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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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신작인데, 표지나 카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순문학스러워서 의아했다. 실제로 읽어보니 예술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통상적인 스릴러라기엔 상당히 서정적이었다.

사망한 예술가 바네사의 작품에서 인간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생전 바네사가 살았던 섬을 지키는 친구이자 유언집행인 그레이스, 바네사 작품들의 소유권을 가진 갤러리에서 일하는 바네사 전문가 베커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베커는 그레이스에게 유골 사건을 알리고, 섬에 남겨진 바네사의 작품 및 기록을 가져오기 위해 섬으로 향한다.

몇몇 캐릭터 조형은 클리셰적이긴 했는데, 플롯의 리듬이 말하자면 서서히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같았다. 미스테리적인 부분은 약했지만, 독창적인 작품인 건 분명하다. 영화 <쇼잉 업> 생각도 나고. 분위기 있고 어딘가 스산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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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서머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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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 시리즈 2권 <블랙 서머>. 1권 <퍼핏 쇼>를 꼭 먼저 읽어야할 필요는 없지만, 읽으면 더 재미있긴 하다. 두 권을 연달아 읽으니 더 만족스럽다.

읽다보면 초반부터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류의 영국 수사물이 떠오르는데(당연함. 영국 작가임.) 이게 기존 영미 심리 스릴러나 한참 유명했던 요 네스뵈 소설 등등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엄청 딱딱하고 건조하다는 건 아니고, 수사 과정이 술술 읽혀서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퍼핏 쇼>가 불에 타 죽은 시체들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사건의 진상을 찾아나가는 스토리라면 <블랙 서머>는 과거 피해자가 경찰서로 걸어들어오면서 이전에 그녀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넣은 사이코패스가 풀려나 주인공 워싱턴 포를 압박하는 스토리다. 사건 자체는 두 권 모두 새로운데, 고독한데다 동물적인 느낌을 풍기는 주인공 워싱턴 포와 사회성은 좀 부족하지만 천재인 틸리 브레드쇼의 첫 만남이 그려지는 <퍼핏 쇼>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말도 더 만족스럽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나 자연스러운 번역(혹은 교정교열)은 <블랙 서머>가 더 나았다.)

술술 읽히는 스릴러물인데 도파민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서 꽤 즐겁게 읽었다. 준수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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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
이세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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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의 책이 나왔다.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그의 바둑 인생을 톺아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여러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의 인생관을 자세히 알 수 있어 무척 흥미롭고 좋았지만, 기이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되려 바둑의 아름다움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었다. 이세돌이라는 사람의 발자취와 인생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세돌과 바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얼마 전 AI의 도입 이후 바둑계를 다룬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는 그 연장선상에서 함께 읽어봄직한 책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바로 그 대국만으로 바둑을 기억하지만, 바둑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 성격을 보여주는 예술이며 수련의 장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러한 바둑의 매력을 두루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승부만을 위한 수’가 어째서 아름답지 않은지, 왜 바둑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필수적인지, 일인자도 열 판 중 두 판은 지는 바둑 세계에서 어떻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지. 바둑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일화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아름다운 것이구나, 바둑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물론 알파고와의 대국 기록도 무척 흥미진진했지만), 슬럼프는 자신만의 기준선이 무너질 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오직 스스로만이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슬럼프를 넘어가려면 다시 꾸준함을 쌓아올려야 하고, 물론 운도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묵묵히 그 시기를 지나가려면 실패는 실패 자체로 받아들이고 점검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깔끔함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책을 읽고 본 이동진의 피이아키아 유튜브 인터뷰 영상(역시 추천한다)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 이후 바둑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AI의 도입은 마냥 바둑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바둑을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고도. 이기기 위한 바둑이 아니라 예술로서의, 인간적인, 추상 전략을 익힐 수 있는 종합 게임인 바둑.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세돌 9단이 얼마나 바둑을 사랑하는지 느껴졌고, 바둑이 궁금해졌다. (한편, 인공지능이 이미 바둑을 가장 ’잘‘ 둔다면 인간이 바둑을 두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무력감도 스쳐지나간다. 이것 또한 이기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자기계발서로 읽어도 좋고, 이세돌 9단과 바둑 팬으로서 읽어도 좋은 책. 밑줄 그은 부분은 여러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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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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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게리첸 마티니 클럽 시리즈 2권 <여름 손님들>. 1권 <스파이 코스트>를 재미있게 읽어서 출간 소식 듣고 바로 읽어봤다. 은퇴한 노년의 CIA요원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사건을 해결한다니 너무 흥미롭잖아! 실제로 저자가 나이를 들어가는 것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담았다고. 노년의 여성도 여전히 명석하고 유능하다. 소설 속 주인공 매기 버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은퇴한 CIA 동료들의 모임인 ‘마티니 클럽’ 멤버들의 활약도 흥미롭지만(경찰서장이 무안하지 않도록 참 따뜻하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준다), 소설 속 미스터리 사건도 그 자체로 흥미롭다. 여름에만 휴가차 방문하는 몇몇 가족들이 있는데, 그중 한 가족의 손녀가 실종된 것. 그런데 그 손녀는 혈육이 아니라 며느리의 전남편 소생이고, 조사 중 호수 밑에서 웬 유골이 발견되기까지 한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각각의 성격과 역할이 뚜렷해 헷갈리지 않는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1권 <스파이 코스트>를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1권이 주인공 매기의 CIA시절 과거와 연결된 스토리라 이후 2권은 어떤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전혀 색다른 이야기였고, 오히려 좋았다. 노년 여성이 등장하면 소설의 힘이 떨어질거라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작품. 다음권도 어서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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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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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기보다는 자전적 에세이 같기도 하고, 회고록처럼 읽히다가도 날카로운 정치 비평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야드 악타르의 <홈랜드 엘레지>.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해부하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파키스탄계 미국인 작가 ‘아야드’, 그리고 그의 아버지다. 미국을 믿었던 아버지는 트럼프에 열광하지만, 결국 이 나라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야드는 자라면서 ‘완전한 미국인’이 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민자의 삶, 인종, 계급,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까지. 미국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소설이다.

‘고향’이란 무엇일까? 이민자란 무엇이고, 미국인이란 무엇인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읽다 보면 마치 저자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하다. 현 시대 미국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조금은 답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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