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 오늘의 젊은 작가 25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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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사별한 스물 아홉의 정아는 아직 그의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러던 와중 언니로부터 엄마의 폐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후 정아는 언니와 함께 간병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오늘의 엄마>는 딸과 엄마의 이별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예견된 그 순간을 두고 정아가 엄마와 언니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담담한 문장과 툭 던지듯 이어지는 대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화려한 문장이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담담한 문장이라고 해서 담담하게 쓰여졌다거나 담담하게 읽힌다는 뜻은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꼭꼭 눌려있는 마음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정아가 힘든 순간들을 잘 견뎌냈겠구나 싶어 안도감이 스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부모와의 이별.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순간에 다다라서도 자식으로서는 부모의 존재를 전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관계의 형태는 제각각 다를테니 감히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아의 이야기가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내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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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배우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소개된 바 있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에세이 <신문기자>. 이 책에는 그가 약 17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2017년 여름, 내각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홀로 23개의 질문을 던진 모치즈키 기자의 행동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의 용감한 행동은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가 될 정도였다.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고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그의 행동은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기자의 일이란 ‘권력자가 숨기는 것을 끝까지 알아내는 것, 그리하여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억압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문장은 누구나 분명히 새겨볼만하다. ‘지금 당장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말이다.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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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지음 / 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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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미쳤어 이건 미친 사랑이야!˝

며칠전 당일배송으로 밤늦게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을 받아본 나는 조금만 읽다 자야지 하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때마침 연락 온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친구가 보내온 것은 ‘그 길 맞아. 니 저승길‘ 이모티콘이었다. (역시 든든해.) 나는 내가 아무리 사랑에 미쳐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줄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 책은 얼마전 출간된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과 나란히 쓰인 산문집이다. 단 한 사람 때문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시인. 그를 향한 사랑이 바로 이 산문집에 담겨있다. 시집을 읽으면서도 ‘세상에! 너무 좋다!‘를 연발했었는데 산문집을 마주하고는 밤늦게 혼자 ‘어머! 미쳤어 미쳤어!‘라고 쫑알거리며 읽었다.

귀엽고, 당돌하고,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시인의 사랑. 일단 책을 펼치고 나면 이 사랑의 언어에 빠져들수밖에.

며칠째 이 책을 들춰보며 하는 생각인데, 역시 미쳐야 사랑이지! 그래야 후회가 없잖아. (친구의 따가운 눈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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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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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흐름 시리즈 첫 번째 책, <커피와 담배>. 아니, 커피와 담배라면 누구나 말 몇 마디 쯤은 얹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에 대해 쓰기란 어려운 일. 저자 또한 서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 말이 무색하게 본문이 시작되자마자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아는 가장 값어치있는 5000원은 커피 값‘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또,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렇군!)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는 부분이다.



어렸을 때는 커피와 담배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이야말로 커피와 담배 애호가였으면서.) 그러나 이제 나는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담배는 피우지 못하지만 라이터 굿즈는 모은다. 또, 비흡연자로서는 웃기지만 좋아하는 담배가 따로 있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는 사람에게 종종 반한다.



각자의 커피, 각자의 담배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어떤 날. 커피 앤 시가렛에서 씀. (tmi: 어제 이 곳에서 <커피와 담배>를 읽으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갈증을 참지 못하고 다른 카페에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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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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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는!



<화이트 호스>는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음복‘을 비롯한 일곱 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이다. 저자의 작품은 줄곧 챙겨읽고 있는데, 최근 ‘음복‘에 이르러 일상 속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젠더 문제를 짚어내는 또렷하고 분명한 문장에 진심으로 감탄했었다. 시기적절하게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던 이번 소설집!



일곱 편의 소설들에는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전부 어딘가 모르게 날 서 있는 듯하다. 현실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일까. 긴장을 손에서 놓는 순간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까. ‘손‘에서 ‘서우‘로 향하면서는 서늘함의 정점을, ‘오물자의 출현‘에서는 거듭 오해되는 여성 셀러브리티를, ‘화이트 호스‘와 ‘카밀라‘에 이르러서는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여성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소설집을 덮고 나니 날카롭게 벼려놓은 칼 한 자루를 보고 있었던가 싶다. 스산하고 서늘하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음복‘과 ‘가원‘에서는 뭉툭한 언어로는 다 표현할 길 없는 아주 미묘한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어 크게 공감하고 또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부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해서˝(‘가원‘,63p) 나를 매섭게 다그쳤던 할머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라든지. 나 또한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모순된 마음을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어 뜨끔했다.



결국, ˝세상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려는˝ 강화길 소설 속 여성들은 현실 속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적어도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겠다. 무엇이든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들고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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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6-1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첫단편 읽었는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