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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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밀려드는 삶의 폭풍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거대한 폭풍을 지워버릴 수는 없으니 그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어 가는게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가 집필의 동력이 되었다는, 소설 <분지의 두 여자>. 이 소설 속 주인공들 역시 속절없이 삶의 폭풍을 맞아낸 이들이다.

소설은 크게 세 축으로 이루어진다. 삼계탕집에서 하루종일 일하며 근근이 먹고살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된 여자 샤오, 지방의 대학 교수였으나 딸이 호숫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이후 삶의 동력을 잃어바린 여자 진영, 그리고 어느 새벽 바구니에 담긴 아기를 발견한 청소 용역 업체 직원 민준. 이들 셋을 엮어주는 것은 바로 생명이다. 삶, 아기, 생명. 샤오는 금전적인 이유로, 진영은 딸의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무너지지만 두 사람 모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결국 생명을 선택한다. 다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바오 그것. 이야기의 또 다른 축에는 아이를 거두는 민준이 있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모두 합쳐졌을 때 비로소 소설 속 이야기는 균형을 맞이한다.

건조한 문체, 어딘가 기이한 분위기, 모호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의 선택들. 소설 속 인물들은 어쩐지 스스로의 의지와 달리 삶이라는 이상한 힘에 떠밀리는 듯하다. 이야기 내내 묘한 기류가 흐른다 싶었는데,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그제서야 이 소설의 의미를 납득했다. 삶이라는 폭풍에 떠밀리고 스러지면서도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발견해내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로 그 생명조차 또다시 날아온 삶의 폭풍에 가냘프게 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아있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야말로 살아있기에 살아있지만 종내엔 스스로 삶의 의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읽혔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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