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몰랐겠지만 내가 걔한테 반했던 결정적인 순간은 걔가 나를 두고 ‘쓰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였다. (내가 무슨 글을 쓰는 줄 알고!)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쓰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던 그 때 그 순간 만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라이팅 클럽>을 읽으면서 그 때의 기억과 더불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주인공 영인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어머니 김 작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소설의 처음부터 시니컬함의 끝을 달리는 영인은 읽는 존재이며 곧이어 쓰는 존재가 된다. 일기에서 편지, 소설까지 그녀의 글쓰기는 목적없이 질주하는 무언가처럼 끊임없이 계속된다. 끝나지 않기로는 현실도 만만치않아서 쓰는 와중에도 영인은 가난과 외로움을 안고 혹독한 삶을 이어나간다. 아니, 그녀는 살아가는 와중에도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서 그녀는 먼 타국에서 글쓰기 모임을 여는 사람이 된다. 학창시절 어머니 김 작가의 글쓰기 모임을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그녀였는데!소설 속 영인의 글쓰기는 그녀의 삶과 동의어 같다. 뚜렷한 목표 없이도 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다하는 글쓰기.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런 주인공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겠는데‘ 싶다가도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영인이 줄기차게 읽는 책들(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 이사벨 아옌데의 <파울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등)이 반가워서 그녀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영인의 이 말에 넘어가버렸는지도. : ˝한 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