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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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는!



<화이트 호스>는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음복‘을 비롯한 일곱 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이다. 저자의 작품은 줄곧 챙겨읽고 있는데, 최근 ‘음복‘에 이르러 일상 속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젠더 문제를 짚어내는 또렷하고 분명한 문장에 진심으로 감탄했었다. 시기적절하게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던 이번 소설집!



일곱 편의 소설들에는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전부 어딘가 모르게 날 서 있는 듯하다. 현실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일까. 긴장을 손에서 놓는 순간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까. ‘손‘에서 ‘서우‘로 향하면서는 서늘함의 정점을, ‘오물자의 출현‘에서는 거듭 오해되는 여성 셀러브리티를, ‘화이트 호스‘와 ‘카밀라‘에 이르러서는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여성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소설집을 덮고 나니 날카롭게 벼려놓은 칼 한 자루를 보고 있었던가 싶다. 스산하고 서늘하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음복‘과 ‘가원‘에서는 뭉툭한 언어로는 다 표현할 길 없는 아주 미묘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어 크게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부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해서˝(‘가원‘,63p) 나를 매섭게 다그쳤던 할머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라든지. 나 또한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모순된 마음을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어 뜨끔했다.



결국, ˝세상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려는˝ 강화길 소설 속 여성들은 현실 속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적어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겠다. 무엇이든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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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라 2020-06-1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첫단편 읽었는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