈 다른 나라도 찾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턴 장난감이 아닌 책이 되어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처음엔 지구본에서 나라 찾기를 시작으로 가면에 대한 작은 설명글을 읽기 시작했고 다음으로는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시오?”라고 인사하는 말뚝이탈 뒤로 우리나라 농촌 풍경과 동글동글한 초가지붕을 보기 시작했고, 이탈리아의 익살꾼 광대 가면에서는 베네치아 대운하의 가장 오래된 리알토 다리와 곤돌라를 타는 사람들을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뉴질랜드의 가면에서는 마오리 족은 텔레비전에서 몇 번 보아온지라 눈을 크게 하고 혀를 내밀며 연방 “키 요라.”를 외치기도 한다.
콩고, 우리나라, 일본, 이탈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앙골라, 과테말라, 인도네시아의 대표 가면을 보며 이 지구 위의 수많은 나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각 대륙 별로 구분지어 보기도 하고, 비슷한 느낌의 탈들을 모아 보기도 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보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더 많은 가면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그 곳의 사는 사람들의 생김새만큼 고유에 문화와 생활방식이 있다.
하지만 그걸 아이에게 알려주기는 쉽지 않다.
큰 맘 먹고 세상의 많고 많은 나라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공부한다는 느낌에 지레 겁을 먹으니 제대로 시도도 못해보고 좌절하곤 했는데 가면을 통한 세상 읽기는 어렵지 않게 세계의 풍물을 전해줄 기회가 된다.
각각의 인사말은 달라도 가면을 쓰고 흥겨운 춤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보며 지구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아 더더욱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