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아 불아 - 왕족들의 아기 교육법 단동십훈
이상교 지음, 최숙희 그림 / 사파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슬기로운 생활’ 수업 시간에 필요하다고 2학년 아이가 준비물로 아기적의 사진을 챙긴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의 사진에 절로 미소 짓자  자꾸만 제가 언제가 제일 귀여웠냐고 묻는다.

말은 언제나 귀엽고 예쁘다고 했지만 사실은 가끔씩 말도 안 듣고 말썽 부리는 지금보다는 이 서너 개 나고, 걸음마를 막 시작하던 시기가 키우기도 가장 편하고 귀여웠던 것 같다.


표지에 노란 나비를 쫒아가는 아가는 아이도 엄마에게서 조금도 떨어지려하지 않아 힘들기도 하지만 떼 부릴 줄도 모르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가장 귀여운 때의 모습이다.

커다란 곰이 아이를 안고 ‘불아불아’ 하며 달래고 어른다.

그 다음으론 캥거루가 등장해 역시 ‘시상시상’ 하며 아이를 무릎에 앉혀두고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어 준다.


왕족들의 아기 교육법인 ‘단동십훈’을 다룬 책이라는데 생뚱맞은 동물들의 등장에 적잖게 놀라며 다시 책의 앞으로 돌아가 본다.

앞 면지 가득 아이가 잠들어 있는 방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엄마는 급한 일이라도 생겼는지 방문을 나서고 나비가 그려진 이불을 덮고 아이는 잠들어 있다.

금방까지 엄마가 앉아있던 앉은뱅이책상위의 차에선 향긋한 향기가 올라오고 있고 방의 띠 벽지엔 동물들이 차례로 그려져 있다.


낮잠 자던 아이는 엄마가 없는 걸 알기라도 했는지 일어나 울기 시작하고 벽지 속 동물들은 서둘러 아이에게로 다가선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하나둘 나와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 짝짜궁 짝짜꿍 신나게 놀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체 다시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특별히 누구에게 배우지  않았으면서도 늘 해 주었던 놀이들이 모두 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기 교육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목을 가누고 힘이 생기면서 수없이 했던 도리도리(道理道理)는 천지 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듯이, 아기도 이러한 자연의 섭리로 태어났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고, 걸음마를 시작하며 했던 섬마섬마(西摩西摩)는 홀로서기, 자주 독립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심코 했던 유아놀이 속에 건강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이지적이면서 진보적이고, 활동적이면서 낙천적인 요소까지 들어 있다니 조상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책을 보는 독자가 아주 어린 유아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답동십훈을 차례차례 따라하며 노래 부르듯 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조금 더 자란 뒤에는 앞뒤 면지의 달라진 그림들을 찾아보고 신체의 한 부분만으로 다음 페이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누구 그림자일까?>의 최숙희님  그림이라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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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동십훈이라~ 아주 낯선 소재를 친숙하게 꾸며놓았나봐요

홍수맘 2007-03-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님 덕에 또 새로운 걸 알고 갑니다.

초록콩 2007-03-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맘님^^단동십훈이 다른 게 아니고 우리가 애기들한테 해 주던 짝짜꿍,잼잼, 도리도리 같은 신체 놀이랍니다.
홍수맘님 저도 새로 알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