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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닮은 그릇, 도자기 ㅣ 보림한국미술관 13
방병선 지음 / 보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무심코 사용하는 그릇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다면 우리의 생활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대책이 나오겠지만 씻고, 먹고, 입는 것 모두가 불편해 하루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그릇은 신석기 시대의 누군가가 흙과 불로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인 토기에서 시작되었고 우리 생활의 변화와 함께 발전과 쇠락을 거듭했지만 한 번도 우리에게서 멀어지지는 않았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깨지지 않고 가격이 싼 플라스틱 제품이 넘쳐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방에는 흙으로 만든 그릇이 자리 잡고 있다.
도자기라는 게 흙으로 빚어 불로 구워낸 그릇이니 지금 우리가 반찬을 담고 밥을 담고 국을 담는 그릇 모두가 도자기인데 어쩐지 도자기라는 단어에는 세월이 내려앉고 어려운 고미술품이 되어버린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생활도자기처럼 고려 시대에 유행했던 도자기가 청자였고 조선 시대에 유행한 것이 백자일터인데 ‘도자기’라고 부르는 순간 실생활과는 저만큼 멀어지고 어려워진다.
보림 한국 미술관 시리즈의 ‘사람을 닮은 그릇, 도자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도자기를 통해 옛사람들의 생각과 소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시대별로 40종이 넘는 도자기 작품들을 읽기 쉬운 입말을 사용해 설명하고 있어 자주 접하지 못했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형태만 보고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도자기의 무늬와 그림을 쉽고 세세히 설명하고 있어 실제 도자기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또 취토, 수비, 성형, 초벌구이, 시유, 본구이를 거치며 탄생되는 도자기의 제작과정과 저장, 의례용, 건축 재료, 문방구 등의 그릇의 용도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토기 시대를 거쳐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고려의 청자를 시작으로 분청사기와 조선의 백자 등 여러 작품들이 차례로 소개되어 있어 읽다보면 그 시대의 생활 모습까지 알게 된다.
특히 조선의 분청사기는 간결하고 신속하게 그린 문양과 어설퍼 보이는 형태라 시간에 쫓긴 듯도 하지만 해학과 설렘, 넉넉함이 들어 있어 청자나 백자와는 다른 수수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청자 주전자 편에서 중국의 청자와 비교되는 고려청자만의 자랑거리인 비색, 상감청자, 동화 청자를 알기 쉽게 설명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조선 말기 고종 임금이 이토 히로부미가 선물한 청자를 보고 처음 보는 그릇이라 대답했다는 일화를 곰곰이 곱씹어 보게 된다.
자주 접할 수 없어서,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의 그릇 도자기가 더 이상 옛 유물이 아닌 우리 생활 속 그릇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떤 것이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릇, 도자기가 우리 옛 조상들의 생활과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도자기는 더 이상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고미술이 아니다.
장인의 열정과 혼이 녹아있고 사용했던 사람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자기가 사람을 닮은 그릇으로 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