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배우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소개된 바 있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에세이 <신문기자>. 이 책에는 그가 약 17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2017년 여름, 내각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홀로 23개의 질문을 던진 모치즈키 기자의 행동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의 용감한 행동은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가 될 정도였다.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고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그의 행동은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기자의 일이란 ‘권력자가 숨기는 것을 끝까지 알아내는 것, 그리하여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억압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문장은 누구나 분명히 새겨볼만하다. ‘지금 당장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말이다.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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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지음 / 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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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미쳤어 이건 미친 사랑이야!˝

며칠전 당일배송으로 밤늦게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을 받아본 나는 조금만 읽다 자야지 하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때마침 연락 온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친구가 보내온 것은 ‘그 길 맞아. 니 저승길‘ 이모티콘이었다. (역시 든든해.) 나는 내가 아무리 사랑에 미쳐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줄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 책은 얼마전 출간된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과 나란히 쓰인 산문집이다. 단 한 사람 때문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시인. 그를 향한 사랑이 바로 이 산문집에 담겨있다. 시집을 읽으면서도 ‘세상에! 너무 좋다!‘를 연발했었는데 산문집을 마주하고는 밤늦게 혼자 ‘어머! 미쳤어 미쳤어!‘라고 쫑알거리며 읽었다.

귀엽고, 당돌하고,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시인의 사랑. 일단 책을 펼치고 나면 이 사랑의 언어에 빠져들수밖에.

며칠째 이 책을 들춰보며 하는 생각인데, 역시 미쳐야 사랑이지! 그래야 후회가 없잖아. (친구의 따가운 눈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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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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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흐름 시리즈 첫 번째 책, <커피와 담배>. 아니, 커피와 담배라면 누구나 말 몇 마디 쯤은 얹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에 대해 쓰기란 어려운 일. 저자 또한 서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 말이 무색하게 본문이 시작되자마자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아는 가장 값어치있는 5000원은 커피 값‘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렇군!)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는 부분이다.



어렸을 때는 커피와 담배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이야말로 커피와 담배 애호가였으면서.) 그러나 이제 나는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담배는 피우지 못하지만 라이터 굿즈는 모은다. 또, 비흡연자로서는 웃기지만 좋아하는 담배가 따로 있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는 사람에게 종종 반한다.



각자의 커피, 각자의 담배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어떤 날. 커피 앤 시가렛에서 씀. (tmi: 어제 이 곳에서 <커피와 담배>를 읽으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갈증을 참지 못하고 다른 카페에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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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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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는!



<화이트 호스>는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음복‘을 비롯한 일곱 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이다. 저자의 작품은 줄곧 챙겨읽고 있는데, 최근 ‘음복‘에 이르러 일상 속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젠더 문제를 짚어내는 또렷하고 분명한 문장에 진심으로 감탄했었다. 시기적절하게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던 이번 소설집!



일곱 편의 소설들에는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전부 어딘가 모르게 날 서 있는 듯하다. 현실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일까. 긴장을 손에서 놓는 순간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까. ‘손‘에서 ‘서우‘로 향하면서는 서늘함의 정점을, ‘오물자의 출현‘에서는 거듭 오해되는 여성 셀러브리티를, ‘화이트 호스‘와 ‘카밀라‘에 이르러서는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여성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소설집을 덮고 나니 날카롭게 벼려놓은 칼 한 자루를 보고 있었던가 싶다. 스산하고 서늘하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음복‘과 ‘가원‘에서는 뭉툭한 언어로는 다 표현할 길 없는 아주 미묘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어 크게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부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해서˝(‘가원‘,63p) 나를 매섭게 다그쳤던 할머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라든지. 나 또한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모순된 마음을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어 뜨끔했다.



결국, ˝세상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려는˝ 강화길 소설 속 여성들은 현실 속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적어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겠다. 무엇이든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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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6-1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첫단편 읽었는데 좋네요
 
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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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몰랐겠지만 내가 걔한테 반했던 결정적인 순간은 걔가 나를 두고 ‘쓰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였다. (내가 무슨 글을 쓰는 줄 알고!)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쓰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던 그 때 그 순간 만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라이팅 클럽>을 읽으면서 그 때의 기억과 더불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주인공 영인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어머니 김 작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소설의 처음부터 시니컬함의 끝을 달리는 영인은 읽는 존재이며 곧이어 쓰는 존재가 된다. 일기에서 편지, 소설까지 그녀의 글쓰기는 목적없이 질주하는 무언가처럼 끊임없이 계속된다. 끝나지 않기로는 현실도 만만치않아서 쓰는 와중에도 영인은 가난과 외로움을 안고 혹독한 삶을 이어나간다. 아니, 그녀는 살아가는 와중에도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서 그녀는 먼 타국에서 글쓰기 모임을 여는 사람이 된다. 학창시절 어머니 김 작가의 글쓰기 모임을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그녀였는데!



소설 속 영인의 글쓰기는 그녀의 삶과 동의어 같다. 뚜렷한 목표 없이도 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다하는 글쓰기.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런 주인공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겠는데‘ 싶다가도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영인이 줄기차게 읽는 책들(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 이사벨 아옌데의 <파울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등)이 반가워서 그녀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영인의 이 말에 넘어가버렸는지도. : ˝한 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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